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 “일본식 ‘트로트’라는 표현 없어져야” 주현미 “우리는 이름도 제대로 없다”
TV CHOSUN의 ‘2020 트롯 어워즈’에서 남진과 정동원이 함께 무대에 올라 열창을 하고 있다. 사진=TV CHOSUN ‘2020 트롯 어워즈’ 방송 화면 캡처
코로나19 여파로 다소 우울한 추석이 됐지만 그나마 안방극장에선 트롯 열풍으로 위안을 받은 시청자들이 많다. 특히 나훈아 콘서트 KBS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와 TV CHOSUN의 ‘2020 트롯 어워즈’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대한민국 트롯 100년을 기념하는 시상식으로 마련된 ‘2020 트롯 어워즈’에는 이미자를 필두로 하춘화, 남진, 송대관, 태진아, 설운도, 김용임, 주현미, 김수희, 진성, 조항조, 장윤정, 김혜연, 금잔디, 신유, 조정민, 김다비, 영탁, 이찬원, 정동원, 김희재, 장민호, 나태주 등이 출연했다. 사실상 나훈아만 빠졌다. 물론 본인은 추석 연휴 기간에 KBS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를 통해 시청자들을 만났지만 그래도 대한민국 트롯 100년을 기념하는 시상식에 나훈아가 빠진 것은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가능성은 낮지만 나훈아의 ‘2020 트롯 어워즈’ 불참이 시상식 이름 때문일 수도 있다. 나훈아는 꾸준히 ‘트롯’이라는 명칭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2004년 한 칼럼을 통해 ‘트롯’이나 ‘뽕짝’ 대신 ‘아리랑’이라고 부르자는 주장을 펼쳤던 나훈아는 2005년 MBC에서 방영된 ‘나훈아의 아리수’ 공연에서도 “우리의 전통가요를 트롯의 일본식 발음 트로트로 부르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앞으로 ‘아리랑’으로 부르자”고 제안했었다. 당시 나훈아는 이런 의견을 담은 문건을 작성해 방송사 예능 PD들에게 보내기도 했었다.
MBC에서 방영된 ‘나훈아의 아리수’ 공연에서도 “우리의 전통가요를 트롯의 일본식 발음 트로트로 부르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앞으로 ‘아리랑’으로 부르자”고 제안했다. 사진=MBC 제공
트롯은 ‘trot’이라는 영어에서 유래했는데 국어사전에는 영어단어 trot이 발음에 따라 두 개의 한국어 단어로 나뉘어 있다. 우선 ‘트로트’가 있는데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우리나라 대중가요의 하나. 정형화된 리듬에 일본 엔카에서 들어온 음계를 사용하여 구성지고 애상적인 느낌을 준다’고 정의돼 있다. 또 하나는 ‘트롯’으로 ‘체육 승마에서, 말의 총총걸음을 이르는 말’과 ‘1910년대 초기에 미국에서 시작한 사교춤 곡 또는 그 춤. 2분의 2 박자 또는 4분의 4 박자의 비교적 빠른 템포의 곡’으로 나와 있다. 사전적으로는 ‘트로트’가 맞는 표현이긴 하다.
문제는 국어사전에도 나와 있듯이 ‘트로트’는 ‘일본 엔카에서 들어온 음계를 사용한 대중가요’로 정의돼 있으며 영어 단어 ‘trot’을 일본식으로 발음한 것이라는 점이다. 정확한 어원은 ‘폭스트롯’으로 미국과 영국 등에서 유행한 사교댄스의 스텝 또는 그 연주 리듬이다. 폭스트롯이 일본으로 전해져 ‘도로토’라는 일본식 발음으로 불렸고 일본식으로 발전해 오늘날의 엔카가 됐다. 이런 까닭에 ‘트로트’라는 명칭이 일본식 표현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일본의 ‘도로토’가 아닌 미국의 ‘트롯’이라는 용어를 쓰는 게 더 적합하다는 주장도 제기됐었는데 요즘에는 TV CHOSUN의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이 큰 인기를 끌면서 트롯이라는 표현이 더 자주 쓰이고 있다.
2010년 국회에서 트롯의 세계화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열렸는데 이 자리에서 주현미는 “트로트는 일본 노래와는 다른데 트로트로 불러왔다. 평론가들이 트로트라고 정해버렸지 부르는 우리는 공감하지 않는다”라며 “우리는 이름도 제대로 없다. 트로트의 이름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자 역시 50주년 기념 인터뷰 당시 “나는 트로트 가수가 아니다. 왈츠, 스윙도 불렀다”고 말한 바 있다.
성인가요나 전통가요 등의 명칭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장윤정은 “애들도 부르는 노래이고 야한 노래도 아닌데 성인가요라고 부르는 것은 이상하다”라며 “전통가요라는 표현도 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만들어지고 있는 노래라는 점에서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제안들이 더 있다. 정통(正統)가요, 엔카의 한국식 표기인 ‘연가(演歌)’, 과거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공모를 통해 붙여진 이름인 ‘애가’ 등이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나훈아가 제안한 ‘아리랑’ ‘우리 가요’ 등도 있다. 가요계에선 이런 대체 이름들도 각각의 한계가 분명한 터라 당장은 트롯이라는 표현을 써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더 늦기 전에 진짜 이름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데에도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일요신문의 새 연재 코너의 이름은 ‘주간트롯’으로 정한다. 시기를 특정할 수 없는 임시 이름이다. 하루 빨리 트롯이 아닌 진짜 이름을 찾게 돼 이 코너도 정식 이름을 갖게 되길 바라며 그때까지는 트롯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려 한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