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9시 이후 운영 못해, 수능 연기 불가피, 마트 입장객 제한 가능성, 장례식도 가족만…
방역당국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단계적 거리두기 조치 계획은 밝혔지만 아직 세부적인 내용은 결정되지 않은 부분도 있다. 3단계 핵심 메시지 속 ‘필수적 사회경제활동’의 개념조차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연 사회적 가리두기 3단계가 되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또 정부 당국이 어떤 부분을 더 세심하게 챙겨야 할까. 시민들의 궁금증이 많이 집중되는 영역들을 중심으로 살펴봤다.
8월 27일 국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함에 따라 국회 본관이 폐쇄됐다. 자칫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시행되면 한국 사회 자체가 사실상 셧다운이 될 수도 있다. 사진=국회 제공
#저녁 9시면 사실상 셧다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시행되면 가장 크게 달라지는 것은 바로 우리 주위의 풍경이다. 이미 2단계가 시행되면서 클럽과 룸살롱 등 유흥주점, 콜라텍, 단란주점, 감성주점, 헌팅포차, 노래연습장, 실내 스탠딩공연장, 실내집단운동(격렬한 GX류), 방문판매 등 직접 판매 홍보관, 대형학원(300인 이상), 뷔페, PC방 등 12개 고위험시설의 운영이 중단됐다.
3단계가 시행되면 카페와 300인 미만 학원, 게임장과 오락실, 워터파크, 놀이공원, 종교시설, 결혼식장, 공연장, 영화관, 청소년 수련시설, 멀티방과 DVD방, 실내체육시설, 카지노, 경륜·경마·경정장, 견본주택, 야구장과 축구장 등 중위험 시설도 운영이 중단된다. 사실상 시민들이 평소 이용하는 대부분의 시설이 문을 닫게 되는 셈이다.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등 스포츠경기는 2단계로 격상된 뒤 무관중으로 치러지고 있는데 3단계가 되면 아예 경기가 중단된다.
음식점과 이·미용실, 쇼핑몰, 소매점(옷 가게 등) 등등 다중이용시설은 계속 운영되지만 마스크 착용 등 핵심 방역수칙이 의무화되고 영업도 저녁 9시 정도로 제한될 예정이다. 저녁 9시가 되면 사실상 셧다운되는 셈이다. 정상 운영이 가능한 곳은 병·의원, 약국, 생필품 구매처, 주유소, 장례시설 등 생활 필수시설들뿐이다. 이렇게 될 경우 일상생활이 불편해지는 것은 물론, 서민경제도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편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은 8월 28일 브리핑에서 카페와 음식점, 실내 체육시설 운영에 관한 추가 방역조치를 8월 30일 0시부터 9월 6일 자정까지 일주일 동안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카페와 음식점 운영에 관한 추가 방역조치는 사실상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 해당되는 조치다.
우선 수도권 프랜차이즈형 카페는 매장 운영이 중단되고 포장 및 배달만 이용할 수 있다. 음식점(일반음식점·휴게음식점·제과점)은 낮 시간에는 이용이 가능하지만 밤 9시부터 다음 날 새벽 5시까지 매장은 이용할 수 없고 포장·배달만 가능하다. 또한 헬스장과 당구장, 골프연습장 등 실내 체육시설은 규모와 관계없이 집합금지 조치가 시행된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의 ‘미리보기’라고 해도 될 만큼 강력한 조치로 이번에도 코로나19 확산이 멈추지 않는다면 3단계가 불가피하다는 방역당국의 호소이기도 하다.
#민간기업 필수 인원은 누구?
