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스트 의혹 신 씨는 업계 존재감 없어…해외도피 ‘큰손’ 이 회장 잡힐 경우 연예계 불똥 우려
민생당이 국회 앞에서 라임·옵티머스 증권범죄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신 씨가 연예기획사 전 대표라고?”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주민철 부장검사)는 10월 20일 옵티머스의 핵심 로비스트로 알려진 전직 연예기획사 대표 신 아무개 씨와 사업가 기 아무개 씨, 김 아무개 씨 등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신 씨는 옵티머스의 핵심 로비스트로 꼽히는 인물이다.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가 강남N타워 14층에 사무실을 얻어주고 2억여 원을 들여 인테리어까지 지원해줬다. 거액의 외제차 롤스로이스까지 제공했을 정도다. 최고급 사무실과 고가 외제차 등을 지원해 준 까닭은 신 씨가 로비 업무를 담당해왔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신 씨 관련 뉴스가 쏟아지자 연예계에서도 관심이 집중됐다. 그가 연예기획사 대표 출신으로 알려졌기 때문인데, 이런 까닭에 연예계에서 잘 알려진 다른 ‘신 대표’들에게도 오해 섞인 시선이 쏠렸다.
확인 결과 연예계에서 신 씨를 아는 이는 극히 드물었다. 어렵게 신 씨를 기억하고 있는 원로 연예관계자를 찾았는데 그 역시 “신 씨는 과거 개그맨들 일을 봐주던 매니저였는데 업계에서 거의 존재가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고 나 역시 오랜 기간 잊고 지낸 사람”이라며 “기억을 더듬어보면 정치 해바라기였던 것 같은데 그렇게 그쪽 인연을 늘려간 게 아닌가 싶다”는 정도로 기억하고 있을 뿐이었다. 실제 신 씨는 과거 선거 유세장에 소속 개그맨을 동원해 주는 일을 하다 정치권과 인맥을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예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언론이 신 씨를 ‘연예기획사 전 대표’로 언급하는 것을 두고 불만이 많았다. 잠시 연예기획사 대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연예계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을 유명 연예관계자인 것처럼 소개해 연예계도 옵티머스 파문에 휘말린 듯한 오해를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도의 숨을 내쉬는 이들도 있었다. 신 씨가 실제 유명 연예관계자였다면 그 여파가 연예계까지 미칠 수 있었지만 그럴 우려는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전직 연예기획사 대표 신 씨는 옵티머스의 핵심 로비스트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가 강남N타워 14층에 사무실을 얻어주고 2억여 원을 들여 인테리어까지 지원해줬다. 사진은 간판이 없는 채로 비어있는 서울 강남구 소재의 옵티머스 사무실. 사진=최준필 기자
#라임 연루 김 회장과 이 회장
반면 라임 사태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 섞인 시선이 많다. 이미 유명 연예관계자 한 명이 라임 사태와 관련해 구속됐다. 과거 몇몇 대형 연예기획사의 대표를 역임한 김 아무개 회장이 그 장본인이다. 그는 2000년대 중반까지 연예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인물로 당대의 톱스타들과도 인연이 깊다. 방송 등 미디어를 통해 소개되곤 해 어느 정도의 대중 인지도까지 갖춘 인물이다.
그렇지만 김 회장보다 더 주목받고 있는 이는 바로 에스모의 실질 오너 이 아무개 회장이다. ‘주가조작 업계 큰손’으로 불리는 이 회장은 라임자산운용 투자를 받아 주가조작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 현재는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진다. 연예기획사 대표 출신이기도 한 이 회장은 유명 연예인 이 아무개 씨와 결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 일당은 라임 자금 1000억 원을 끌어다가 에스모와 에스모머티리얼즈 등 상장사를 인수했고, 회사 자금 470억 원을 횡령했다. 이들은 전문 시세조종업자와 손을 잡고 주가를 고의적으로 올린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도 받고 있다. 연예관계자들 사이에선 이 회장이 라임 사태의 몸통이라고 바라보는 이들도 많다.
