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어올린 지지율 광화문 집회로 다시 내줘…9월 당무감사서 민경욱·김진태 등 쳐낼지 주목
“광화문 집회와 통합당은 관계가 없다”고 하소연하지만 현재로서는 백약이 무효인 것처럼 보인다. ‘통합당과 아스팔트 세력은 한편’이라는 프레임에 갇혀버린 형국이다. 악재는 혼자 오지 않는다더니,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까지 겹치면서 야당에 대한 관심도까지 떨어져버렸다.
8월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보수단체 및 시민단체 등 참가자들이 8·15 광화문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옛정 때문에, 미련 때문에
“사회에서 극우라고 하는 분들의 당은 저희와 다르다. 그러나 국민은 ‘같은 보수 계열 아니냐’며 뭉뚱그리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런(극우) 분들이 보편적 정서와 맞지 않는 주장을 펼치면서 우리 당이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정당으로 비치고, 그것 때문에 쉽게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건 틀림없다.” 8월 25일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 말이다.
사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연이은 부동산 정책 실패로 민심 이반이 일어나 8월 초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은 급락, 8월 13일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통합당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서는 골든크로스까지 일어났다. 하지만 통합당의 잔치는 오래가지 못했다. 8월 15일 서울 광화문 집회가 열린 이후 이 집회와 연관된 확진자가 잇따라 나왔고, 급기야 전광훈 목사 등 집회 핵심 참가자들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여파는 즉각 수치로 나왔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8월 2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전주보다 3.3%포인트(p) 오르면서 49.4%까지 치솟았다. 통합당 텃밭인 대구 경북에서마저 35.4%로 6.9%p 올랐다.
정당 지지도 역시 민주당이 전주보다 1.6%p 오른 41.3%로, 9주 만에 40%대를 회복했다. 반면 통합당은 4.8%p 내린 30.3%로, 양당 지지도 격차는 11.0%p까지 벌어졌다. 두 정당의 지지율이 두 자릿수 차이가 난 것은 7주 만이다(리얼미터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여론조사업체 홈페이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통합당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 및 광화문 집회 세력과 분명한 선 긋기를 하고 있지만, 국민은 ‘그들은 한편이자 원팀’이라는 판정을 내린 것으로 여론조사기관들은 분석했다. 이를 두고 통합당 내에서는 억울하지만 받아들여야 할 결과고, 이른바 아스팔트 세력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옛정을 끊어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통합당 한 초선 의원의 말이다.
“당내에서 이제야 강한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들에게는 아스팔트 세력과 우리는 오래전부터 별거를 해왔고 혼인 관계는 벌써 끝났다는 얘기로 들릴 것이다. 그런데 확실히 이혼을 했어야 했다. 8·15 집회가 예고됐을 때 ‘통합당과 관계가 없고 참여하는 당원은 징계하겠다’는 당 차원의 결정사항 공포가 반드시 있었어야 했다. 코로나19 상황 하에서 당연히 점검을 했어야 했는데 뒤늦은 후회를 해본다.”
#이혼 임박, 그리고 새 출발?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 했다. 통합당 지도부는 당 내부의 ‘아스팔트 세력’을 혼내는 것이 아니라, 아예 관심과 인연을 끊겠다는 방침이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8월 26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장·중진의원 회의 후 기자들이 ‘광복절 집회에 나갔던 이들에 대한 당 차원의 징계를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상대할 필요가 없다. 무시해버리면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당 안팎에서는 8·15 집회에 나간 민경욱 김진태 전 의원을 두고 하는 말이며, 이들에 대한 당의 결단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통합당이 ‘아스팔트’ ‘태극기’로 불리는 극우 세력과 완전히 절연하는 것은 이르면 9월 시작되는 당무감사가 될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당무감사는 선거 또는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선 이후 기존 당협위원장 등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주로 이뤄졌다. 지금의 통합당도 김종인 체제가 본궤도에 오른 만큼 당무감사를 하는 것이 이례적인 장면은 아니다.
