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빙 선수 역할 소름끼치는 존재감 보여… “감정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캐릭터 연기하고 싶어”
배우 이유영은 영화 ‘디바’에서 한때는 유망주였으나 현재는 트라우마로 인해 기량을 상실한 다이빙 선수 ‘수진’으로 분한다. 사진=에이스팩토리 제공
“수진이의 마음에 집중해서 캐릭터를 준비하다 보니 수진이가 살아온 세월, 트라우마, 상처, 이런 것들을 바라보게 됐어요. 그런 마음을 숨기고 친구나 사람들 앞에선 티내지 않으면서 겉으로는 많이 웃는 캐릭터이길 바랐죠. 누가 봐도 쟤는 상처가 있을 거야, 트라우마가 있을 거야 하면서 나쁜 일을 하는 캐릭터로 보이지 않도록 말이에요. 작품에서 보시면 제가 실제로 했던 수진이의 표정과 말들이 이영이의 시선에서 보면 똑같은 얼굴인데도 소름끼치거나 무섭게 보이더라고요. 그걸 감독님께서 연출적으로 잘 표현해 주신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소름끼치는 캐릭터가 잘 완성된 게 아닐까 싶어요.”
‘디바’ 속 수진과 이영의 관계는 동등한 우정이라기엔 다소 비틀린 모습을 보여준다. 어느 순간부터 우열이 가려진 두 사람은, 가진 자의 적선 같은 배려에 매달려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는 우정을 놓고 서로를 의심하면서도 관계의 끈을 차마 놓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어쩌면 우리가 살면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우정의 형태일지도 모르는 관계성이 관객들을 영화에 더욱 몰입하게 한다.
‘디바’ 속 수진은 절친한 친구 이영을 친구로서 아끼고 사랑하면서도 한편으론 다이빙 선수로서 열등감에 괴로워 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사진=에이스팩토리 제공
앞서 이영 역의 신민아도 그랬지만, ‘디바’의 두 주연은 모두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깊은 공감을 보였다. 연기를 할 때와 작품을 직접 관람할 때는 또 다른 측면으로 상대방에게 공감이 될 법도 한데 신민아와 이유영은 모두 “그래도 제 캐릭터에 더 많이 공감이 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수진에게 공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영은 그 이유를 자신과 수진의 공통점에서 찾았다고 했다 .
“수진이는 원래 다이빙 유망주였고, 최고가 될 수 있을 만큼 실력을 가진 어린 친구였죠. 하지만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해서 순위권에도 들지 못하는 완전 바닥 선수 생활을 해요. 그럼에도 내가 최고의 다이빙 선수가 될 수 있었다는, 그런 적이 있었다는 희망과 꿈을 놓지 못하고 극복하려 하고 노력하는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남들은 다 비웃고 ‘이제 그만 좀 하지’ 욕을 하지만 수진이는 자기 상처나 트라우마를 드러내려 하지 않죠. 그런 부분에서 저도 수진이와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저 역시 제 초라한 부분이나 트라우마를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 감정을 숨기며 사는 성격인데 그런 면이 비슷해서 수진이에게 잘 이입됐어요.”
‘디바’의 두 주연 배우 모두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에 깊은 공감을 보였다. 이유영은 “초라함과 트라우마를 보이고 싶지 않아 감정을 숨기는 모습이 저와 닮았다”고 말했다. 사진=영화 ‘디바’ 스틸컷
함께 연기한 신민아에 대해서도 듣지 않을 수 없었다. 질문이 나오자 이유영은 기다렸다는 듯 그가 본 신민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작품 속에서도 친구인 수진을 큰언니처럼 잘 이끌어주던 이영의 모습 그대로, 신민아는 촬영장에서도 든든한 맏언니 역할을 했다고.
“신민아 언니와 촬영하면서 언니의 다른 모습들을 봐서 놀라는 순간들이 많았어요. 이 작품에 온몸을 내던지고 계시구나,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그런 열정과 열기를 현장에서 느끼면서 연기하는 게 제게 좋은 자극이 됐어요. 예전에 언니 작품에서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많이 봤는데, 최근 작품들도 그렇고 ‘디바’에서는 완전히 색다른 모습의 신민아 배우를 본 것 같아서 놀랍더라고요. 그렇게 소름끼치는, 날카로운 모습을 간직한 배우라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신민아가 맡은 이영은 이유영에게도 욕심이 나는 캐릭터였다고 했다. 2012년 단편 영화로 데뷔 후 연차로 따지면 올해로 8년째 연기 생활을 해 온 이유영이다. ‘간신’ ‘그놈이다’ ‘나를 기억해’ 등에서 서늘한 연기로 눈도장을 찍었기에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연기 변신을 꾀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이전보다 더욱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해 보고 싶다는 열망이 생겨났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예전엔 제가 너무 센 역할들을 많이 해서 그런 것들에서 좀 벗어나고 싶었죠(웃음). 그래서 귀엽고 사랑스러운 역을 많이 해보려고 했는데, 단막극이나 다른 드라마를 통해 좀 해소하고 나니까 다시 욕심이 생겼어요. 그리고 영화 ‘디바’를 보니 이영이 캐릭터처럼 극한까지 감정을 끌어 올려서 호흡을 이끌어나가는 그런 인물을 한번 연기해 보고 싶더라고요.”
캐릭터를 보면 늘 연기 욕심이 생길 만큼 이유영은 여전히 연기에 목이 마르다. 그에게 연기란 무엇인지, 선택의 여유가 있었다면 다른 길을 생각해 볼 수 있었을지 물어봤다. “다른 길로 벗어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단호한 대답이 나왔다.
“저한테 연기는 제가 평생 걸어가야 되고, 계속 걸어 나가고 싶은 길이에요. 연기 말고 도전해 보고 싶은 것들도 사실 없어요. 연기 안에서, 연기를 통해 할 수 있는 도전들이면 훨씬 좋을 것 같아요. 촬영을 할 때 힘든 순간도, 어려운 순간도 있지만 모든 편집과 연출의 힘으로 재미있는 영화 한 편이 만들어졌을 때, 모든 사람들이 즐기는 영화라는 매체에 이렇게 제 역할로서 스크린에 모습이 보일 때 굉장히 벅차고 감동을 느껴요. 그렇게 완성된 작품을 보고 나면 ‘또 빨리 연기하고 싶다’ ‘또 색다른 인물을 연기하고 싶다’는 욕망이 생기더라고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