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8연패·트레블 2회 진기록…유스 육성, 저비용 고효율 정책, 선수→행정가 ‘레전드 선순환’ 성과
바이에른 뮌헨은 챔피언스리그 통산 6회 우승으로 유럽 최강 클럽 지위를 공고히 했다. 사진=바이에른 뮌헨 페이스북
#뮌헨이 새로 만든 기록
2013년 이후 8년 만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컵 탈환이다. 이로써 뮌헨은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와 함께 2010년대 복수의 우승컵을 차지한 팀이 됐다. 통산 우승횟수 6회로 레알 마드리드(13회), AC 밀란(7회)에 이어 3위에 오르기도 했다.
뮌헨이 만들어낸 기록은 이뿐만 아니다. 이들은 이번 시즌 자신들이 우승한 챔피언스리그에서 조별리그부터 결승전까지 치른 11경기 모두 승리를 거뒀다. 이 기간 43골을 넣었고 8골을 내줬다. 챔피언스리그 역사상 최초 전승 우승이었다.
또 뮌헨은 2013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챔피언스리그 우승, 독일 분데스리가, 자국 컵대회인 DFB 포칼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축구계 ‘위대한 기록’으로 간주되는 일명 ‘트레블(3개 대회 동시 우승)’을 두 번이나 달성한 팀에 등극한 것이다. 더불어 뮌헨은 첫 트레블을 달성한 2013년부터 이번 시즌까지 분데스리가 8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꾸준했던 명문구단
뮌헨의 강력함은 자국리그 8연패, 챔피언스리그 2회 우승을 일궈낸 2010년대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분데스리가 30회, 포칼 20회, 챔피언스리그 6회 등 꾸준히 우승을 차지하며 트로피를 수집해왔다.
챔피언스리그만 보더라도 우승 횟수는 6회지만 결승 진출 횟수는 11회다. 1970년대 첫 우승 이후 1980년대, 1990년대, 2000년대까지 공백 없이 꾸준히 결승 무대를 밟아왔다.
분데스리가는 말할 것도 없다. 첫 우승이었던 1932년 이후 두 번째 우승까지는 36년이 걸렸다. 하지만 1969년 이후 51년 동안 29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1.75년당 한 번꼴로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1980년부터 40년 동안은 리그 우승 공백이 4년을 넘기지 않았다.
다비드 알라바, 토마스 뮐러(왼쪽부터)는 구단 유스팀에서 성장해 뮌헨에서 10년 이상 활약해온 선수들이다. 사진=연합뉴스
#강력함의 비결은?
뮌헨이 이토록 오랫동안 강력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기반 중 하나는 유스팀이다. 뮌헨은 유럽 전역을 통틀어서도 손꼽히는 유스팀의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다. 과거 전설적 선수였던 프란츠 베켄바워부터 게르트 뮐러, 제프 마이어, 최근의 필립 람,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토니 크로스까지 끊이지 않고 인재를 배출해왔다. 유스에서 성장한 이들은 뮌헨의 트로피 수집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에 대한축구협회(KFA)는 뮌헨과 유소년 육성 시스템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8년 만에 유럽 왕좌에 오른 이번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도 뮌헨 유스팀에서 성장한 선수는 토마스 뮐러, 다비드 알라바 두 명이었다. 10여 년간 팀 내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선수들이다. 반면 상대팀 파리 생제르맹은 유스 출신 선수가 주전 3년차 프레스넬 킴펨베 한 명이다. 되레 파리 유스 출신 킹슬리 코망은 이날 뮌헨의 유니폼을 입고 우승을 결정지은 골을 넣었다.
뮌헨은 유스 출신 선수를 자신의 팀 1군에서 활용하지 못하더라도 의미 있는 행보를 보인다. 적절한 금액을 받고 해외팀 또는 중하위권 팀에 판매, 수익을 남긴다. 유스팀 또는 2군팀 선수들의 판매금은 대부분 다시 유스팀에 투자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뮌헨 최초 한국인 선수였던 정우영은 뮌헨 입단 당시 약 9억 원의 이적료를 발생시켰고 1년 반 뒤 프라이부르크로 이적하며 약 30억 원의 수익을 뮌헨에 안겼다.
#저비용 고효율 내는 재정 정책
뮌헨의 합리적 재정 관리는 1군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이번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뮌헨이 낸 선발 11명의 뮌헨 입성 당시 이적료 총 합은 약 1억 1600만 유로(약 1626억 원)로 추정된다. 이는 파리 공격수 네이마르 1명의 이적료인 2억 2000만 유로(약 3085억 원)의 절반 정도다.
