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선 김제시의장 주민소환추진위 공동대표…‘시의장 불륜 스캔들 선거이용, 김제 명예 먹칠’
김제시의장 주민소환추진위원회 문병선 공동대표
문병선 공동대표는 시민사회단체 회원이나 활동가가 아니었다. 농업법인에서 일하고 있는 평범한 농민이고 일반 시민이다. 김제시의회 불륜 스캔들이 언론에 보도되기 전까지만 해도 정치에는 관심조차 없었다. 그는 시의장의 부도덕하고 무책임한 처사에 분노했다. 하지만 차분했고 단호했다. 시민들이 봉기해 민의를 외면하고 무시하는 시의장을 시민들의 이름을 끌어내야 한다며 주민소환의 당위성과 의지를 강조했다. 시민들의 힘으로 풀뿌리 민주주의를 바로 잡고 부도덕하고 무책임한 정치인들에게 경종을 울리겠다는 각오이다.
▲정치인에 대한 주민소환은 선례가 거의 전무하고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운 작업인데 어떻게 시작하게 됐습니까?
“김제시의회의 불륜 스캔들이 신문과 방송에 보도되면서 김제시는 전국적으로 망신살을 뻗쳤고 시민들은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창피했지만 시의회가 시민들에게 사과하고 스스로 봉합할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제명을 당하는 불륜 시의원까지 의장 선거에 활용하는 부도덕한 상황을 보고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시의회가 스스로 잘못을 인식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은커녕 불륜도 불명예스러운데 이를 정략으로 이용하는 것을 보고 자정 능력을 상실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더욱이 기자회견을 열어 해당 시의원이 불륜을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실을 호도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것을 보고 시민들이 봉기해 파렴치한 정치인을 퇴출시켜야 한다고 결심했습니다”
▲김제시의장 주민소환추진위는 어떻게 구성됐습니까?
“처음에는 저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김제시의회의 부도덕하고 무책임한 상황을 전파하기 시작했고 뜻을 같이하는 시민들을 규합해 ‘김제시의회 정상화를 위한 시민모임’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책임지는 모습이 아닌 거짓 변명은 물론이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시민들을 고소하는 행태를 보고 주민소환과 공익소송을 결의했고 지난 8월 7일 주민소환추진위를 구성한 것입니다”
“주민소환추진위는 개인사업자인 정신종(55) 상임대표와 저를 비롯해 전업주부 김윤덕씨(49), 민노총 일반노조 김제시지부 박춘규(59) 위원장 등 공동대표들과 시민사회단체 대표, 시민 등 46명의 위원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여성농민회 강다복(60)회장이 주민소환 청구인대표를 맡아 8개 농민단체를 이끌고 주민소환추진위와 연대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시민운동가나 활동가가 아닌 순수한 시민들로 구성됐으며 나중에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개인적으로 참여했고 농민단체연합회가 가세해 두 단체가 공동으로 주민소환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농민단체연합회는 농촌지도자김제시연합회와 농업경영인김제시연합회, 김제농민회, 김제시4-H본부, 김제시4-H연합회, 여성농업인김제시연합회, 생활개선회김제시연합회, 김제시여성농민회 등 8개 단체로 구성된 김제시 관내 최대 농업인단체연합체입니다”
▲어떤 일을, 어떻게 진행하고 있습니까?
“지난 8월 31일 김제시선관위로부터 여성농민회 강다복 회장이 김제시의장 주민소환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와 서명부를 발급받았습니다. 이에 따라 주민소환추진위와 김제시농민단체연합회는 서명을 받을 수 있는 250명의 수임인을 등록하고 9월 6일부터 본격적인 서명작업에 돌입했습니다”
“앞으로 온주현 시의장 지역구인 김제시나선거구(검산동·용지면·백구면·백구면)에서 8월 31일부터 10월 30일까지 60일 동안 주민소환 투표 최소 개시 요건인 약 4,200여명 이상의 서명을 받을 예정입니다. 농민단체들이 면지역, 주민소환추진위가 동지역 등을 각가 분담해 서명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무난하게 주민투표를 위한 서명인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김제시내 곳곳에 온주현 의장의 주민소환에 대한 당위성을 알리는 ‘격문’을 붙여 시민들의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비사벌아파트 사거리에 천막을 치고 가두서명을 받고 있는데 시민들의 호응이 뜨겁습니다. 시민들은 시의회의 무책임과 부도덕한 처신을 용서하면 안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심지어 시의회 무용론을 제기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습니다”
김제시의장 주민소환추진위원회가 지역 유권자들의 서명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가두서명장에 저녁 늦은 시간까지 시민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김제시의회와 시의장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이제까지 주민소환추진위에 사과는커녕 대화 의사조차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사과문을 시의회 명의로 발표했다가 일부 의원들의 반발로 취소되기도 했습니다. 김제시의회 의장단이 주민소환추진위의 기폭제로 작용했던 페이북 운영자인 저와 저의 글을 공유하거나 퍼 나른 집행위원 김윤곤씨와 최종일씨 등 3명을 ‘모욕 및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저는 하도 어이가 없어 경찰 진술에서 피고소인 진술을 통해 현직 공직자에 대한 명예훼손 범위가 어디서 어디까지인지 묻기도 했습니다. 시의장단의 고소가 기소로 이어진다면 정식 재판을 청구해 적극 대응할 생각입니다. 자신을 뽑아 준 시민들을 고소한 것은 적반하장을 넘어 시민들을 개, 돼지보다 못하게 대접한 거나 다름이 없기 때문입니다”
▲주민소환은 김제시에서는 전례가 없었던 초유의 일이라 추진하는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어려운 점은 무엇입니까?
“주민소환제도는 제약이 너무나 많아 현실적으로 실현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먼저 유권자들에게 주민소환의 취지나 배경을 설명할 수 있는 홍보를 할 수 없습니다. 현수막이나 유인물도 제작할 수도 없고 심지어 가두서명을 받는 천막에 서명운동 지역과 안내 문구조차 표시할 수 없습니다.”
“주민투표를 위한 서명자 수와 주민투표 투표율도 비현실적입니다. 지난 2019년 전주시의회 라선거구 보궐선거 투표율이 21.8%에 불과했는데 주민소환을 위해서는 지역구 유권자의 20% 이상의 서명을 받아야 주민투표가 이뤄지고 유권자 30% 이상 투표와 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합니다. 주민소환 자체를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주민소환제가 도입된 이래 전국 지자체에서 98차례 정도의 주민소환이 추진됐지만 성사된 것은 단 1건에 불과합니다. 대부분 주민투표조차 할 수 없었고 설사 주민투표를 했더라도 투표율이 30%에 미치지 못해 개표도 못했습니다. 이번 김제시의장 주민소환에는 유권자 2만여명 가운데 7,000명이 투표해야 돼 험로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김제시민들에 하시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김제시 발전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받들고 실행하는 민의의 대변인으로서 정치인의 역할에 충실해야 합니다. 그런데 시의장이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이 같은 본분을 망각하고 불의와 타협하고 민의를 저버려 문제가 발생한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기본인 시민만을 위한 시민중심 사고가 절실합니다”
“이번 주민소환을 계기로 시민들도 자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어떤 정치인을 우리의 일꾼으로 선택할 지를 다시한번 고민하길 바랍니다. 정치인이 잘못하면 준엄하게 꾸짖고 책임을 추궁하는 민주 시민정신도 필요합니다. 이제 풀뿌리민주주의가 한 걸음 발전하느냐, 아니면 퇴보하느냐 하는 기로에 봉착해 있습니다. 주민소환에 김제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성원을 호소합니다”
신성용 호남본부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