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국감서 노동이사 활동 보장·근로감독관 부족 문제 등 소신 답변 ‘눈길’
이재명 경기지사가 19일 행안위 경기도 국감에서 근로감독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경기도 제공
[일요신문] 옵티머스 의혹 제기로 점철된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오롯이 도정과 정책에 대한 지적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10월 1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의원과 정의당 이은주 의원은 지방 정부의 근로감독 권한 공유, 경기도 31개 시군 환경미화원의 안전 기준 수칙 준수율 등 노동 관련 질의를 했고 이재명 경기지사는 자신의 소신을 드러냈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은 “경기도는 지난해 전국 지자체 최초로 노동국 설치, 노동 존중 5대 정책을 제시했다. 중대 재해기업 처벌법에 대해서도 지사께서 조속한 입법을 촉구한 것에 대해 뜻깊게 생각한다”고 운을 뗀 후 “작업 중 죽거나 다치는 환경미화원을 줄이자는 취지로 지난해 12월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청소차에 안전장치를 두는 것이다. 하지만 경기도 31개 시군의 환경미화원 안전 기준 및 작업 안전 수칙 준수율이 생각보다 미흡했다. 가장 떨어지는 곳은 남양주시로 안전 멈춤바 설치율이 13%밖에 안 됐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다른 지자체의 경우 ‘주간 작업’과 ‘3인 1조 작업’ 둘 다 이행하거나 둘 중 하나는 이행하고 있지만 남양주시는 둘 다 이행하고 있지 않다. 주간 작업과 3인 1조 작업이 원칙임에도 지자체가 조례 재개정을 통해 예외 적용할 수 있도록 하니까 많은 곳에서 예외를 두려고 한다. 예산 부족 이유로 안전 분야의 돈을 아끼다 보면 큰 사고로 이어지고 일하다 다치거나 죽는 환경미화원이 생긴다. 예외를 두지 않을 수 있도록 꼼꼼히 챙겨주셨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이재명 지사는 “의원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예외를 두는 것은 시군의 업무여서 저희가 뭐라고 하기 어렵지만 가급적이면 예외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노동이사의 활동 보장을 촉구하는 질의에 나섰다. 노동이사제는 2016년 서울시가 정원이 100명 이상인 서울시 산하 투자, 출연기관에 노동자 이사를 의무적으로 도입하도록 조례를 제정하면서 처음 도입된 제도다. 문재인 정부 역시 2017년 7월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의 100대 국정과제에서 공공기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2018년부터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은주 의원은 “경기도도 17개 기관에서 17명의 노동이사가 활동 중이지만 노동이사 활동을 보장하는 대책이 조금 부족한 편이다. 경기도 노동이사는 직무 공간도 경기도시공사를 제외하면 제공되지 않고 있다. 안건 제출 권한도 보장되지 않으며, PC마저 없는 기관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노동이사 활동 시간, 직무배치 규정, 회의비, 정보열람권 등을 보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재명 지사는 “지적이 모두 옳다. 저희는 공공기관보다 민간기업에 노동이사가 도입되게 하는 단초로 시작했지만 공공기관 내의 노동이사들도 실질적으로 이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선해나가겠다. 안건 제출 건도 준비하던 중이다”라며 노동이사 활동 보장을 약속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의원(광주 북구을)은 “근로감독관 1명이 담당하는 사업장 수가 2018년 기준 2395개에 이른다. 올해는 평균 1369개를 담당하는 수준이다. 경기도가 선도적으로 나서줬으면 좋겠다. 경기도가 산업체가 많기 때문에 특사경이 이런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챙길 수 있으면 어떤가”라고 질문했다.
이재명 지사는 “이천 물류창고 화재로 38명이 억울하게 사망했는데 이유는 단순하다. 근로조건 위반 현장이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관할 권한이 없다. 그래서 감독 기준은 노동부가 정하되 위반하는 행위에 대한 단속은 아무나, 즉 지방정부도 같이 하자고 제안했는데 노동부가 반대하고 있다. 경기도에서 연간 400명의 산재 사망이 일어나고 이 중 사고로만 200명이 사망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예산이 얼마가 들어가든 우리가 집중 관리할 테니 권한만 공유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했다.
이 지사는 “국감 오신 의원님들께 부탁한다. 지금 증원을 한 상태에서도 근로감독관이 2900명 정도밖에 안 된다. 그런데 사업장은 400만 개가 넘는다. 근로감독을 마친 사업장은 1.21%밖에 안 되고 98% 이상은 다 방치다. 근로감독관들은 신고된 체불임금 처리하는 것만도 바빠서 체불임금 처리일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노동법,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업장 점검이 늦어지는 이유다. 우리나라 산재 사망률이 몇 년간 1위다. 근로감독관을 늘리는 것이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고 두 번째는 정부에서 다하기 어렵다. 지방정부에서 단속하고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공유해주길 부탁한다. 이 문제는 사람의 목숨이 달린 문제다”라고 간청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