이 회장을 20대 시절부터 알고 지낸 한 연예계 지인은 “이 회장은 본인과 동향 출신 법조인들은 물론, 정치인들과 매우 친하다”며 “이들에게 돈을 불려주겠다고 접근해 관리해주는 역할도 했다고 하더라. 내가 직접 들은 사람만 정치인 A 씨, 법조인 B 씨 등 한둘이 아니다”고 귀띔했다. 또한 이 회장을 오랜 기간 알아온 사채업자는 “이 회장은 이미 검거된 김봉현 회장 같은 사람보다 이 (주가조작)업계에 훨씬 더 오래 있으면서 네트워크도 풍부한 사람”이라며 “법조계와 정치권 인사들과의 친분이 상당하지만 이를 대놓고 자랑하고 다니지도 않았는데 그가 검거될 경우 작지 않은 파장이 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결국 이 회장이 검거될 경우 김봉현 전 회장을 둘러싼 로비 의혹보다 훨씬 더 큰 게 터질 수 있다는 얘기다. 연예계는 물론이고 사채업자들 사이에서도 ‘이 회장이 검거될 경우 게이트로 비화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기획사 대표 출신의 김 회장과 이 회장이 연예계에서 계속 화제가 되는 까닭은 그 불똥이 연예계로 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회장의 범죄 행각 가운데에는 당시 송중기, 차태현, 박보검이 소속됐던 블러썸엔터테인먼트 관련 사안도 있다. 원래 화장품 퍼프와 용기 등을 생산하는 업체였던 블러썸엠앤씨를 인수해 주가조작을 시도했다. 당시 블러썸엠앤씨가 블러썸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퍼지면서 주가가 급등한 바 있다.
결국 검찰은 에스모머티리얼즈와 블러썸엠앤씨 관련 주가조작 세력 3명을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블러썸엠앤씨 공동 대표 중 한 명이자 2018년 3월 에스모머티리얼즈 대표였던 이 아무개 대표도 구속됐는데 이 회장의 지시를 받고 움직였던 세력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 회장, YG 마약 은폐 의혹 사건에도 관여
게다가 이 회장은 YG엔터테인먼트(YG) 마약 은폐 및 범인도피 의혹 사건에도 얽혀 있다. YG 소속이던 비아이는 2016년 4~5월 이 사건의 제보자 H에게 대마초와 LSD를 교부받아 일부를 투약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양현석 전 YG 대표 프로듀서는 2016년 8월 H를 YG 사옥으로 불러 비아이의 마약 투약 진술 번복을 강요한 혐의를 받는다. 이후 H가 진술을 번복해 비아이 관련 경찰 수사를 막은 범인도피 교사 혐의도 받고 있다.
당시 H는 YG 측으로부터 “미국에 나가 있는 게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는데 이 제안을 H에게 직접 한 당사자가 이 회장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단독 보도한 국민일보에 따르면 이 회장이 해외로 도피하기 전인 2019년 말 경찰 조사에서 H에게 해외 도피를 종용한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이 회장은 “YG 관계자의 부탁으로 곧 데뷔를 시킬 예정이었던 H를 미국으로 보냈다”, “대형 기획사의 부탁을 들어주면 향후 H 데뷔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등의 진술을 했다고도 전해진다.
해외 원정도박 혐의를 검찰이 약식기소하면서 가벼운 벌금형이 예상됐던 양 전 대표는 법원이 정식 재판에 회부하면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마약 은폐 및 범인도피 의혹 사건까지 기소가 이뤄질 경우 양 전 대표는 두 개의 재판을 동시에 받게 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회장이 검거된다면 양 전 대표의 마약 은폐 및 범인도피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이 회장은 당장 YG 양 전 대표 사건에 연루돼 있는 등 연예계와 깊은 인연을 오랜 기간 유지해 왔다. 이 과정에서 연예계가 연루된 또 다른 혐의가 드러날 수도 있다. 게다가 연예계에선 이 회장을 통해 라임 자금이 또 다른 연예기획사에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전동선 프리랜서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