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1차 지원 효과 단정 못해”…국채 발행 불가피하지만 재무건전성 우려 과하단 의견도
코로나19 재확산으로 2차 긴급재난지원금(2차 재난지원금) 지급 여부를 두고 논의가 활발하다. 사진=박정훈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여부 따라 2차 지급 가능성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는 정치권에서 시작됐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정부가 3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추진 중이던 지난 5월 29일 “3차 추경안에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원에 필요한 예산 편성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건의서를 제출했다. 이에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지사의 제안에 동의한다”며 공감하고 나서면서 논의가 확대됐다. 이후 지난 7월 폭우로 수해가 발생하고 8·15 광화문 집회를 기점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되자 여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는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전당대회를 앞둔 더불어민주당 당권주자들은 토론회에서 지원금 지급 방식을 두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반면 정부는 재정건전성 우려 등을 고려해 재난지원금 논의 속도조절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지난 8월 23일 비공개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를 보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기획재정부 또한 난색을 표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월 2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재 2차 재난지원금은 깊이 있게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1차 재난지원금 형태의 지원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지급 방식을 언급해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진자 급증 추세가 이어지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여부가 논의되자 기재부도 기존 입장만을 고수할 수는 없게 됐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8월 27일 2021년 예산안 기자간담회에서 “확진자 증감 추이와 이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이 (4차 추경 편성 및 재난지원금 지급의) 큰 변수가 될 것”이라며 “3단계까지 가게 되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더 심각해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추가적 재원이 필요한지 판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되면 10인 이상 집합을 금지하고 다중시설의 운영이 중단된다. 또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기업도 필수인원을 제외하고 전원 재택근무하도록 권고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코로나19에 대한 고용취약성 측정 및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에 의한 강력한 봉쇄조치로 단기적 실직 위험에 노출되는 비필수, 비재택 근무 일자리 비중은 35%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2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1년 예산안 편성 당정협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다목적 재난지원금, 효과는 아무도 모른다?
1차 재난지원금의 소비 진작 및 경기부양 효과를 두고 정부와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7월 24일 발간한 NABO 경제산업동향 이슈 보고서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의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 결과, 재난지원금의 효과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광역지자체별로 지역 내 발생 비중의 편차가 크고, 파급효과의 60~80%가 서비스업에서 발생하는 데다 정부의 재원 마련을 위한 지출 구조조정에 의해 건설 및 전력・가스・수도업 부문의 파급효과가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기재부는 지난 8월 20일 홍남기 부총리 주재로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2분기 소득분배 지표가 개선된 것에 대해 “참석자들은 역대급 고용·실물경제 충격 속에서도 분배지표가 개선된 데에는 정부의 과감하고 신속한 정책대응이 크게 기여했다고 진단했다”며 “긴급재난지원금, 소비쿠폰 등을 통해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코로나19로 인해 감소한 소득을 보완했다”고 자평했다. 대통령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또한 최근 ‘한국 경제의 위기 국면에서의 정책대응과 소득분배 비교’ 보고서를 통해 같은 내용을 언급했다.
정부는 재난지원금 지급이 일단 효과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부문에서 역할을 했는지는 분석 중이다. 홍 부총리는 1차 재난지원금 지급 효과에 대해 “정책 효과는 있었다”며 “1차 재난지원금 14조 원 지원 중 소비로 이어지는 실질 효과는 3분의 1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재난지원금 효과 분석을 위해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용역 결과는 오는 10월쯤 나올 예정이다.
이와 관련,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재난지원금은 정책 목적이 뚜렷하지 않다. 복지정책인 동시에 경제정책이고, 또 방역정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아직은 재난지원금의 효과에 대해 누구도 단정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라는 재난을 대응하기 위해 여러 목적으로 지원한 것이라 효과도 여러 차원으로 확인해야 하므로 효과 파악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선별지급’ 논의 배경 재정건전성 우려는 기우
정부가 속도 조절에 나섰지만 정치권은 이미 2차 재난지원금 지급 여부를 넘어 지급 방법을 두고 논쟁이 치열하다. 지급 방법에 대한 논의는 소득 수준에 따라 선별적으로 지급하는 ‘선별지급’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보편지급’으로 나뉜다. 선별적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재정건전성 우려다. 이미 3차 추경을 통과시켰는데 2차 재난지원금을 포함해 4차 추경까지 추진하게 되면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해 정부의 재정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일부 재원을 세출구조조정을 통해 조달했다. 그러나 2차 재난지원금은 국채 발행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홍 부총리는 “3차까지 추경을 통해 세출구조조정을 해 구조조정할 사업은 거의 다 했다”며 “2차 재난지원금을 1차와 비슷하게 지급할 경우 100% 국채 발행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반면 재정건전성 우려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사태로 재정적자를 감내하며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는 다른 나라에 비해 여력이 있다는 주장이다. 앞서의 이 수석연구위원은 “1~3차 추경을 다 해봐도 (적자 국채 발행은) 30조 원에 불과하다. 4차 추경을 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양호하다”고 말했다. 이어 “OECD 국가의 평균 재정수지 적자폭이 -11% 정도로 예측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4차 추가경정 규모를 최대한으로 보더라도 현 -4%에서 -5%로 오르는 수준”이라며 “재정건전성 우려를 근거로 재난지원금 지급 찬반을 논하기보다는 효과를 따지고 가장 효율적인 정책인지 살펴봐야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