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자와 달리 추천에 의해 뽑혀…정산연 측 “방통위 경험 있고 정부·기업 가교역 판단”
최민희 전 의원. 사진=일요신문DB
이화여대 사학과를 졸업한 최 전 의원은 1985년 월간지 ‘말’의 기자로 활동했다. 민주언론운동협의회에도 참여해 이후 명칭을 변경한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총장과 상임대표를 지냈다. 2008년 2월 방송위원회가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 개편돼 사라질 때까지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그 뒤 19대 민주당 국회의원을 지냈다. 정보통신과는 거리가 먼 셈이다.
현재 정산연 회장단에서 비기업인은 유일하게 최민희 전 의원이다. 정산연은 1979년 전경련 부설기관으로 창립된 IT 유관 기업 민간단체다. 회장단은 IT 유관 기업인의 산실이다. 정진섭 현 회장은 데이터 기업인 오픈베이스 회장이며 부회장단은 송기홍 한국IBM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최재일 한국후지쯔 대표, 지창건 한컴인텔리전스 대표, 김영섭 LG CNS 사장, 삼성SDS 출신 이광성 두산 고문 등이 들어가 있다.
최 전 의원 전임 박우건 전 상근부회장도 정치권과 밀접한 인사였다. 그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고위 공무원으로 근무했던 인물이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정무장관실에서 일했고 노무현 정부 땐 청와대 여성특별위원회에서 차별개선조정관으로 일했다. 전문 분야도 여성계와 관련됐지 IT와 별다른 인연은 없었다.
박우건 전 상근부회장은 “나는 공직에 있었던 사람이지 정치권 인사가 아니다. 정치를 할 기회가 많았지만 내가 하지 않았다. 나는 민정당 공채 출신 당료였기에 되레 민주당 정권에서 인기가 없었던 사람이었다”며 “공직에서 여성계 관련 일을 하다 한국생산성본부의 자생력을 키우는 데 10년여 사력을 다 했다. 한국생산성본부를 그만두며 한국생산성본부에서 했던 교육 사업 등을 정산연에 이식해 볼 생각에 직접 정산연 상근부회장직 공모에 지원해 합격해서 일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한 정산연 관계자에 따르면 박우건 전 상근부회장 말처럼 예전에 상근부회장직은 공모에 준하는 채용 절차와 경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최 전 의원 임명 때는 추천에 의해서 이뤄졌다고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과기부는) 정산연 상근부회장직에 최민희 전 의원을 추천한 바 없다. 정산연이 최 전 의원을 상근부회장으로 올렸다”고 했다. 정산연 관계자는 “상근부회장직은 공모보다는 대부분 회장이 추천해 임명된다. 상근부회장직에 최민희 전 의원을 추천한 사람은 정산연 전임 회장”이라고 했다. 정산연 전임 회장은 이상현 KCC정보통신 부회장이었다. 이 부회장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정산연 회장직을 수행했다.
추천 이유에 대해서 정산연 관계자는 “최민희 전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 경험도 있고 해서 기업과 정부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더군다나 작년엔 정보산업분야의 현안이 데이터 3법 등 계류 법안 처리였다. 업계의 목소리를 대신 낼 수 있는 분이라 추천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민희 전 의원은 “지금 바빠서 취재에 응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