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 내부 문제 제기 기대감 속 ‘윤 총장 견제 카드’ 추미애 장관의 한 수 해석도
검찰 내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특히 아들 군 복무 시절 특혜 논란으로 수사가 진행 중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총장 견제’를 위해 임은정 검사를 ‘대검에 심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중간 간부 인사가 있었던 지 2주 뒤인 9월 10일, 법무부는 깜짝 추가 인사를 냈다. 임은정 검사만 대검찰청 검찰연구관(감찰정책연구관)에 14일 자로 발령을 내는 매우 이례적인 원포인트 인사였다. 사진=연합뉴스
#‘검찰 내부 문제 제기하는 자리’에 임은정 부장검사 임명
8월 27일 공개된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앞두고, 임은정 부장검사가 대검찰청으로 갈 것이라는 풍문이 돌았다. 당시 인사에서 임 검사는 울산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중경단) 부장검사 자리에 유임됐지만, 대검 검찰연구관 32자리 가운데 한 자리가 공석으로 남았기에 ‘임은정 검사 대검 감찰행’은 계속 거론됐다.
임은정 검사의 희망보직이기도 했다. 그동안 꾸준히 검찰 내 비리 등을 파헤치는 감찰직에 지원했다. 이번 중간간부 인사에서도 감찰담당관 등을 우선순위에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앞선 1월 중간간부 인사 때는 “감찰직 공모에 응했는데 아쉽게도 좀 부족했나 봅니다”라는 내용의 페이스북 글을 올려 직접 지원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리고 검찰 중간간부 인사 2주 뒤인 9월 10일, 법무부는 깜짝 추가 인사를 냈다. 임은정 검사를 대검찰청 검찰연구관(감찰정책연구관)에 14일 자로 발령을 낸 것. 법무부는 자료에서 “임은정 검사는 감찰 정책 및 감찰부장이 지시하는 사안에 관한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라며 “공정하고 투명한 감찰 강화를 통해 신뢰받는 검찰상 구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임은정 검사만 발령을 내는 매우 이례적인 원포인트 인사였다.
임 검사가 맡게 된 감찰정책연구관은 비직제 보직으로, 기존 대검 감찰 1∼3과와는 별도의 업무를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여러 차례 대립해왔던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의 지시를 받아 감찰 정책 등 다양한 업무를 처리하게 된다.
중간간부급 검사는 “대검 한 자리가 공석이었고 임 검사가 감찰에 올 것이라는 게 이미 공공연했기 때문에 놀랄 만한 인사는 아니었다”면서도 “다만 검사가 비리로 문제가 돼 업무에서 배제해야 하거나, 특별한 수사를 위해 소속을 옮기는 게 아닌 이상 이렇게 2주 후에 원포인트 인사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임은정 적격 자리라지만 ‘윤석열 견제용?’ 해석
임은정 검사가 걸어온 길을 감안할 때 놀라운 것만은 아니다. 지난 2001년 사법연수원 30기 수료 후 검사 생활을 시작한 그는, 소설과 영화 ‘도가니’로 유명한 광주 인화학교 사건 공판 검사를 맡으면서 화제가 됐다. 그리고 ‘무죄 구형’으로 검찰 내에서는 ‘튀는 검사’가, 언론에서는 ‘스타 검사’가 됐다.
또한 2012년 민청학련 사건 당시 15년형을 선고받았던 박형규 목사의 재심 공판에서 무죄를 구형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통상 검찰은 ‘죄가 있는 자를 기소한다’는 검찰 조직의 존재 목적을 고려, 과거 독재 당시 검찰이 억지로 기소했던 사건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할 것을 요청한다”고 하지 않고 백지 구형(판사에게 형량을 일임하는 것)을 해 왔다. 하지만 임 부장검사는 이를 거부하고 무죄를 구형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변화하는 계기가 됐다”는 칭찬도 나왔지만, 대부분의 검사들은 “꼭 그렇게 튀었어야 했냐”는 비판이 나왔다.
시점이 시점이다 보니 당연히 ‘윤석열 총장 견제’를 위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한 수라는 지적이 더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그 후 좌천성 인사에 가깝게 ‘비인기 보직’만 맴돌았던 임 부장검사는 검찰 개혁에 대해 ‘적극 찬성’하며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7년 8월 서울북부지방검찰청 부부장검사로 승진했고, 이후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이 힘겨루기를 하는 상황에서 윤석열 총장에 대해 날을 세우기 시작했다. SNS 등에 ‘윤석열 총장이 조 전 장관을 과도하게 수사한다’고 비판한 것. 그리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도입 찬성 등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검찰 개혁에 대해 ‘찬성’ 의견을 잇달아 내놓았던 임 검사는 이제 윤석열 총장 바로 밑에서 ‘검찰 내 문제’를 공식적으로 조사·조치할 수 있게 됐다.
검찰 내 문제들에 대해 고발도 서슴지 않았던 임 검사이기에, 공개적인 자리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검찰 내부 문제를 비판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하지만 시점이 시점이다 보니 당연히 ‘윤석열 총장 견제’를 위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한 수라는 지적이 더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검찰을 떠난 한 변호사는 “임은정 검사가 온라인이나 언론 등에서 스타 검사로 평가받을지는 몰라도 정말 ‘조직’을 위하는 검사인지는 모르겠다”며 “SNS에 올라오는 글들도 읽다보면 검사가 아니라 정치인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조심스레 지적했다. 앞선 중간 간부급 검사 역시 “맡은 보직에 대해 법무부가 공식 자료에서 ‘한동수 감찰부장 지시하는 사안’이라고 표현한 것은 ‘이슈가 되는 사안이라면 자유롭게 감찰할 것’이라는 얘기”라며 “윤석열 총장과 관련해 언제든 움직일 수 있는 견제 카드가 대검 핵심 보직에 들어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석열 총장은 이번 원포인트 인사의 존재에 대해서도 공식적으로 사전에 보고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총장 패싱 논란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사진=일요신문 DB
실제 윤석열 총장은 이번 원포인트 인사의 존재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전에 보고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총장 패싱 논란까지 나오는 상황. 이 같은 비판을 우려했는지, 임은정 부장검사 역시 자신의 SNS을 통해 “대검연구관은 총장을 보필하는 자리인데 저 같은 사람이 가면 안 되는 것 아니냐는 검찰 내부 일부 볼멘소리가 있는 듯하다”며 “보필(輔弼)은 ‘바르게 하다, 바로잡다’의 뜻을 가지고 있다, 검찰총장을 잘 보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감찰 보직에 근무한 적이 있는 한 검사는 “대검 감찰에 있다 보면 정말 수많은, 확인할 수 없는 형식의 제보가 들어온다”며 “제보만 들으면 모든 검사를 다 ‘감찰 대상’에 올려놓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아닌 게 태반인 곳이 대검 감찰인데 임은정 검사가 정말 ‘문제의 사실 관계 확인’에 집중해 감찰을 할지, 윤석열 총장이나 혹은 그의 측근들에 대해서만 감찰을 할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