공격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와 미드필더 레온 고레츠카는 자유이적(FA)으로 영입된 선수들이며 뮐러는 유스팀에서 성장시켰기에 이적료가 한푼도 들지 않았다. 알라바의 경우 10대 시절 유스팀에 합류시켰기에 약 2억 원이 소모됐다. 그는 현재 6500만 유로(약 911억 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유력 이적 정보 사이트 ‘트랜스퍼마르크트’ 기준).
이번 2019-2020시즌 뤼카 에르난데스가 8000만 유로(약 1122억 원)에 영입되기 전까지 뮌헨의 구단 최대 이적료 지출은 2017년 여름 코렌틴 톨리소의 4150만 유로(약 582억 원)였다. 같은 시기 톨리소보다 비싼 이적은 네이마르, 로멜루 루카쿠(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버질 반 다이크(리버풀), 모하메드 살라(리버풀) 등을 포함해 18건이나 있었다. 당시 뮌헨의 지출은 6년 만에 4000만 유로가 넘는 대형 건이었다.
분데스리가 선수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클럽이기에 비교적 이적료 지출을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세계 최고 골키퍼로 각광받는 마누엘 노이어는 2011년 이적 당시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의 ‘러브콜’을 받았음에도 “해외여행은 1년에 2회면 족하다”며 뮌헨을 선택했다.
그렇다고 뮌헨이 구두쇠 구단은 아니다. 값싸고 어린 선수들만 수집하는 것도 아니다. 이들은 전력 보강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프랭크 리베리, 아르연 로번, 마츠 훔멜스, 르로이 사네 등 대형 영입도 주저하지 않았다.
이 같은 합리적 지출로 뮌헨은 유럽 내에서도 손꼽히는 재정 건전성을 자랑한다. 유럽 내 ‘슈퍼클럽’으로 평가받는 구단 중 부채 비율이 가장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년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스포츠팀’ 순위에서 2011년 이후 매년 빠지지 않고 10위에서 20위 정도 순위를 지키고 있다. 시장 크기 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독일 팀으로선 유일하게 50위 내에 들고 있다. 비영어권으로 범위를 넓혀도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와 함께 3팀만 순위권을 차지한다.
칼하인츠 루메니게, 울리 회네스, 프란츠 베켄바워(왼쪽부터)는 선수로서는 물론 코칭스태프, 행정가로도 큰 족적을 남겼다. 사진=연합뉴스
뮌헨은 유럽 내에서 레전드에 대한 대우가 최고로 평가받는다. 수많은 구단 출신 레전드들이 구단 요직을 맡으며 성과를 냈다. 베켄바워, 파울 브라이트너, 게르트 뮐러, 칼하인츠 루메니게, 울리 회네스 등은 선수시절뿐 아니라 코칭스태프, 임원 등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올리버 칸, 미로슬라프 클로제, 하산 살리하미지치 등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이에 독일 현지에서는 “필립 람, 토마스 뮐러도 제2의 베켄바워, 회네스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화려한 족적을 남긴 인물로 베켄바워가 꼽힌다. 선수시절 뮌헨 주장 완장을 차는 시즌부터 분데스리가 우승을 차지해 10개가 넘는 트로피를 들어 올린 그는 감독으로서도 우승을 달성했다. 행정가로도 뮌헨 회장으로 성공시대를 지속했고 현재는 명예회장으로 추대돼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경기장 위에서뿐만 아니라 마케팅, 흥행, 재정 등 축구 외적인 부분에서도 뮌헨을 성공에 이르게 한 인물로는 회네스가 첫 손에 꼽힌다. 20대 중반의 나이에 부상으로 일찍 은퇴해야 했던 회네스는 뮌헨 이사직에 부임했다. 분데스리가 사상 최연소 기록이었다.
스포츠마케팅의 본산인 미국에서 공부한 그는 미국 스포츠 구단들을 벤치마킹하며 뮌헨을 안정화시켰다. 현재 수많은 축구단에 정착한 ‘메가 스토어(각종 구단 상품을 파는 상설 매장)’를 처음 유럽에 도입시킨 인물도 회네스다. 그는 “당시 뮌헨은 엽서 쪼가리나 파는 조그만 매장만 갖추고 있었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회네스는 경영 참여 이후 구단을 ‘흑자를 내는 집단’으로 만들었고 2009년에는 회장직에 올랐다. 2019년에는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선수 시절 10여 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린 그는 경영진으로서 50개가 넘는 트로피를 추가했다. 자신이 개별적으로 벌이는 사업과 관련해 탈세를 하며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지만 뮌헨 경영진으로서 행보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업적으로 남아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