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당명 후보 중 ‘한국의당’ ‘위하다’ 희화화 우려 배제…적폐당 등 부정적 당명 후보도 다수
국민의힘 확정 공고. 사진=국민의힘 소셜 미디어 갈무리
키워드별로 분석한 결과 ‘국민’ ‘자유’ ‘한국’ ‘미래’ 순으로 많이 나왔다. 미래통합당 홍보본부는 ‘국민의힘’을 포함해 ‘한국의당’ ‘위하다’ 3개를 8월 27일 비대위에 보고했다. 홍보본부에서는 위하다를 밀었고 김종인 위원장은 국민의힘을 마음에 들어 했다고 전해졌다. 위하다의 경우 당 내에서 희화화가 될 가능성이 많다는 점 때문에 반대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김종인 위원장은 3글자로 부르기 편한 이름을 오래 고심했다고 한다. ‘한국당’을 염두에 뒀지만 자유한국당 약칭이 한국당이었기에 ‘도로 한국당’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뒤따라 그 뜻을 접었다. 김 위원장 브랜드 가운데 하나인 경제민주당도 좋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김 위원장은 당명에 ‘경제’가 들어가는 건 좋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고 알려졌다.
1만 6931건 가운데 3.5% 정도인 600여 건은 부정적인 당명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X됐당, X발이당 등 노골적인 욕설이 담긴 당명과 함께 쓸모없당, 제발해체당, 사라진당, 문닫았당, 이름좀그만바꿔당 등과 같은 당명도 접수됐다.
꼰대적폐당, 적폐당 등 미래통합당을 향한 부정적 시선이 반영된 당명도 나왔다. 쪽바리당, 토착왜구당, 친일종북당, 수구적폐왜구친독재권위주의당, 친일자위당, 원숭이당 등과 같은 친일 관련 당명도 있었다. 전직 대통령을 연상케 하는 당명도 접수됐다. 이명박구속이당, 세번탄핵당, 최태민사랑한당 등이다. 멍멍멍멍왈왈왈왈, 숭구리당당숭당당 등과 같은 장난 섞인 당명도 눈길을 끌었다.
새 당명을 두고 잡음이 일기도 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생활정치 네트워크 ‘국민의 힘’은 나와 많은 회원들이 2003년에 발족한 시민단체 이름이다. 내가 초대 공동대표를 맡았다”며 “통합당은 도용하지 말라”고 했다. 둘은 차이는 띄어쓰기 여부다.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과 헷갈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안 대표는 8월 31일 오전 최고위원회의 뒤 “미래통합당의 당명이 국민의힘으로 결정될 예정이다.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국민의당과 다르지 않겠나”라며 “다른 당 당명에 대해서 내가 뭐라고 의견을 말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우선은 선거관리위원회가 유사당명인지 아닌지 판단할 것인데 언뜻 그렇게 듣기로는 유사당명으로 될 것 같지 않다”고만 했다.
전통적인 지지층 사이에서는 이념적인 단어가 없어 정당의 색깔이 흐려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이에 대해 김종인 위원장은 “지금 소위 이념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 이념적 측면에서 당명을 얘기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당명 자체가 주는 효과를 기대하는 이들도 있다. 가령 ‘4대강 홍수피해 왜 침묵? 민주당, 미래통합당에 직격탄’이란 기사의 헤드라인이 ‘4대강 홍수피해 왜 침묵?…민주당, 국민의힘에 직격탄’으로 바뀌면 민주당과 야당이 아니라 민주당과 국민과의 갈등처럼 보이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국민의힘의 뿌리는 1990년 민주정의당과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의 ‘3당 합당’으로 출범한 민주자유당이다. 민주자유당은 1996년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구속 뒤 신한국당으로 이름을 바꿨다. 신한국당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통합하며 한나라당으로 당명을 다시 교체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2년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꿨고 새누리당은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태 국면에서 자유한국당으로 바뀌었다. 자유한국당은 이번 총선 때 미래통합당으로 다시 간판을 바꿔 단 바 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