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스크린 컴백, 240억원 대작 ‘승리호’ 추석 개봉 예정…코로나19 재확산 큰 변수
“할리우드 영화의 전유물이었던 우주 배경 SF 영화를 우리도 만들 수 있다.”
송중기가 ‘승리호’를 내놓으면서 밝힌 출사표다. 올해 개봉하거나 개봉 예정인 한국영화 가운데 최대 규모인 총제작비 240억 원이 투입된 ‘승리호’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우주 배경의 SF 영화로 주목받는다. 송중기의 설명처럼 할리우드 영화에서만 봐 왔던 장르이고, 국내서는 감히 다루지 못한 우주 배경의 작품으로 희소성을 갖는다. 물론 최근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중국영화가 차츰 시도하는 장르이지만 완성도 면에서 할리우드와 비교해 현저히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송중기를 중심으로 실행되는 ‘승리호’의 도전과 실험은 향후 한국 영화 장르 다변화를 좌우할 기준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송중기는 영화 ‘승리호’에서 돈을 좇는 우주선 조종사 ‘태호’ 역할을 맡아 선장인 김태리, 또 다른 선원 진선규 그리고 유해진과 호흡을 맞췄다. 사진=영화 ‘승리호’ 홍보 스틸컷
#티켓파워 가늠 ‘시험대’
‘승리호’는 개봉을 한 달여 앞둔 8월 18일 개최한 제작보고회를 시작으로 작품을 알리는 프로모션에 본격 돌입했다. 8월 말 현재 안타깝게도 한동안 잠잠하던 코로나19가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확산하는 상황이 ‘변수’로 떠올랐지만, 올해 추석 연휴를 겨냥한 유일한 대작으로서 뜨거운 관심을 선점하고 있다.
영화의 배경은 식물 한 포기 자라지 못할 만큼 사막화한 2029년 지구다. 상위 5%의 인류는 우주 위성궤도에 기지를 건설하고 거대한 숲과 깨끗한 공기를 누리지만 그 외 사람들은 지구에 남아 생명을 유지한다. 계층이 나뉜 시대, 우주 청소선 승리호에 탑승해 닥치는 대로 쓰레기를 주워 돈을 보는 선원들의 이야기가 ‘승리호’의 주요 내용이다. 송중기는 영화 ‘승리호’에서 돈을 좇는 우주선 조종사 ‘태호’ 역할을 맡아 선장인 김태리, 또 다른 선원 진선규 그리고 유해진과 호흡을 맞췄다. 이들은 모션캡처 방식으로 표현한 로봇과 어우러져 우주를 넘나드는 활극을 완성한다.
송중기는 “우주 쓰레기 청소선이라는 소재가 무척 신선했고, 우주 SF 영화를 시도하는 도전정신에도 끌렸다”고 이번 프로젝트에 동참한 이유를 밝혔다. 연출을 맡은 조성희 감독과 그는 2012년 706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늑대소년’의 성공을 함께 이룬 사이다. 신인이던 조 감독은 연출 데뷔작인 ‘늑대소년’으로 일약 흥행 감독으로 떠올랐고, 송중기 역시 타이틀 롤을 맡아 스크린에서 티켓파워를 증명해 톱스타 대열에 합류했다.
‘늑대소년’ 촬영 당시 이미 ‘승리호’ 관련 이야기를 감독으로부터 들었다는 송중기는 “감독님의 무궁무진한 아이디어와 만화적인 색깔이 우주 SF와 만나면 어떨지 무척 궁금했다”며 “서로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진심을 느낄 수 있었고, 감독이 만든 세계에 나의 개성을 채워 넣었다”고 밝혔다.
이에 조성희 감독은 “상상을 통해 지금과 완전히 다른 세상을 그리지만, 주인공들이 근사한 슈트를 입고 초능력을 발휘하는 할리우드식 영웅이 아니다”며 “지금 우리와 다를 바 없이 대출금이자나 공과금 걱정하고 된장찌개에 쌀밥을 먹는 한국의 서민들이 우주를 날아다니는 이야기라는 점이 차별화이자 우리만의 개성”이라고 강조했다.
‘승리호’는 개봉을 한 달여 앞둔 8월 18일 개최한 제작보고회를 시작으로 작품을 알리는 프로모션에 본격 돌입했다. 사진=메리크리스마스
‘승리호’는 송중기가 그동안 주연한 영화 가운데 가장 많은 제작비가 투입됐다. 3년 전 류승완 감독과 호흡한 ‘군함도’의 제작 규모 역시 200억 원대이지만 당시에는 배우 황정민, 소지섭, 이경영, 이정현 등 스타 배우 여러 명이 역할과 책임을 나눠 맡았기에 상대적으로 송중기의 부담은 적었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그는 사실상 작품을 이끄는 ‘기둥’이나 다름없다. 티켓파워를 온전히 증명할 수 있는 시험대라는 점에서 어깨가 무겁다. 더욱이 지난해 이혼 등 복잡다단한 개인사를 겪은 뒤 내놓은 첫 작품이란 사실에서도 뜨거운 시선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자신감을 잃지 않는다. “우주에서 벌어지는 추격 장면이나 승리호가 우주에서 쓰레기를 낚는 장면들이 관객을 정신없이 몰아칠 것 같다”고 밝힌 송중기는 “큰 스크린에서 좋은 사운드로 관람한다면 만족할 수 있을 거라고 강력하게 추천한다”고 만족해했다.
이와 별개로 ‘승리호’는 블록버스터로는 이례적으로 개봉 전 일반인 투자자도 모집했다. 8월 10일부터 21일까지 펀딩 플랫폼 크라우디에서 청약을 진행, ‘한국영화승리호주식회사’라는 특수목적법인을 통해 투자를 집행했다. 단순한 투자유치를 넘어 예비관객을 일찌감치 투자자로 흡수해 팬덤을 구축하는 전략도 있다. 약 580만 명을 동원해야 손익분기점을 이루는 만큼 지지층 확보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영화계에서는 ‘승리호’가 다양한 시도에 나설 수 있는 배경으로 송중기를 중심으로 김태리까지 더한 주연배우들의 힘에 주목한다. 실제로 송중기는 2016년 KBS 2TV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기점으로 영화와 드라마 투자를 좌우하는 스타로 발돋움했다. 현재 한한령 여파로 정체 상태인 중국 한류시장에서도 언제든 폭발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배우로 꼽힌다.
다만 우려되는 대목도 있다. 다시 확산된 코로나19의 상황이다.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광복절과 임시공휴일이 겹친 17일 이후로 극장 관객까지 급감하면서 영화계에 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송중기 입장에서 ‘승리호’ 개봉까지 약 한 달의 시간이 남아있지만, 사태 추이를 좀처럼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크다. 특히 송중기는 올해 초 남미 콜롬비아에서 영화 ‘보고타’를 한창 촬영하던 도중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에 따라 일정을 중단하고 귀국했기에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입장이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