19대 박유철부터 독립운동가 2세로 세대교체…21대 김원웅 회장 정치편향 구설
광복회관 앞에서 김원웅 광복회장 광복절 축사와 관련한 항의 시위를 하는 재향군인회 회원들. 사진=이종현 기자
광복회는 대한민국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이 결성한 보훈단체다. 모태는 1964년 등장한 ‘광복구락부’다. 이듬해인 1965년 1월 31일 광복구락부를 중심으로 광복회 발기준비위원회가 구성됐다. 같은 해 2월 27일 사단법인 광복회는 창립총회를 열어 본격적인 출범을 알렸다. 1973년 광복회는 사단법인에서 공법인으로 진화했다. 현재 광복회는 국가보훈처 산하 단체다.
광복회 창설 이후부터 광복회 회장은 독립운동가들이 주로 맡아왔다. 초대 회장은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이었던 이갑성 독립운동가였다. 이갑성 독립운동가는 민족대표 33인 중 가장 오래 생존한 인물이다. 2대 광복회장은 의열단원 출신 이화익 독립운동가가 맡았다. 그리고 지청천 광복군 총사령관 부관 출신인 조시원 전 의원이 3대 회장직을 이어받았다. 조 전 의원은 한국전쟁 당시 납북된 중도 성향 독립운동가 조소앙 전 임시의정원 의장의 동생이다.
조 전 의원 뒤를 이어 광복회장 직을 맡은 이는 안춘생 독립운동가다. 안춘생 독립운동가는 광복군 출신으로 그의 당숙부는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다. 안춘생 4대 회장은 전임자인 조시원 전 의원 사위이기도 했다. 5대 광복회장은 조선의용대와 광복군을 거치며 항일 무장투쟁을 했던 박시창 독립운동가가 맡았다. 박시창 회장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통령으로 재임했던 백암 박은식 선생의 양자다.
6~7대 광복회장은 김홍일 장군이 맡았다. 김 장군은 한국광복군 사령부 참모장 출신으로 한국전쟁 영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김 장군은 대한민국 국군 역사상 최초로 장군으로 임관한 입지전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김 장군은 7~8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신민당 총재 직을 맡아 정치권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했다.
8대 광복회장은 항일단체 태극단 결성을 주도한 김상길 애국지사였다. 태극단에서 항일 활동을 전개했던 김 지사는 광복 후에 해군에 입대해 1972년 소장으로 예편했다. 9대 광복회장은 의열단원 출신 유석현 독립운동가였다. 10~11대 광복회장은 이강훈 독립운동가였다. 이강훈 광복회장은 흑색공포단에서 독립운동을 했다. 흑색공포단은 중국 상하이에서 결성된 조선인 아나키즘(무정부주의) 단체 남화한인청년연맹이 조직한 항일단체다. 이 회장은 광복 이후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이른바 ‘삼의사’ 유해를 본국으로 송환한 인물이다.
12대 광복회장은 조선의용대를 거쳐 광복군에 합류한 김승곤 독립운동가였고, 13대 광복회장은 대구에서 항일결사 단체 다혁당을 조직한 권쾌복 독립운동가가 맡았다. 14~18대 광복회장은 광복군 출신들이 주를 이뤘다. 14대 윤경빈 광복회장은 광복군 1기 멤버였고, 15대 장철 광복회장은 광복군 소속으로 항일 무장투쟁을 활발히 펼쳤다.
16대 김우전 광복회장은 광복군 출신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판공실 기요비서 직을 지낸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수행한 인물은 백범 김구 선생이다. 17대 광복회장은 광복군 출신으로 한국전쟁에서도 전공을 올린 김국주 독립운동가, 18대 광복회장은 광복군 출신으로 1979년 육군 소장으로 예편한 김영일 독립운동가였다.
19~20대 광복회장은 ‘독립운동가 2세’가 전면에 나섰다. 바로 박유철 전 국가보훈처장이다. 박 전 이사장은 중국 장쑤성에서 출생해 쓰촨성에서 유아기를 보낸 인물이다. 그의 아버지는 5대 광복회장인 박시창 독립운동가였다.
김원웅 광복회장. 사진=최준필 기자
현직 김원웅 광복회장은 21대다. 김 회장 역시 독립운동가 2세 출신이다. 그의 아버지는 1944년 김원봉이 창설한 조선의열단 연락원 김근수 씨였으며, 어머니는 광복군에서 정보수집을 담당했던 전월순 독립운동가였다. 김 회장은 2019년 3월 광복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김 회장은 이종찬 전 국정원장을 꺾고 광복회장으로 선출됐다. 김 회장의 선거 상대였던 이 전 국정원장은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이자, 성재 이시영 선생의 조카손자로 역시 독립운동가 가문의 일원이다.
김 회장은 취임 이후 여러 구설에 올랐다. 정치적 중립 위배 논란이 주를 이뤘다. 광복회 정관에 따르면 광복회장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 국가유공자 등 단체 설립에 관한 법률 제14조 역시 ‘각 단체는 특정 정당의 정강을 지지·반대하거나 특정 공직 후보자를 지지·반대하는 등의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 회장은 내란음모죄로 구속 수감 중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옹호 발언,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폄훼 발언 등으로 인해 2019년 10월 광복회 내부 상벌위원회에 제소됐다.
광복회 일각에선 김 회장 취임 이후 광복회장이 정치적 이념 갈등에 직접 뛰어드는 경우가 많아지는 데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작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광복회 회원은 “이번 광복절 축사로 논란이 불거지기 전부터 (김 회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면서 “광복회장이 정치적인 입장을 자주 표현하는 것에 대한 내부 불만도 있다”고 했다. 이 회원은 “광복회는 독립운동가와 그 유족들에 대한 복지 사업을 진행하는 국가 단체”라면서 “광복회가 정치적인 기능보다 본래 취지에 맞는 비정치적 활동에 전념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 안보단체 관계자는 “독립운동가와 그 유족들이 존중받아야 함은 마땅하다”면서 “그러나 광복회의 경우엔 회원들의 수가 점점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광복회 회원이 감소하는 것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독립운동가 본인과 그 생존 유족의 수가 줄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광복회의 기능을 국가보훈처에서 통폐합해도 큰 무리가 없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그는 “2011년 독립운동가 2세가 광복회장에 취임하면서부터 광복회의 정통성이 이전에 비해 줄어든 것은 많은 이가 느끼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배준영 미래통합당 대변인이 8월 16일 논평을 통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광복회 운영 2019년 국비 예산은 16억 원 정도라고 한다.
이와 관련해 김원웅 광복회장은 2019년 6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이슬만 먹고 살라는 거냐”고 말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당시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광복회 예산이 16억 원이라는 것을 처음 들었고, 깜짝 놀랐다”면서 “잘못을 용서해달라”고 했다. 설 의원은 “자괴감을 금할 수 없다”면서 “바로잡는 데 일조하겠다”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