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까지 전문가·시민 토론 통해 활용방안 마련…의미 되새길 아카이브 조성
박남춘 인천시장이 10월 14일 부평 캠프마켓에서 열린 개방행사에서 국방부로부터 전달받은 열쇠로 자물쇠를 풀고 있다. 사진=인천시 제공.
[일요신문] 인천 부평의 주한미군기지 캠프마켓이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인천시는 14일 주한미군 측과 국방부로부터 인천시장이 폐쇄됐던 정문 열쇠를 전달받아 시민들과 함께 철재문을 여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공식행사와 캠프마켓 내부 라운딩으로 오랜 벽을 허물고 인천시민 앞에 온전히 그 모습을 드러낸 캠프마켓 개방을 축하했다.
캠프마켓은 1939년 일제강점기 조병창으로, 광복 이후 주한미군기지로 사용돼왔다. 그러던 중 지난 2002년 반환 결정이 있었다. 그런데 환경조사와 후속 조치에 대한 이견으로 반환이 미뤄져왔다. 그러자 지난해 12월 정부가 인천 캠프마켓, 원주 캠프이글·캠프롱, 동두천 캠프호비 등 4개 주한미군기지 반환을 발표하면서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이는 조속한 반환을 기다리는 시민들의 바람에 부응해 우선 반환 조치를 하되, 환경조사와 후속 조치에 대해서는 한미 양국이 계속해서 협의하고 협력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박남춘 시장은 정부의 반환 발표 직후 캠프마켓 활용방안을 내놓았다. 박 시장은 우선 “부지의 안전·환경 위해 요소가 해소되는 즉시 부지를 지금 상태 그대로 우선 개방해서 시민들에게 돌려드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 “매월 1회 시민 투어와 전문가·시민 공동토론 등을 통해 도출될 다양하고 심도 있는 캠프마켓 활용방안을 반영해 2021년까지 지구단위계획을 수정·보완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캠프마켓 부지의 역사가 담긴 ‘캠프마켓 아카이브’를 조성해 시민들이 그 의미와 가치를 되돌아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박남춘 인천시장이 10월 14일 부평미군기지에서 열린 개방행사에서 문을 개방 한 뒤 내부를 라운딩하고 있다. 사진=인천시 제공.
그러나 코로나19로 국방부와 주한미군 측과의 협의가 중단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인천시는 반환구역과 미반환구역 간 철재경계펜스를 설치하는 등 시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시민들과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고 협업하는 공간으로 이날 개방하게 됐다.
이와 관련, 인천시는 9월 25일 주한미군 측의 펜스승인을 마친 직후부터 시민개방을 위한 사전 준비에 착수했다. 인천시시설관리공단, 부평구 등 관계기관과 상호 협의해 오랜 기간 방치된 야구장 제초작업과 방역, 청소 등을 위해 일일 100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력을 동원해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시켰다.
박 시장은 이날 캠프마켓 개방행사에서 “담장을 허물어낸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니다. 소중한 가치를 잊지 않고 지켜온, 희망을 잃지 않고 끝까지 싸워온, 바로 여러분”이라며 “마치 독립을 마주한 듯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제는 온전한 시민의 공간으로 만드는 일이 우리에게 남았다”며 “반환받은 부지를 마음껏,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국방부 및 주한미군과 협력해 깨끗하고 완벽하게 토양 정화를 해내겠다”고 말했다.
또한 “캠프마켓의 역사적 가치를 살리고 공간 가치를 보존,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만들어나가겠다”고 했고 “시민참여위원회를 더 확대해 라운드테이블을 구성하고 완성도 높은 협치를 구현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캠프마켓 개방행사에는 박 시장을 비롯해 박재민 국방부 차관, 홍영표·이성만 국회의원, 신은호 인천시의회 의장, 차준택 부평구청장 등이 참석했다.
박창식 경인본부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