당무감사 위원장은 주로 외부인사가 맡는다. 통합당 당무감사위원장은 2011년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활동한 이양희 성균관대 아동청소년학과 교수다. 김 위원장은 이 위원장 임명 취지와 관련 “통합당이 과거를 탈피하고 어떻게 갈지에 대해 적임이신 분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당무감사는 과거와의 결별, 오래된 것과의 이별이 핵심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이번 당무감사를 통해 민경욱 김진태 전 의원 등에 대한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반발도 적지 않다. 김진태 전 의원은 8월 25일 “이렇게 의리가 없으면서 무슨 정치를 하겠나. 정치도 다 사람이 하는 것인데 이런 당이라면 국민도 언제 손절매할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전 의원을 비롯해 원외에서는 반발이 있지만 원내에서는 “이제 이혼하자”는 주장에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김종인 위원장이 이미 통합당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읽을 수 있는 대목이고, 설사 극우 세력이 당을 이탈해 새로운 당을 만든다 해도 파괴력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전망과도 연결된다.
경제학자인 김종인 위원장은 수치를 잘 본다는 평가를 받는다. 새 정치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기꺼이 기회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상 극우층이 3~5% 안팎에 그치는데 ‘장외 전투력’만 보고 이들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했으며 이들과 절연하지 않고는 수권정당이 될 수 없다는 게 김 위원장의 판단이다.
대구의 한 현역 의원은 “대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근거지인데도 지난 총선에서 우리공화당이 한 석도 못 얻었다. 민심은 항상 변하는 것이고 정치의 궁극적 지향점은 유권자들의 이익이다. 통합당이 이제 이 이치를 읽어야 집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8월 26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중진의원 회의에 참석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주호영 원내대표. 사진=박은숙 기자
#새 출발 후 첫 무대 준비는?
통합당이 옛 정치를 버리고 새 출발을 할 경우 첫 무대는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다. 그런데 지금 뚜렷한 선수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그러자 통합당 내에서 ‘미스트롯’ 방식이 거론됐다. ‘컨벤션 효과’를 만들어내는 방법으로 통합당 후보를 띄우겠다는 것이다. 뚜렷한 1군 인물이 없으니 2군을 키워서 국민이 원하는 주전으로 만들어낸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관련기사 통합당 서울시장 후보 미스트롯 방식 급부상…안철수 ‘마지막 승부’ 할까).
주호영 원내대표는 8월 2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많은 국민이 참여하는 방식이 돼야 하겠다. 거기에 보면 전문가 감정단도 있지만 참여자들 표도 있지 않는가. 또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관심 가지고 많이 보게 되고 본선에 유리하다. 지금까지 경선은 한 번 딱 경선하고 끝냈는데 미스터트롯 방식이 단계별로 선발해서 올라가서 압축하지 않는가. 저희들은 이런 구조를 가질 때 본선 경쟁력이 있다고 봐서 미스터트롯 방식을 고려하고 있고 지금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정욱 전 의원을 비롯해 권영세 의원, 김선동 사무총장,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 나경원 김용태 이혜훈 오신환 등 전직 의원, 신예 윤희숙 의원,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 등이 무대에 오를 후보로 거론된다.
하지만 ‘도토리 키재기’라는 걱정도 나온다. 미스터트롯 무대를 만들어도 결국 후보가 흥행을 결정하는데 지금 이름이 거론되는 이들로는 여당에 밀릴 것이라는 예측이 당내에서 나온다. 당 지도부 역시 이런 걱정을 잘 알고 있다. 김종인 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스터트롯에 나온 사람들은 노래만 잘하면 된다. 그런데 정치는 그렇지 않잖나. 정치는 하나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호명하고 나선 것도 이런 배경에서 읽힌다. 주 원내대표는 앞서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당과 통합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내놓으면서 “(국민의당과) 같이 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의견을 밝혔고, 이제는 안철수 대표나 국민의당의 선택에 달린 것 같다. 안철수 대표의 경우 발언 등을 보면 문재인 정권이 대단히 잘못하고 있고, 폭주를 저지해야 한다는 점은 (통합당과) 생각이 같은 것 같다. 통합된 경선이, 서울시장이 되든 대선이 되든 안철수 대표가 갖고 있는 독자적 지지 세력에다 우리 당 지지 세력까지 합치면 확장력이 있고 훨씬 더 선거를 치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본다”며 안 대표가 통합당의 서울시장 후보가 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강민준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