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비번 1234 누르고 침입, 반납 안한 카드키로 범행, 물건 확인 핑계 방문해 살해도
혼자 사는 집에 무단 침입하는 사건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원룸 밀집지역 도로의 CCTV와 비상벨 등으로도 범죄 예방에 한계가 있다. 사진=일요신문DB
#도어록 비밀번호 ‘1234’는 안 돼
9월 10일 부산 남부경찰서는 5월 말부터 9월 초까지 수차례에 걸쳐 아래층에 홀로 사는 남성 집에 몰래 드나든 남성 A 씨를 주거침입, 절도, 공연음란 등의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A 씨는 자신이 사는 원룸 아래층 집에 몰래 들어가 홀딱 벗고 돌아다니며 음란 행위까지 한 것으로 전해진다. 게다가 나체 상태로 복도를 수차례 돌아다니기도 했다. 심지어 냉장고 안에 있는 캔맥주를 꺼내 마시기도 했는데 캔맥주가 사라진 것을 수상하게 여긴 피해자가 괴한의 침입을 우려해 비밀번호를 바꿨다. 그런데 며칠 뒤 한밤중 누군가 비밀번호를 누르며 침입을 시도해 원룸 CCTV를 확인했고 그 과정에서 A 씨의 소행이 드러났다.
어떻게 비밀번호를 알았을까. 경찰 조사 과정에서 A 씨는 피해자 집 현관 도어록에 비밀번호를 ‘1234’로 눌러봤는데 문이 열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이 원룸의 모든 세대의 초기 비밀번호가 ‘1234’였는데 피해자가 이사 온 뒤 이를 변경하지 않은 것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남성이지만 충분히 혼자 사는 여성도 피해자가 될 수 있었던 사건이다
부산 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이사를 해 새로 입주할 때 반드시 비밀번호를 바꿔야 한다”라며 “‘1234’나 ‘0000’ 같은 비밀번호는 피해야 한다. 여성 혼자 사는 집에 가서 그런 흔한 번호를 이리저리 눌러보다가 우연히 열리면 무단 침입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카드키 설정 바꾸고 관리 철저
보안전문가들은 비밀번호를 바꾸는 것은 기본이고 아예 현관 잠금장치를 초기화하라고 권한다. 비밀번호는 바꿨지만 카드키 설정까지 바꾸는 경우는 흔치 않아 이를 노린 범죄도 있다. 지난해 7월 부산에서는 여성 혼자 사는 오피스텔에서 몇 차례에 걸쳐 카메라와 현금 등 480만 원 어치의 금품이 도난당한 사건이 있었다.
몰래 따라오는 남성들만 여성 혼자 사는 집에 무단침입을 하는 것은 아니다. 보다 지능적으로 여성 혼자 사는 집을 노리는 이들이 있다. 여성 혼자 사는 원룸을 둘러싼 범죄를 그린 영화 ‘도어락’의 한 장면. 사진=영화 ‘도어락’ 홍보 스틸 컷
확인 결과 범인은 두 달 전까지 그 오피스텔에 살았던 30대 남성이다. 그는 이사 가는 과정에서 자신이 살던 집에 20대 여성이 혼자 이사 온다는 소식을 접한 뒤 카드키 하나를 반납하지 않고 갖고 있었다. 이를 활용해 세 차례나 무단 침입해 절도행각을 벌이다 피해자가 몰래 설치한 CCTV로 결국 덜미가 잡혔다. 이 남성은 주거침입과 절도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사하며 카드키 설정을 바꿨다면 이후 관리도 중요하다. 지난해 2월 25일 부산 남부경찰서는 같은 회사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는 동료 여직원이 혼자 사는 오피스텔에 침입한 30대 남성 B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B 씨는 피해여성이 점심시간에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카드키를 훔친 뒤 피해여성의 집으로 가 미리 준비한 빈 카드를 현관 도어록에 등록한 뒤 회사로 돌아와 카드키를 다시 제자리에 뒀다.
그날 밤 B 씨는 피해여성의 집을 찾아가 초인종을 누른 뒤 아무런 인기척이 없자 복제한 카드키로 몰래 들어갔다. 그런데 당시 피해여성이 집 안에 있었고 결국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사설 보안업체 관계자는 “대개의 현관 도어록은 사용자 편의를 위해 카드키 등록이 손쉽게 돼 있는데 이를 활용한 범죄가 발생하곤 하기 때문에 평소 카드키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중고거래도 주의해야
중고거래도 조심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21일 부산진구의 한 아파트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혼자 살고 있던 피해자인 30대 여성은 이사를 준비하며 중고거래 사이트에 가구를 매물로 내놨는데 가구 상태를 확인하고 싶다는 20대 남성 C 씨의 연락을 받고 방문을 허락했다.
그렇게 집에 들어간 C 씨는 피해자를 둔기로 내리쳐 살해했다. 이후 피해자의 휴대폰으로 가족과 지인들에게 ‘급한 일이 생겨서 당분간 연락이 어려울 것 같다’는 문자를 보내 범행 은폐를 시도했다. 그렇지만 이런 문자를 수상히 여긴 가족들의 신고로 범인이 검거됐다. 체포된 뒤 C 씨는 “가격을 깎아달라고 그랬는데 무시해 화가 나서 그랬다”고 진술했지만 거짓이었다.
경찰 확인 결과 C 씨는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피해자의 물건을 접한 지난해 10월 20일 몰래 피해자의 집을 찾아가 혼자 산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다음 날인 21일 오후 3시 39분 가구 크기 측정을 이유로 방문해 범행 장소 내부를 살폈다. 그리곤 그날 6시 40분에 다시 방문해 범행을 저질렀다. 피해자의 통장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피해자를 살해했고 스스로 목을 매 숨진 것처럼 위장했다. 그리곤 피해자의 은행 계좌에서 3200만 원을 빼냈다. 부산지법 형사5부는 지난 5월 16일 C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