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부진 털고 다시 한번 왕좌에…통산 4회 우승으로 6회 마이클 조던 추격
르브론 제임스가 통산 네 번째 NBA 왕좌에 올랐다. 사진=NBA 페이스북
#르브론 시대 끝났다? 비판 여론 뒤집은 제임스
1년 전이었던 2018-2019시즌, 제임스는 NBA 커리어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27.4점, 8.5리바운드, 8.3어시스트로 평균 기록은 준수했지만 부상으로 82경기 중 55경기에만 나섰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접어들며 운동능력이 저하된 모습이 포착됐다. 체력적인 면에서 어려움을 느끼며 수비에 소홀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친정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떠나 야심 차게 LA 레이커스로 이적, 커리어 최초로 서부에 도전했지만 원치 않던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레이커스는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제임스는 NBA 2년차였던 2004-2005시즌 이후 14년 만에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지 못했다. ‘드디어 제임스도 내림세를 보인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1년 뒤, NBA의 ‘킹’으로 불리는 제임스는 다시 한번 왕좌에 올랐다. 개인 통산 4번째 파이널 우승이자 각기 다른 3팀(마이애미, 클리블랜드, LA)에서 거둔 우승이었다. 이전에도 3팀에서 NBA 파이널 우승을 이룬 선수는 존재했다. 이번 레이커스 우승 멤버인 대니 그린 또한 샌안토니오 스퍼스, 토론토 랩터스 시절에 이어 3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다만 제임스는 단순 3팀에서 우승뿐만 아니라 모든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며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매 우승 순간 MVP를 차지했다. 각기 다른 3팀에서 우승과 함께 파이널 MVP에 선정된 선수는 르브론 제임스가 역대 최초다. 이는 메이저리그(MLB), 미국프로풋볼(NFL) 등 미국 프로 스포츠를 통틀어서도 최초의 기록이다. 여전히 제임스의 전성시대는 이어지고 있다.
#큰 경기에서 발휘하는 존재감
NBA는 1시즌에 82경기를 치르는 장기 레이스다. 플레이오프 역시 파이널 우승까지 패배 없이 전승을 거둔다고 하더라도 최소 16경기를 치러야 한다. 쿼터당 10분을 소화하는 한국프로농구(KBL)나 올림픽 등 국제 경기와 달리 NBA는 쿼터당 12분, 1경기에 48분 경기를 치른다. 체력 안배가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만 35세 시즌을 보낸 제임스는 변함없는 활약을 펼쳤다. 부상으로 신음했던 지난 시즌과 달리 대부분 경기에 나서며 하락세에 대한 우려를 씻어냈다. 평균 득점(25.3)과 리바운드(7.8) 기록에서 소폭 하락이 있었지만 어시스트(10.2)는 되레 증가했다.
제임스는 중요한 경기마다 더 큰 존재감을 발휘하며 슈퍼스타로 성장한 인물이다. 이번 시즌 역시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더욱 특별한 모습으로 다시 한번 왕좌에 올랐다. 득점(평균 27.6) 면에서는 정규리그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야투성공률(정규리그 49.3%, 플레이오프 56%)에서 차이를 보이며 효율을 높였다. 수비 등 수치상 드러나기 어려운 활약까지 더하며 우승을 이끌었다. 실제 리바운드와 블록 기록이 늘어나기도 했다. 결정적인 순간, 승부사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제임스를 포함해 많은 선수들이 즐겨 사용하는 23번은 마이클 조던을 상징하는 번호다. 사진 속 검정 유니폼은 지난 1월 사망한 코비 브라이언트를 기리는 ‘블랙맘바’ 에디션이다. 사진=연합뉴스
#더욱 특별했던 레이커스의 우승
NBA를 대표하는 명문 LA 레이커스에도 특별한 우승이었다. 한때 밥 먹듯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레이커스는 지난 수년간 ‘암흑기’를 겪었다. 당연한 듯했던 플레이오프 무대조차 7시즌 동안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파이널 우승은 2009-2010시즌 이후 10년 만이었다.
레이커스 출신 전설적 선수인 코비 브라이언트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난 시즌이기에 이번 우승은 더욱 남달랐다. 브라이언트는 마이클 조던 은퇴 이후 레이커스를 넘어 NBA 전체 흥행을 이끌던 아이콘이었다. 제임스를 포함해 많은 후배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기도 했다.
이에 구단 측은 이번 파이널 일부 경기에서 그의 별명이었던 ‘블랙 맘바(검은 독사)’에서 영감을 얻은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치렀다. 우승이 확정된 이후 선수들은 브라이언트를 언급하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농구의 신’ 조던에 한 발 더
모든 농구 선수들이 그렇듯, 르브론 제임스 역시 ‘농구의 신’ 마이클 조던을 향한 존경심을 표현하는 인물이다. 그의 등 번호 23번 또한 조던에 대한 ‘리스펙의 표현’ 중 하나다.
조던은 존경의 대상이지만 동시에 ‘도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NBA의 다른 에이스들처럼 제임스도 조던과의 비교를 피할 수는 없다. 제임스는 자신의 파이널 우승과 파이널 MVP 수상 횟수를 4회로 늘리며 6회의 조던에게 다시 한발 다가섰다.
이미 기록 면에서는 조던을 넘어선 부분도 상당수다. 조던은 커리어 중간 메이저리그 도전으로 ‘외도’를 했고 이른 은퇴를 선택했다. 이와 달리 제임스는 이른 나이에 NBA 무대로 진출했고(대학 3학년 이후 NBA에 나선 조던과 달리 제임스는 고졸 직후 드래프트 참가) 매 시즌 꾸준히 기록을 쌓아왔다. ‘누적 기록’ 작성에선 유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럼에도 조던의 ‘아성’을 넘기는 힘들어 보인다. 조던은 NBA 파이널에 6회 진출해 단 한 번의 준우승 없이 6회 우승을 달성했다. 6회의 파이널 MVP 수상도 함께였다.
반면 제임스는 10번의 파이널에 나서 4회 우승을 경험했다. 6번의 실패가 조던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데에 발목을 잡는다. 다만 이번 우승으로 인해 ‘역대 넘버 2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는 그의 이름이 더욱 자주 오르게 될 전망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