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부족 속 시름하던 성인물 시장 반색…“일본AV 불법 유통부터 뿌리 뽑아야”
성인영화 감독 데뷔를 앞둔 김영희는 ‘성인영화계의 이병헌’으로 불리는 배우 민도윤과 함께 ‘아이콘택트’에 출연했다. 사진=채널A ‘아이콘택트’ 방송 화면 캡처
김영희가 준비 중인 성인영화는 ‘기생춘’. 비록 가제이기는 하지만 의도는 명확해 보인다. 과거 성인영화가 에로비디오라 불리며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 인기 영화와 드라마를 패러디한 작품이 많았던 것을 감안해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에 빛나는 영화 ‘기생충’를 패러디한 것이다. 현재 시나리오를 3분의 1 정도 써 놨다는 김영희. 그에게 일찌감치 주연으로 캐스팅 된 민도윤은 이후 별다른 진전이 없다며 답답한 심정으로 방송에 출연했다.
현재 성인영화 업계를 대표하는 남자 배우 민도윤에 앞서 대표적인 성인 여배우도 ‘아이콘택트’를 다녀갔다. 지난해 12월 9일 방송된 ‘아이콘택트’에 이채담과 백세리가 동반 출연했다. 이채담은 현역 최고의 성인영화계 스타이며 업계에서 여신이라 불리던 백세리는 성인배우 은퇴를 선언한 상태였다. 이채담은 이날 방송에서 “성인배우 6년차인데, 좋아하는 직업이기에 미래의 자식에게도 당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초등교사 출신 성인배우’라고 자신을 소개한 백세리는 “악플을 보며 내가 성인배우를 하지 않았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며 성인배우의 아픔을 얘기했다.
이처럼 성인배우들의 연이은 방송 출연, 그리고 개그우먼 김영희의 성인영화 감독 데뷔 소식 등을 성인영화 업계에선 매우 반기고 있다. VOD 시장이 급성장한 데 이어 OTT 시장까지 커지면서 동영상 콘텐츠의 유통망은 매우 탄탄해졌다. 이로 인해 성인영화 제작 편수도 많이 늘었지만 그렇다고 업계 시장이 부활한 건 아니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배우 부족이다. 성인영화 업계에서 활동하는 배우 군이 넓어져야 스타도 등장하고 업계도 전반적으로 성장한다. 최근 이채담, 민도윤 등 스타급으로 분류되는 이들이 몇몇 등장해 방송까지 출연하고 있지만 매우 제한적이다. 이채담 역시 ‘아이콘택트’에 출연했을 당시 “경쟁할 수 있는 배우들이 다 빠져버리니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상황”이라며 “배우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게 퀄리티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었다.
이채담은 “경쟁할 수 있는 배우들이 다 빠져버리니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상황”이라며 “배우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퀄리티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사진=채널A ‘아이콘택트’ 방송 화면 캡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문제지만 업계 시장이 좋아야 배우가 많아지고 스타도 나올 수 있다. 또 배우가 많고 그중에서 스타가 나와야 업계 시장이 좋아진다. 한 성인영화 제작업체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새 좋은 배우들이 여럿 등장하긴 했었다. 한 여배우는 스타성은 물론이고 연기력이 매우 탄탄해 팬들에게 환호를 받았지만 오래 활동하지 못하고 업계를 떠났다”며 “워낙 걸그룹이 많이 데뷔했던 터라 잘 풀리지 않아 성인영화 업계로 온 여배우들도 몇몇 있다. 그런데 당사자는 물론이고 과거 속해 있던 걸그룹 소속사 측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을 꺼린다. ‘걸그룹 출신 성인영화 배우’라는 타이틀을 못 쓰면 화제성도 사라지고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성인영화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더 급한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미 오래된 문제이지만 국내 온라인에서 무작위로 돌아다니는 일본 AV의 불법 유통이다. 웹하드 사이트 등에서 제휴 콘텐츠가 아닌 일본 AV가 불법 유통돼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의 성인영화 제작업체 관계자는 “제휴 콘텐츠가 아니면 웹하드 이용료만 내는 터라 저작권자 몰래 가져오는 일본 AV는 단 몇 백 원만 내면 다운받을 수 있다. 당연히 우리보다 훨씬 콘텐츠가 발전된 일본 AV를 더 저렴하게 볼 수 있는데 누가 더 많은 돈을 내고 한국 성인영화를 보겠는가”라며 “시장이 활성화된 일본 AV 업계에는 스타급 여배우가 넘쳐나는 데다 모자이크 처리가 안 된 포르노도 많다. 사실상 경쟁이 안된다”고 말했다.
극히 일부 일본 AV가 정식 수입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불법으로 유통되고 있다. 이런 불법 일본 AV에 자체 제작 자막까지 붙여서 올리는 업로더들도 있다. 역시 불법이다. 당연히 처벌 대상이지만 단속의 손길은 거의 없다. 몰카와 리벤지 포르노 등으로 인해 문제가 된 웹하드 카르텔이 붕괴된 이후 웹하드에서 이뤄지는 일본 AV 불법 유통까지는 수사기관도 그리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이에 에로업계 관계자들은 이제 수사기관이 웹하드에서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일본 AV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여 ‘일본 AV 웹하드 카르텔’도 무너트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인콘텐츠 전문가 망치는 “일본 AV야말로 진정한 ‘노재팬’ 대상인데 일본 맥주 안 마시고 일본 브랜드 옷은 안 입어도 일본 AV는 본다”라며 “일본이 싫다며 그 나라 AV는 몰래 훔쳐보는 게 말이 되냐”고 말했다. 이어 “근친상간, 납치·구금·강간, 교복물 등 일본 AV의 자극적인 내용은 국내에서 관련 성범죄를 야기할 수 있을 만큼 위험하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한국 성인영화 산업이 자랄 토대를 모두 빼앗아가 버렸다”며 그 심각성을 지적했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