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그쳤던 악플과의 전쟁 이제는 위자료까지 “악플로 패가망신한다는 걸 보여주겠다” 트렌드
최근 이승기가 자신을 오래 괴롭혀 온 악플러를 잡아 벌금 500만 원의 중형이 선고됐다는 소식을 알렸다. 사진=박정훈 기자
재판 과정에서 이승기 측은 철저하게 “합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기의 소속사 후크엔터테인먼트는 “가족분들이 선처를 호소하는 악플러도 있었다. 그러나 절대 합의 없이 법적으로 처분될 수 있도록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까지 진행해 악플러들을 뿌리 뽑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앞서 걸그룹 AOA의 전 멤버이자 배우 권민아의 소속사 우리액터스도 권민아에 대한 비방 및 허위사실을 조직적으로 제작해 유포해온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이용자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가수 강다니엘과 김희철도 악플과의 ‘민사’ 전쟁을 선포했다. 강다니엘 측은 권민아와 마찬가지로 디시인사이드의 특정 게시판과 그 이용자들을 악플의 원천지로 꼽았다. 지난해 12월 강다니엘은 디시인사이드 ‘프로듀스101 시즌2 갤러리’를 폐쇄할 것을 디시인사이드 측에 공개적으로 요청한 바 있다.
강다니엘의 법률대리인을 맡았던 법무법인(유) 율촌의 염용표 변호사는 “‘프듀2’ 갤러리의 게시물 가운데 상당수가 강다니엘을 비방하며 그의 사회적 평가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명예훼손적 허위 사실이었다. 그런 불법 게시물이 하루에도 수천, 수만 개씩 지속적으로 게시돼 강다니엘로 하여금 연예활동 중단을 선언하게 했다”고 말했다.
가수 강다니엘은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프듀2 갤러리’ 내에서 불거진 각종 악플 테러로 활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까지 했다. 사진=박정훈 기자
김희철은 여초 커뮤니티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그가 아끼던 동생 설리의 사망 이후 김희철은 위근우 칼럼니스트와 이 사건에 대해 한 차례 온라인 설전을 벌인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페미니스트로 자칭한 여성 네티즌들이 김희철에게 도가 지나친 비난을 보내며 과열된 양상을 보였다. 결국 지난 7월 6일 김희철은 법무법인 정솔의 변호사 6인을 선임해 이들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선처는 없다. 합의를 한다 하더라도 모두 변호사에게 줄 것”이라고 선전포고를 했다.
비록 피소된 악플러의 실재 여부는 명확하지 않으나 전 젝스키스의 멤버 강성훈도 김희철과 같은 법무법인 정솔의 도움을 받아 최근 악플러 1명에 대해 고소장을 제출했다. 한때 강성훈의 팬이었으나 그의 행보를 보고 안티가 됐다는 이 악플러는 고소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강성훈의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자신이 피소된 악플러라며 사과문을 외국어로도 번역해 올리는 등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강성훈은 경찰에 직접 고소장을 접수하는 모습을 방송으로 내보낼 정도로 악플러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앞서 강성훈은 자신의 아이디를 사칭해 젝스키스를 비방한 네티즌 등에 대해서도 법적 조치를 진행할 것을 밝힌 바 있다.
국내에서 최초로 악플 민사소송을 제기하려 한 움직임은 2005년 ‘포털 피해자를 위한 대표 모임’이 시작이었다. 단순히 악플을 단 개인뿐 아니라 이를 방치한 포털사이트에도 책임을 묻겠다고 나섰다. 실제로 이 같은 움직임을 바탕으로 2007년에는 포털사이트 기사 댓글을 통해 특정인의 신상정보와 비방성 글이 확산될 경우 이를 방치한 포털사이트도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같은 해 또 다른 법원에서는 악플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입은 피해자에게 악플러가 위자료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악플러 고소와 관련해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한 가수 김희철. 그는 “악플러와 합의는 없으며 하더라도 전액 변호사에게 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연예인의 악플 민사소송은 알음알음 진행돼 왔지만 판결까지 공개된 적은 없었다. 민사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발언도 단순히 “민사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최근 연예인들은 고소 과정을 지속적으로 공지하면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끝까지 가겠다”며 완강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악플러 고소를 진행한 한 연예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이제까지 연예인들이 악플러에게 민사소송을 진행한다고 정확히 밝히면 ‘대중 덕분에 먹고 살면서 대중을 고소한다’며 더 많은 악플이 쏟아졌다. 그래서 대놓고 민사소송까지 진행한다는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민사 손해배상 청구는 악플로 인해 연예인이 어떤 금전적 손해를 봤는지만 입증할 수 있다면 승소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며 “작게는 정신적 피해 보상을 위한 위자료부터 크게는 악플로 인한 이미지 훼손으로 CF나 차기작 등의 계약이 해지되거나, 피해 연예인의 활동 중단으로 소속사가 애초에 기대했던 미래 수익에 대한 손해 등을 포함해 청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 액수에 대해서는 “너무 많은 금액을 청구할 경우 도리어 연예인들에게 ‘악플로 장사하냐’는 또 다른 비난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변호사와 상의해 상한선을 정해놓고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아무래도 대중을 상대로 하는 소송이다 보니 이 부분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너 때문에 일하지 못한 만큼 뜯어내겠다’라기보다 ‘너희들도 이런 결말을 맞을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경고 측면이 아직은 더 강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