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쉬었을 뿐인데… ‘나’를 잊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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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박지윤, 방송인 박지윤 |
케이블 채널 tvN의 인기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등에 출연한 바 있는 배우 임서연은 본인이 아역 탤런트로 활동하던 시절인 지난 1998년 자신의 통장에 3000만 원이라는 거액이 입금돼 깜짝 놀랐었던 일화를 공개한 바 있다. 당시 거액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그의 대선배이자, 그의 본명인 도지원과 동명이인인 탤런트 도지원의 KBS 드라마 <종이학>의 출연료였던 것. 결국 KBS 직원의 행정착오였다는 사과 전화를 받자마자 돈을 돌려줬다고 한다.
그는 데뷔 초 선배의 이름을 피해 ‘도지영’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기도 했지만 자신의 본명에 대한 자부심과 만족감으로 오랜 기간 도지원이라는 본명을 고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러던 그가 얼마 전부터 ‘임서연’이라는 예명을 사용하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KBS 인기 주말드라마 <수상한 삼형제>에 출연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잘 알려져 있듯이 이 드라마의 여자 주인공이 다름 아닌 12년 전 잘못 입금된 출연료의 주인공 도지원이다. 비록 원수는 아니었지만 여하튼 외나무다리(?)에서 만나게 된 두 사람은 결국 후배의 개명으로 상호합의(?)하게 됐다는 후문. 제 아무리 본명 사랑이 대단할지라도 엔딩크레딧에 대선배 도지원과 동시에 이름을 올리기란 여간해선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데뷔 14년차 가수 박지윤도 동명이인인 방송인 박지윤 때문에 비슷한 에피소드를 겪은 바 있다. 한창 활동이 뜸하던 2년 전 어느 날 그의 미니홈피에 한 공중파 방송국의 제작진이 다급한 내용의 쪽지를 보내왔다고 한다. 방송인 박지윤에게 보냈어야 할 출연료가 잘못 입금됐으니 번거롭겠지만 되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박지윤은 자신의 계좌에 출연료가 잘못 입금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고 하는데 이유인즉 워낙 공백 기간이 길었던 터라 당시 방송사 등록 계좌는 휴면 상태였다고. 하물며 해당 계좌는 그의 전 소속사에서 관리했던 은행 계좌였다. 결국 그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제작진이 보내준 방송인 박지윤의 계좌로 돈을 보내줬다고 한다. 또한 그는 미니홈피를 통해 ‘아나운서와의 결혼을 축하합니다’ ‘<스타골든벨> 잘 보고 있어요’ 등의 쪽지를 여러 차례 받은 바 있음을 고백하기도 했다. 결국 이런 다양한 해프닝이 그의 복귀를 서두르게 했다는 후문.
그런가 하면 오는 5월 29일 외교관과 결혼을 앞두고 있는 탤런트 박선영은 4년 전 자신이 한 프로그램의 내레이션을 맡게 됐다는 기사를 접하고 깜짝 놀랐다는 에피소드를 전한 바 있다. 당시 한 케이블 방송국에서 방송예정이던 <아시아의 별, 장쯔이>라는 프로그램에 탤런트 박선영이 특별 내레이터로 출연한다는 기사가 인터넷에 뜬 것. 이에 소속사조차 스케줄 표를 뒤져가며 정말 출연을 했는지 여부를 확인을 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후 이 기사는 동명이인인 성우 박선영과 혼동해서 작성된 오보였음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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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서연, 도지원 |
때론 연예계를 넘어 스포츠 스타들과도 동명이인으로 얽히는 경우가 있다. 얼마 전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혐의로 징역형을 구형받은 그룹 룰라의 리더 이상민은 농구계의 슈퍼스타 이상민과 동명이인인데, 공교롭게도 그가 검찰의 구형을 받은 날 농구스타 이상민은 은퇴를 선언했다. 때문에 기사의 헤드라인만 검색했던 네티즌들은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 엉뚱한 질문을 올리기도 했다. ‘이상민이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 농구를 그만두나요?’ ‘룰라의 이상민이 불법 도박으로 가수 은퇴하나요’ 등의 황당 질문이 대표적인 예들이다.
연예계 동명이인들이 겪는 해프닝은 비단 이뿐만 아니다. 바로 인기의 척도와도 같다고 할 수 있는 검색어 순위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연예 리포터 김태진은 “나처럼 동명이인 많은 사람도 드물 것”이라며 “특히 동명이인 유명인 가운데 과연 누구의 프로필이 우선적으로 검색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개그맨 정명훈은 자신의 인지도를 동명이인과의 인물 검색 순위를 통해 알 수 있다고 하는데, 자신이 출연하는 코너가 인기를 끌면 지휘자 정명훈보다 앞서 검색되고 자신의 활동이 뜸하면 다시 지휘자 정명훈이 앞서 검색된다는 사실을 귀띔해주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포털사이트 인물 검색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은 “이슈에 따라 동명이인 스타들의 우선 검색 순위가 바뀐다”며 “다만 철저히 네티즌의 클릭 횟수에 비례해 순위가 조정될 뿐 임의의 조정은 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또한 그는 “모델 이소라의 경우 활동이 뜸하던 지난 몇 년 동안은 가수 이소라가 우선 검색되었지만 최근 그가 케이블 채널 MC 등으로 활약하면서 검색 순위가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