직장인들의 회사 생활도 크게 달라진다. 기관과 기업의 경우 2단계에선 ‘유연·재택근무 등을 통해 근무인원 제한’이 이뤄진다. ‘공공 기관과 기업’은 아예 제한이 되고 ‘민간 기관과 기업’은 제한 권고다. 3단계가 되면 이 부분이 ‘필수인원 외 전원 재택근무’다. 역시 민간 부문은 권고지만 일정 부분 강제성을 띠고 있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누가 ‘필수 인원’인지 여부다. 이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기 때문인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가 ‘정원의 30% 이하’ 등의 세부 지침을 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대부분의 대기업은 이미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적용되면 기존 출근 인원의 30% 정도만 필수 인원으로 출근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면서 서울 중구의 한 스타벅스 매장 한편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빼놓은 의자와 테이블이 쌓여있다. 3단계가 시행되면 스타벅스와 같은 카페는 아예 운영이 중단된다. 사진=박정훈 기자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서도 운영된다. 다만 문화센터 운영은 중단되고 입점 카페 등도 문을 닫게 될 전망이다. 또한 시식행사와 화장품 샘플링 시연, 할인행사 등의 마케팅 행사도 금지된다.
아직 정확한 지침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시행되면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이 2시간 정도 단축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주말을 비롯해 대형마트에 손님이 대거 몰리는 시간대에는 입장 손님의 수를 제한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대형마트들도 정확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알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고3도 원격수업? 수능은 어쩌나…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시행될지라도 학교 현장은 2단계인 현 상황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이미 교육부에서 3단계에 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3만 현재처럼 학교에 등교하고 다른 학년은 모두 온라인으로 원격 수업을 받게 된다. 초등학생부터 중2까지는 수행평가와 지필평가 모두 생략할 수 있고 중3과 고등학생들은 제한적 등교 일에 지필고사를 치르는 등 최소한의 수준에서 평가가 시행된다.
학원 역시 8월 31일부터 사실상 3단계에 해당되는 조치에 들어갔다. 원래는 2단계에서 300인 이상 학원만 운영이 중단되고 3단계에서 모든 학원의 운영이 중단된다. 그러나 중대본은 8월 31일부터 수도권 소재 학원에 대해 비대면 수업만 허용하고, 독서실과 스터디카페에도 집합금지 조치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9인 이하만 모이는 교습소(공부방 등)는 집합금지 조치에서 제외되지만 방역수칙이 강화되는 집합제한에는 포함된다.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의 고색고등학교 교실에서 교사가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교육부가 사회적 3단계에 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하고 있어 3단계가 시행될지라도 지금처럼 고3만 등교하고 다른 학년은 모두 온라인으로 원격 수업을 받는다. 사진=임준선 기자
문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차질 없이 치러질 수 있느냐다. 3단계 시행 이후에도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면 고3 역시 등교가 중단될 수 있고 이는 12월 3일로 예정돼 있는 수능의 연기로 이어질 수 있다. 수능뿐 아니라 각종 채용 및 자격증 시험들도 문제다. 3단계에선 10명 이상 집합이 금지돼 한 교실에 응시자가 10명 미만이어야 각종 시험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최악의 시나리오지만 12월 3일에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라면 수능 역시 한 교실에 10명 미만의 응시만 가능해 연기가 불가피해진다.
#결혼식은 미룬다지만 장례식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면서 실내에서는 50명, 실외에서는 100명 이상의 집합이 금지된다. 이에 따라 현재 결혼식은 50명 미만 하객만 가능하다. 그렇지만 3단계가 시행되면 실내와 실외 모두 10인 이상 모임이 금지된다. 결혼식 역시 10명 이상 모일 수 없는 데다 결혼식장 운영도 중단된다. 결국 결혼식을 연기하거나 직계가족 등 10명 미만이 다른 공간에서 간소하게 치러야 한다.
결혼식은 연기가 가능하지만 장례식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예정된 일정일 수도 없다. 이런 까닭에 장례식은 예외적으로 10인 이상 집합이 허용된다. 그렇지만 여기에도 단서가 있다. 가족에 한해서만 참석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가족이 아닌 조문객을 받기는 어렵게 된다.
전동선 프리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