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 커리어 첫 FA컵 우승 도전…승부차기 가능성도 존재
울산과 전북의 FA컵 결승이 열린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상반된 FA컵 성적
K리그 최초 4연패를 거둔 전북이지만 FA컵 무대 성적은 K리그와는 정반대다. 최근 4년간의 FA컵 성적표가 그것을 증명한다. 2013년 이후 7년 만에 FA컵 결승에 진출한 전북은 최근 4년간 ‘자이언트 킬링’의 희생양이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지난 4년간 모두 K리그2 팀에게 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2016년과 2017년 2년 연속 8강과 32강에서 K리그2 소속 부천 FC를 상대로 패했다. 2018년과 2019년에는 아산무궁화, FC 안양에게 차례로 무릎을 꿇었다.
반면 울산은 최근 4년간 FA컵에서 전통의 강자로 평가받았다. 울산은 최근 4년간 우승(2017년), 준우승(2018년)을 모두 경험했다. 또한 선수 개개인의 구성을 보면 울산은 FA컵 DNA를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 FA컵 우승컵만 3차례 들어올린 홍철을 비롯해 김인성, 조현우, 김태환 등 주전급 선수가 FA컵 우승 경험이 있다.
#승부차기
홈앤드어웨이로 열리는 FA컵 결승전은 1,2차전 합계 스코어로 우승팀을 가린다. 합계 스코어 동률시 원정골 우선 원칙이 적용되며, 여기서 승부가 가려지지 않으면 연장전과 승부차기를 실시한다. 만약 두 팀이 승부차기까지 간다면 양 팀 관계자들은 피가 마르겠지만 지켜보는 팬들에게는 또 하나의 재밋거리가 될 전망이다.
울산과 전북은 FA컵 첫 맞대결이었던 1999년 FA컵 준결승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을 벌인 바 있다. 결국 전북이 승리해 결승에 올랐으나 전북은 결승에서 천안일화에게 패해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울산과 전북의 FA컵 첫 맞대결에서는 전북이 승부차기 끝에 웃었지만 최근 FA컵 승부차기에서 웃은 쪽은 울산이다. 울산은 올해 포항스틸러스와의 FA컵 4강전에서 역대급 승부차기 명승부를 벌인 끝에 결승에 올랐다. 당시 조현우는 3차례나 슈퍼세이브를 보여주며 영웅이 됐다. 울산은 지난 2015년 FA컵 32강전에서도 승부차기 끝에 서울이랜드를 물리쳤고, 그해 4강까지 올랐다.
울산은 앞서 4강에서도 조현우 활약에 힘입어 승부차기 승리를 경험했다.
반면 전북은 FA컵 승부차기와는 악연에 가깝다. 특히 2013년 결승, 2014년 4강전에서 모두 승부차기 끝에 패하며 연거푸 우승 문턱에서 좌절한 것은 전북 입장에서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2017년에는 부천FC와의 32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무릎을 꿇으며 2년 연속 같은 팀에게 ‘자이언트 킬링’을 당하는 굴욕을 맛봤다. 전북 입장에서는 그나마 2003년 FA컵 우승을 차지할 당시 전남드래곤즈를 승부차기로 꺾었다는 점이 유일한 위안거리다.
가장 최근 열린 FA컵 결승 무대의 승부차기는 2016년, 수원삼성과 FC서울의 ‘슈퍼매치’ 결승이었다. 수원과 서울은 1,2차전 합계 3-3으로 비겼고, 원정골까지 서로 같아 연장전까지 치렀으나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결국 승부차기에 돌입한 양 팀은 각각 10명의 키커가 나오는 혈전을 벌였고, 결국 수원이 10-9로 서울을 따돌리며 감격적인 우승을 따냈다.
# 주니오 vs 구스타보
울산과 전북의 최전방을 책임지고 있는 주니오와 구스타보의 득점포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번 시즌 K리그 26골로 경기당 1골에 가까운 경이로운 득점 페이스를 보여준 주니오는 유독 전북을 상대로는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3년간 전북을 상대로 2골 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그나마 한 골은 페널티킥이다. 또한 올시즌 FA컵에서 득점이 없다. 2018년 FA컵에서 3골을 기록한 이후 아직 FA컵에서 골 소식이 없다. 주니오가 살아나야 울산도 힘을 받을 수 있다. 구스타보는 FA컵 8강전에서 부산을 상대로 10분 여 만에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성남과의 준결승에서도 결승골을 넣으며 팀을 결승으로 이끌었다. 단기 토너먼트에서 강력한 피지컬과 페널티박스안 존재감의 강점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최근 K리그에서 다소 주춤했던 구스타보가 다시금 득점포를 가동할지 궁금하다.
#특별한 숫자 23
‘라이언킹’ 이동국이 23년 간의 선수 생활을 마치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가 23년 간의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무대는 FA컵 결승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동국은 K리그 우승 8회, AFC 챔피언스리그 1회 등 수많은 트로피를 거머쥐었으나 아직 FA컵 트로피가 없다. 만약 이동국이 FA컵에 출전하며 우승을 따낸다면 최초의 FA컵 우승이자 전북에서 들어올리는 10번째 트로피가 된다. FA컵 우승으로 선수 생활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는 셈이다.
반면, 이제 막 선수 커리어를 꽃 피우기 시작하는 ‘23세 듀오’ 이동경, 원두재는 올해 처음으로 FA컵 결승전을 경험한다. 2018년 울산에 우선지명으로 입단한 이동경은 그러나 여름 이적시장에서 K리그2 FC안양으로 임대돼 2019년 시즌을 앞두고 울산에 복귀했다. 그래서 2018년 FA컵 결승전을 경험하지 못했다. 원두재는 한양대에 재학 중이던 2017년 일본 J2리그 아비스파 후쿠오카로 이적해 지난해까지 뛰었다가 올해 울산으로 이적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