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 은퇴’ 서정진 빈자리 장남이 메울 수 있을지 의구심…내부거래 논란과 재고자산 이슈도 숙제
지난 2019년 5월 16일 인천시 남동구 인천시청에서 열린 ‘셀트리온그룹 비전 2030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자사의 비전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지난 10월 6일 ‘올해 말 은퇴’를 다시 한 번 언급하며 거취를 알렸다. 그는 오래 전부터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아들에게 이사회 의장을 맡길 것”이라며 2세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고 기업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서 회장은 “오는 12월 31일 은퇴한 후 1월부터 스타트업 모임에 참여할 것”이라며 U-헬스케어(유비쿼터스와 원격의료 기술을 활용한 건강관리 서비스) 스타트업 창업 계획을 밝혔다. 서 회장이 구체적인 은퇴 계획을 밝히면서 셀트리온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그룹 통합 계획에 업계의 시선이 쏠렸다.
#서 회장 부재 장남이 메울 수 있을까
그룹 통합 작업의 시작으로 서 회장은 지난 9월 25일 보유 중이던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35.54% 가운데 24.33%를 출자해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를 설립했다. 이로서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최대주주는 기존 서 회장에서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로 변경됐다. 두 지주사 셀트리온홀딩스(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셀트리온헬스케어)를 합병해 2021년 말까지 셀트리온그룹의 지주회사 체제를 확립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직 구체적인 합병 방안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자산규모가 더 클 것으로 추산되는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가 셀트리온홀딩스를 흡수합병하는 방안이 높게 점쳐진다.
그룹 통합을 위해 신설된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 법인등기부에는 서 회장과 그의 장남 서진석 셀트리온 수석부사장이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대표이사로는 유헌영 셀트리온홀딩스 부회장이 선임됐다. 서진석 부사장은 두 지주사 합병 이후에도 사내이사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서정진 회장을 대신해 이사회 의장을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 등기이사 선임으로 사실상 그룹 소유권 승계가 가시화된 셈이다. 서진석 부사장은 직접 경영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이사회 의장으로서 굵직한 의사결정을 담당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서 부사장은 이미 경영능력 시험대에 올랐다가 좋지 않은 성적을 받은 경험이 있다. 2017년 10월 셀트리온스킨큐어 대표로 취임한 그는 1년 5개월여 만인 2019년 3월 사임했다. 임기 만료 전 사임한 서 부사장이 셀트리온연구소 R&D 총괄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기자 셀트리온 안팎에서는 그의 사임 배경에 셀트리온스킨큐어 실적 개선 실패가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2016년 말 당기순손실 370억 원(매출액 37억 원)을 기록했던 셀트리온스킨큐어는 2017년 당기순이익 700억 원(매출액 526억 원)을 달성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나 2018년 당기순손실 229억 원(매출액 386억 원)을 기록하며 다시 적자 전환했다.
서정진 회장의 빈자리를 전문경영진과 서 부사장이 메울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서 회장은 뛰어난 언변으로 ‘프레젠테이션의 귀재’로 정평이 나 있는데다, 국내 바이오산업에 한 획을 그은 인물로 존재감이 크다. 업계에서는 셀트리온이 성장하는 데 있어 서 회장의 외부 투자유치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최근 서 회장 퇴임을 앞두고 재무적투자자들의 엑시트 움직임이 포착된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초기 투자자로 지난해 말 기준 지분 6.86%를 보유했던 JP모건 계열의 사모펀드 운용사 원에쿼티파트너스는 올해 초부터 지분을 팔기 시작해 지난 7월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지난 3월 기준 셀트리온 지분 9.02%,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9.37%를 보유했던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의 자회사 아이온인베스트먼트 또한 보유 지분 일부를 매각해 지난 6월 셀트리온 7.49%, 셀트리온헬스케어 7.55%로 지분율이 떨어졌다.
셀트리온그룹은 오랜 기간 불거진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간 내부거래 논란 또한 아직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다. 인천광역시 연수구 셀트리온 본사. 사진=이종현 기자
#셀트리온헬스케어, 해묵은 회계처리 논란 ‘진행형’
셀트리온그룹은 오랜 기간 불거진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간 내부거래 논란 또한 아직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다. 양사 간 거래 관계는 셀트리온이 개발‧생산한 제품을 셀트리온헬스케어로 넘겨 매출을 올리면,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이를 외부에 판매해 매출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때문에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실제 매출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양사 간 거래로 만들어내는 매출보다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외부에 판매해 만들어내는 매출의 비중이 중요하다.
그러나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성장 중인 반면 현금흐름 상황은 좋지 않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2017년 말 연결기준 매출액 9209억 원을 기록했으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943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액 7134억 원을 기록한 2018년 말 기준 현금흐름은 -1842억 원, 1조 1008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지난해에는 -1638억 원의 현금흐름을 기록했다.
자산구성을 살펴보면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지난 상반기 연결기준 자산총계는 3조 3282억 원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자본총계는 1조 7888억 원, 부채총계는 1조 5394억 원으로 부채의 비중이 높다. 더불어 유동자산 3조 1123억 가운데 재고자산이 1조 7828억 원으로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셀트리온으로부터 제품을 넘겨받아 실적을 올려주고 있지만, 그만큼 외부로 판매하지 못해 재고자산 비중이 높고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시장의 재고자산 이슈에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 관계자는 “재고자산은 판매를 위해 보유해야 하는 자산 개념으로, 이슈가 될 만한 내용이 아니”라고 전했다. 이어 “운영에 필요한 정도의 재고자산을 유지하고 있다”며 “경쟁사들의 매출 대비 재고 보유 규모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셀트리온헬스케어는 금융감독원의 감리라는 잠재적 리스크도 안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018년 말 셀트리온헬스케어 감리에 착수했지만 2년이 다 되어가도록 아직 이렇다 할 결론이나 감리 현황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당시 금감원은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모회사 셀트리온에 국내 판매독점권을 되판 것을 두고 분식회계 혐의로 감리에 착수하면서 재고자산 등의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금감원 관계자는 “외감법상 개별 회사 감리 현황이나 결과를 공개할 수 없어 감리 여부를 확인해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