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값의 10%만 내면 렌트비 대납” 광고하더니 영업 1년여 만에 잠적…유사업체 속속 등장 당국 “각별 유의”
2019년 12월 중순 신차몰의 아떼머니 사업설명회가 있었다. 팀장이라고 불리는 영업사원들이 80여 명 모였다. 모두 50~60대로 보이는 남성과 여성이었다. 신차몰은 렌트비를 대신 지급해주겠다고 했지만 렌트비를 지급 받지 못하는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결국 아떼머니는 신종 폰지사기로 드러난 셈이다. 사진=박현광 기자
신차몰은 ‘아떼머니’라는 가상의 암호화폐로 사람들을 현혹했다. ‘초기비용’인 차값의 10~20%를 한 번에 내면 그 5배에 해당하는 아떼머니를 지급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렇게 받은 아떼머니는 일대일 비율로 현금 환전할 수 있고, 환전한 돈으로 렌트비를 충당하면 된다는 설명이었다. 예를 들어, 고객이 업체에 1000만 원을 내면 업체가 고객에게 5000만 아떼머니를 지급해준다. 고객은 5000만 아떼머니를 매달 필요한 만큼 현금으로 환전해 렌트비를 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2016년 9월 법인 등기한 신차몰은 ‘아떼머니’ 방식을 2019년 3월 도입했는데, 첫 1년은 렌트비 환전이 원활했다. 렌트비 환전이 거부되거나 50%만 환전되기 시작한 건 딱 1년이 지난 시점인 지난 3월부터였다.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 “투자금 회수가 되지 않고 있다”는 등의 핑계가 이어졌다. 전형적인 폰지사기 수순이다. 신차몰에서 차량을 장기 렌트한 고객들은 캐피털사의 렌트비 독촉에 본인이 렌트비를 부담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차량 장기 렌트 계약 과정에 따르면, 중개 업체가 차량을 원하는 고객과 차량을 소유하는 캐피털사를 이어준다. 고객은 렌트비를 중개 업체가 아닌 캐피털사에 내고, 캐피털사는 영업을 한 대가로 중개 업체에 일정 커미션을 준다. 중개 업체는 계약 체결 이후엔 고객이 캐피털사에 내는 렌트비에 관여할 이유가 없지만, 신차몰은 고객에게 차값의 10~20%를 일시금으로 받는 대신 캐피털사에 내는 렌트비를 내주겠다고 약속했다.
본격적으로 렌트비가 환전·지급되지 않은 건 지난 6월이다. 2019년 9월 신차몰 충북 충주 지점을 통해 BMW X5 30d 모델을 36개월 장기 렌트한 A 씨는 “처음에 1200만 원을 신차몰에 줬다. 그 전엔 별문제 없었다. 3월부터 렌트비를 50%만 주다가 6월부터 아예 주지 않아 내가 부담하고 있다”며 “월 270만 6000원을 내고 있는데, 회사원 월급으론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이다. 렌트비를 대신 내준다고 해서 한 것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비싼 모델을 안 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청주에 사는 A 씨는 신차몰 충주 지점에서 차량을 장기 렌트했다. 1200만 원을 신차몰에 주면 매달 나가는 렌트비를 신차몰이 대신 내준다는 말을 믿었지만, 이는 이뤄지지 않았다. A 씨는 9790만 원짜리 차량을 36개월 렌트비로 9720만 원이나 내는 이상한 계약을 맺었다. 사진=A 씨 제공
전남 구례에 사는 B 씨는 6월 벤츠 GLC 쿠페 차량을 48개월 장기 렌트했는데, 그 이후 한 번도 렌트비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처음에 낸 920만 원을 한 푼도 회수하지 못한 B 씨는 매달 렌트비로 175만 원을 감당하고 있다. 피해 호소가 이어지고 있는 지역은 확인된 곳만 서울, 부산, 전남 구례, 경기 수원, 충북 충주 등 다섯 곳이다. 2월 일요신문이 잠입 취재하던 당시 신차몰 관계자는 전국에 회원이 1만여 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그보다 회원이 늘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수원에서 ‘팀장’으로 활동하며 고객에게 차량 렌트 영업한 C 씨에 따르면 수원에서만 월 50명 수준의 신규 고객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신차몰은 싼값에 외제차를 타겠다는 사람들의 욕망을 자비 없이 악용했다. A 씨의 경우엔 최소 다섯 달은 매달 270만 원의 렌트비를 신차몰로부터 지급받았는데, 이 경우 총 1350만 원을 받아 처음 낸 1200만 원을 회수하고도 남았으니 피해가 아니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A 씨의 계약을 자세히 뜯어보면 A 씨가 장기 렌트한 BMW X5 시리즈 차값은 9790만 원이다. A 씨는 36개월 동안 매달 270만 6000원을 내는 계약을 했다. 36개월 동안 총 9740만 원가량을 내는 셈이다. 3년 빌리는데, 차값 수준의 비용을 내는 이상한 계약을 한 것이다.
