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점·인력감축 이동우 대표 전진배치, 신동빈 회장도 위기 강조…롯데지주 “그룹 차원 확대 사실무근”
서울시 중구 을지로 1가 롯데그룹 본사 전경. 사진=박정훈 기자
#2021년 롯데그룹 전체 구조조정 단행되나
오는 2021년 롯데그룹이 전체 계열사를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그룹 안팎에서 들리고 있다. 올해 초 송용덕 롯데그룹 부회장이 공개회의 자리에서 계열사 직원수를 언급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직원들의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또 유니클로의 에프알엘코리아 배우진 대표가 인력 구조조정 관련 메일을 전 직원에게 발송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부문장님, 어제 회장님께 이사회 보고를 드렸는데 인사 구조조정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며 “보고 내용대로 인원 구조조정이 문제없도록 계획대로 꼭 추진을 부탁한다”는 것이 논란이 된 이메일 내용이었다.
롯데그룹 한 관계자는 “희망퇴직 등의 구조조정을 전 계열사로 확대한다는 이야기가 지주에서 논의되는 것 같다”며 “그 규모가 상당하다고 전해지는데 코로나19로 그룹 전체 실적이 추락하는 것이 요인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앞서 롯데쇼핑은 당초 3∼5년에 걸쳐 200여 점포를 정리하는 계획을 목표치의 절반 이상인 120여 개를 연내 닫는 것으로 수정했다. 폐점에 따른 인력은 인근 점포로 재배치한다는 계획이라며 인력 구조조정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연내 16개 점포를 정리할 계획인 롯데마트는 현재 11개 점포를 폐점했다. 롯데마트는 인력을 재배치하고 창사 이래 처음으로 무급휴직을 진행했다. 하지만 최근 롯데마트가 몇몇 직원들을 대상으로 권고사직을 통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8월 13일 이동우 대표를 롯데지주 대표로 승진시킨 이유도 구조조정을 지휘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올해 이 대표는 롯데하이마트의 적자 실적을 극복하기 위한 카드로 구조조정을 선택했다. 지난 3월 롯데하이마트는 직원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이후 인사발령을 통해 본사 직원을 지사 및 지점 등의 현장으로 보냈다(관련기사 ‘여자는 수도권 남자는?’ 롯데하이마트 긴급 인사발령 파열음).
올 상반기 롯데하이마트는 14개 점포를 폐점했다. 올해 반기보고서에 공시된 감축 인력은 77명이다. 이를 바탕으로 코로나19로 여파를 이겨내고 호실적을 올렸다. 올 상반기 롯데하이마트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 410억 원, 888억 원이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매출이 3.2% 줄어들었지만, 영업이익은 26.7%나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당기순손실 999억 원을 기록했으나 올 상반기에만 당기순이익이 546억 원에 달할 정도로 실적 반전을 이뤘다.
황각규 부회장 후임으로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가 내정됐다. 사진=연합뉴스
#롯데그룹 신용도 하락 가능성 대두
롯데그룹 전체 구조조정이 거론되는 배경으로는 수년째 악재가 겹치면서 매출 하락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따른 중국 사업 악화, 일본 제품 불매운동 등에 이어서 올해 코로나19까지 매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롯데그룹의 비금융부문 영업이익은 340억 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1조 5070억 원인 점을 고려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롯데자산개발, 롯데렌탈뿐만 아니라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 호텔롯데까지 신용등급이 부정적으로 조정됐다.
국내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는 “코로나19 여파로 소매유통, 호텔·레저, 화학부문 실적이 급락했다. 신리스회계기준 도입으로 대규모 리스부채의 영향까지 더해지면서 2018년 이후 차입 부담도 증가했다”며 “롯데그룹 핵심 계열사들의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뀌면서 그룹 통합신용도가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하는 보고서를 내놨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까지 위기를 강조하며 분위기를 잡고 있다. 지난 9월 8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주요 경영진에게 “연내 롯데의 10년 성장을 이끌 계획을 수립해달라. 롯데는 선도 기업이지만 계열사들의 목표는 비현실적이고 단기 성과에만 치중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구체적인 대응 방안 및 계획을 중장기 계획에 담아달라”고 지시했다. 앞서 신 회장은 올해 첫 사장단 회의에서 과거의 롯데는 버려라 ‘적당히 문화’는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주간회의, 하반기 사장단 회의, 8월 비정기 인사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내고 있다.
구조조정 전망 등에 대해 롯데지주 관계자는 “그룹이 위기를 겪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룹 전체로 구조조정을 단행한다는 건 사실무근”이라며 “이동우 대표가 승진한 것도 대내외 사업 환경이 급변하는 시기에 발맞춰 혁신을 이끌기 위해서지 구조조정을 위해서 지주에 온 게 절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각 계열사에서 독립된 경영을 펼치고 있는 상황인데 지주에서 마음대로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