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물어 주고 싶다고? 아잉~
▲ 영화 <박쥐> |
최근 ‘내 스타일’의 남자를 발견했다. 유두를 살짝 아플 정도로 물어주는 남자와 만난 것. 나는 전희 중에서도 가슴 애무를 좋아하는 편인데, 그 중에서도 특히 이를 세워 살짝 물어주는 페팅에 쉽게 흥분한다.
나를 처음으로 물어준 A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A는 애무 시간이 길지는 않았는데, 혀로 가슴을 자극하고 내가 흥분하면서 유두가 단단해지니 갑자기 살짝 깨물었다. 그때 나는 “아, 아프잖아!”라고 소리를 질렀다. 솔직히 살짝 아프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물린 경험이 처음이라서 심리적으로 놀랐던 게 더 컸다. A는 “미안!”이라고 사과를 했지만, 그 이후에도 가끔 나를 물곤 했다. 사실 그가 나를 깨물 때마다 그에게 더욱 매달렸던 것 같다. 전혀 아프지 않았던 건 아니다. 살짝 날카로운 통증이 오긴 했지만, 그 짧은 통증이 가시면서 오르가슴이 느껴진 것만은 사실이다. 문제는 A와 헤어지면서 시작되었다. 나는 유두를 깨물지 않는 남자와 섹스할 때면 항상 불만스러웠다. 물지 않는 남자에게 “물어줘”라고 말하기는 힘든 법이니까. 가슴을 부드럽고 달콤하게 애무하는 남자에게 고맙긴 했지만, A가 내 유두를 물었을 때만큼의 흥분과 쾌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B를 만나 유두를 물리면서 나는 ‘아, 이게 바로 내가 원했던 거야!’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알고 보니 나는 ‘물리는 것을 좋아하는 여자’였던 것이다.
적당한 통증으로 쾌감을 느끼는 여자는 나만은 아닐 것이다. “그가 제 손가락을 살짝 물었는데, 그때 어쩐지 아래쪽이 뜨거워지더라고요” “남자가 나를 물면 살짝 멍이 들잖아요. 목이나 어깨처럼 드러나는 곳에 멍이 드는 건 부끄럽지만, 몸 안쪽에 생긴 멍은 좀 은밀해서 섹시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 멍을 볼 때마다 남자가 섹스 중에 나를 물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생각나니까” “저는 남자가 귓불을 물면 완전히 흥분해요. 귀는 숨만 불어넣어도 흥분이 되는 성감대잖아요. 그런데 귓불을 물면 순간적으로 짜릿하게 아프면서도 쾌감이 커서 몸을 꼬게 되는 거죠” 등 물리는 애무를 좋아하는 여자도 상당수이다. “단, 상습적으로 깨무는 남자는 별로인 것 같아요. 어느 날 한 번씩 이벤트처럼 깨무는 건 좋지만, 매번 섹스를 할 때마다 물어뜯는 남자에게는 별 흥분이 안돼요” “삽입을 하면서 동시에 어깨를 깨무는 남자와 만난 적이 있는데, 괜찮았어요. 삽입의 통증과 어깨를 물리는 통증이 결합되면서 의외로 쾌감이 오던데요? 그런데 이게 조금이라도 타이밍이 어긋나면, 그러니까 삽입 후에 어깨를 문다던가, 어깨를 문 이후 삽입을 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두 가지 행동이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어깨 통증에 신경이 쓰이니까 쾌감이 반감되는 것 같아요” “어깨나 팔처럼 물려도 별로 안 아픈 곳을 무는 건 좋은데, 팔 안쪽이라던지 허벅지 안쪽이라던지 조금만 자극해도 아픈 곳은 안 물었으면 좋겠어요. 보통 애무라면 야들야들한 살을 자극하는 게 좋지만, 남자가 내 안쪽 살을 깨물면 너무 아프니까요”라며 남자의 ‘깨무는 노하우’를 강조한 여자도 있었지만 말이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 이 세상 모든 섹스의 규칙이 그렇겠지만, 모든 여자가 나처럼 깨무는 애무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특히 클리토리스나 유두처럼 민감한 성감대를 무는 것은 너무 싫다”라고 말하는 여자도 있다.
깨무는 데도 노하우가 필요하다. 물기 전의 애무는 필수. 애무 없이 갑자기 깨무는 남자의 페팅이 여자에게 쾌감을 줄 리 없다. 특히 클리토리스나 유두 같은 성감대를 깨물 때에는 애무가 밑받침이 되어야 한다. 남자의 애무로 몸이 흥분되어서 간지럽다고 느껴질 때 남자가 살짝 깨물면 여자의 흥분은 한층 배가된다. 약하게 물다가 천천히 강도를 높여 어느 정도 세게 물면 여자가 “아퍼!”라고 짜증을 낼 것. 이 다음부터가 진짜다. 여자가 화내기 직전까지의 강도로 성감대를 자극하면 여자는 깨무는 페팅의 즐거움에 눈뜨게 될 듯.
나와 섹스 대담을 나누던 한 후배는 “선배, 부드럽게 애무하는 것도 좋은데 살짝 아프게 물거나 빨아주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중요한 건 한 번 깨무는 페팅에 맛들인 여자는 그 맛을 잊기가 힘들다는 거지. 너무 세게 물린 여자는 무는 거 자체가 너무 싫을 테고. 그런데 남자가 여자의 취향을 겪어보지 않고 어떻게 알겠어요. 남자도 참 힘들겠어, 그쵸?”라고 말했다. 하하. 우리 여자들도 안다. 여자의 취향이 개개인마다 다르고 너무 복잡하다는 것을. 하지만 내 여자의 성적 취향을 정확히 맞혔을 때, 여자의 몸은 제대로 열린다. 지금은 모른 척 하고 있더라도, 대부분의 여자가 남자의 고생을 이미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박훈희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