B 씨도 마찬가지다. 7500만 원 정도 하는 모델을 4년 동안 빌리는데, 매달 175만 원씩 48개월 총 8400만 원을 내는 계약을 했다. 차값보다 렌트비가 더 많은 계약이다. 일요신문에 직접 피해를 호소한 7명의 피해자는 모두 같은 처지였다. B 씨는 “주변에 당한 사람 많다. 아는 사람 연결로 하다보니까 내가 아는 것만 30명은 족히 넘을 것”이라고 전했다.
차값보다 렌트비가 더 비싸게 계약이 성사되는 이유는 뭘까. 취재 과정에서 ‘팀장’으로 활동한 C 씨에게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팀장’은 실질적으로 영업을 담당한 사람들이다. C 씨는 “중개 업체가 중개수수료를 0.5%에서 최대 14%까지 설정할 수 있다. 수수료가 높아질수록 고객이 내는 월 렌트비는 높아진다”며 “신차몰의 경우 고객에게 ‘어차피 렌트비는 우리가 내준다’고 현혹하면서 최대 수수료를 적용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요신문에 연락해 온 피해자들 또한 다른 중개 업체와 비교했을 때 신차몰 렌트비가 훨씬 비싸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어차피 자신이 내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 계약했다고 털어놨다. B 씨는 “위약금을 2700만 원을 내야 한다. 위약금을 내면 차량을 인수할 수 있는데, 인수 비용이 6000만 원 정도 한다. 처음 낸 돈과 렌트비까지 합하면 7500만 원짜리 차를 1억 원 이상에 사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차몰은 아떼머니 가맹점을 모집하기도 했는데, D 씨는 휴대전화 판매점을 운영하며 아떼머니 가맹점에 가입했다. 이때 300만 원 정도의 초기 금액을 아떼머니로 바꿔야 했다. 이 아떼머니가 현재 다시 현금으로 환전될 리 만무하다. D 씨는 6월 수원서부경찰서에 자신의 피해 사실과 신차몰의 사기 행태를 알리며 고소했지만 수사엔 진척이 없다. 수원서부경찰서 관계자는 “전국 단위의 사기라 수원에서 수사를 벌이기가 쉽지 않다”고 답했다.
신차몰 충주지점장이었던 E 씨는 아떼머니의 이름을 S 포인트로 바꾸고 비슷한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신종 폰지사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런 수법은 신차몰이 처음이 아니다. 유사한 수법의 폰지사기가 있어 적발한 적이 있다.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것”이라며 “계속해서 비슷한 유형의 사기가 유행하고 있는 것 같은데, 피해자가 생기지 않게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신차몰 관계자는 영업을 멈추고 잠적했다고 알려졌다. 일요신문은 신차몰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신차몰 서울 지점으로 알려진 잠실의 한 빌딩을 8월 12일 찾아갔지만 신차몰 사무실은 없었다. 대신 그 자리에 ‘S’라는 회사가 있었는데, S 사가 홈페이지에 등록해둔 주소는 신차몰이 법인등기부에 등록해둔 주소와 일치한다. 일요신문이 2월 신차몰 사업설명회에 잠입 취재했을 당시 자신을 ‘회장’이라고 소개한 인물은 “곧 S라는 이름으로 스팀세차 서비스를 오픈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S 사 직원들은 “아떼머니에 대해 아는 게 없다”며 “대표님이 신차몰을 함께 운영하고 있으니 연락을 드리라고 하겠다”고 했지만 연락은 없었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