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오거돈 박원순 연이은 지자체장 몰락…김건모 강지환 등 피해자와 첨예한 대립중
안희정 전 지사가 미투 가해자로 지목돼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치러진 2018년 지방선거를 통해 뽑힌 지자체장 가운데 무려 2명이나 성범죄에 연루됐다. 바로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다. 심지어 박 전 시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진은 미투 운동이 한창이던 2018년 두 전 시장이 함께 협약식에 참석했던 모습이다. 사진=서울시 제공
#안희정 오거돈 박원순 연이어 물의
가장 큰 화제를 양산한 곳은 단연 정치권이다. 2018년 3월 미투 운동 당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가해자로 지목됐고 결국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월의 실형이 확정됐다. 안 전 지사가 미투 가해자로 지목돼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치러진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통해 뽑힌 광역지자체장 중에도 2명이나 성범죄에 연루됐다.
지난 4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저는 한 사람에게 5분간의 짧은 면담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했다”고 강제추행 사실을 인정한 뒤 “경중에 상관없이 어떤 행동, 말로도 용서가 안 된다”며 전격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에도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가 오 시장 미투 의혹을 제기한 바 있지만 오 전 시장은 가짜 뉴스라며 강용석 변호사 등 가세연 관계자 3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그렇지만 결국 오 전 시장은 강제추행 혐의로 자진 사퇴했다.
최근 경찰 수사가 종결됐는데 8월 25일 부산경찰청은 오 전 시장 사건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강제추행 혐의는 인정됐지만 추가로 제기된 직권남용, 공직선거법 위반, 또 다른 성추행 혐의 등은 모두 ‘혐의 없음’으로 결론났다.
지난 7월 10일에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 9일 오후 5시 17분 실종 신고가 있었고 경찰이 대대적인 수색 작업을 펼친 끝에 7시간여 만에 시신을 발견했다. 유력 대선주자로 분류되던 현직 서울시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까닭은 성비위 의혹 관련으로 추측되고 있다.
박원순 전 시장이 사망한 뒤 피해자 측 김재련 변호사는 피해자 지원단체인 한국성폭령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측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사진=최준필 기자
피해자는 7월 8일 오후 서울지방경찰청을 찾아 성추행 및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박 전 시장을 고소했으며 변호인 입회 아래 고소인 조사를 받았다. 다음 날인 9일 출근을 하지 않은 박 전 시장이 홀로 집에서 나선 뒤 연락이 끊어져 실종 신고가 이뤄졌으며 결국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이후 피해자 측 김재련 변호사는 피해자 지원단체인 한국성폭령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측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이후 각종 논란이 불거졌으며 관련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지난 총선을 앞둔 공천 과정에서도 미투가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2호 영입 인재였던 원종건 씨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1월 27일 원 씨의 전 여자친구라고 밝힌 여성이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원종건 씨는 저를 지속적으로 성 노리개 취급해왔고 여성혐오와 가스라이팅으로 저를 괴롭혀왔다”는 글을 올렸다. 결국 원 씨는 영입인재 자격을 자진 반납했다. 원 씨 사건은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이 대검찰청에 고발해 검찰 수사로 이어졌지만 검찰이 각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피해자가 수사를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각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건모 강지환까지 피소 당해
연예계에선 지난해 초 불거진 버닝썬 게이트가 눈길을 끌었다. 클럽 버닝썬과 승리를 중심으로 시작된 논란으로 정준영이 주도한 단체 카톡방의 실체까지 공개되면서 유명 연예인들이 각종 성범죄를 저지른 정황이 그대로 드러났다. 게다가 정준영와 최종훈 등은 집단 성폭행을 벌인 사실까지 나왔다. 2심 재판에서 정준영과 최종훈은 각각 징역 5년과 징역 2년 6월을 선고 받았고 9월 24일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원심이 확정됐다.
‘버닝썬 게이트’가 시작되면서 정준영이 주도한 단체 카톡방의 실체까지 공개돼 유명 연예인들이 각종 성범죄를 저지른 정황이 드러났다. 게다가 정준영와 최종훈 등은 집단 성폭행을 벌인 사실까지 나왔다. 사진=일요신문DB
김건모 사건 역시 미투 운동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2016년 8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주점에서 벌어진 사건인데 피해자가 몇 년 뒤 가세연을 통해 그 사실을 폭로한 뒤 고소했다. 이런 사실이 세간에 알려진 것은 지난해 12월인데 가세연이 방송을 통해 이 내용을 폭로했고 가세연의 강용석 변호사가 피해자의 법적대리인 자격으로 김건모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지난 3월 서울 강남경찰서는 김건모에게 성폭행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수사 내내 논란이 이어졌다. 성폭행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는 김건모 측은 2017년 4월 피해자가 김건모에게 보낸 “ㅋㅋㅋ같은뱅기탔오ㅋㅋㅋㅋㅋ”라는 짧은 문자를 증거로 제시하며 사건 이후 고통스러웠다는 진술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피해자가 성폭행당할 당시 김건모가 배트맨 셔츠를 입고 있었다고 진술했지만 방송에서 김건모가 즐겨 입는 배트맨 셔츠는 2016년 12월에 처음 제작됐다고 밝혀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구체적이며 일관된 피해자 진술 등을 통해 경찰 수사 결과는 기소 의견이 나왔다. 이제는 과연 검찰이 기소를 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강지환 사건은 사건 직후 성폭행으로 고소가 이뤄져 일반적인 미투와는 다른 형태지만 유명인의 성범죄라는 측면에선 같은 범주에 속한다. 강지환은 지난해 7월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소재의 본인 집에서 외주 스태프 여성 2명이 자고 있는 방에 들어가 1명을 성폭행하고 1명을 성추행한 혐의(준강간 및 준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 당시 술에 취해 기억이 없다는 강지환은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이에 따라 1심에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사회봉사 120시간,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 40시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복지시설 취업제한 3년의 명령도 부가됐다. 2심에서도 원심판결이 유지됐다. 2심 이후 강지환 측이 상고장을 제출하면서 이제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외주 스태프 여성 1명을 성폭행하고 또 다른 1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강지환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유죄가 인정돼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다만 대법원에 상고한 이후 강지환 집 CCTV 영상과 피해자가 지인과 나눈 카카오톡 내용 등이 공개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문제는 대법원 상고가 이뤄진 뒤 공개된 강지환 집 CCTV 영상 속 피해자들의 범행 전 행동과 피해자가 지인과 나눈 카카오톡 내용 등이다. 또한 강지환 측 변호인이 피해자에게서 강지환의 정액이나 쿠퍼액 등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피해자의 속옷 속 생리대에선 강지환의 DNA가 발견됐지만 샤워 후 강지환의 옷과 물건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옮겨간 것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온라인에선 강지환이 억울한 상황이라는 주장과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라는 주장이 격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만큼 대법원의 판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