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안 첫 단추’ 금호리조트 매각도 현산 반대에 제동…금호익스프레스 분할도 산은 긴급지원 위한 고육책?
2018년 7월 당시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는 박삼구 전 회장. 사진=임준선 기자
#금호익스프레스 분할로 긴급 지원…기댈 곳은 산은뿐
지난 9월 11일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최종 무산됐다. 당시 KDB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의 채권단 관리 체제 돌입을 알리며 금호고속에도 긴급 유동성을 지원할 계획을 밝혔다. 금호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놓인 금호고속도 사실상 채권단 관리체제 하에 들어왔다고 본 것.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금호고속도) 아시아나항공처럼 특별약정을 통해 사실상 채권단 관리체제로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며 1200억 원 규모를 우선 지원하고 정밀 실사를 통해 관리방안을 결정할 계획을 밝혔다.
금호그룹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다. 같은 날 금호고속은 고속버스사업부문을 분할해 신선법인 금호익스프레스를 설립하는 물적 분할을 공시했다. 존속법인인 금호고속은 고속버스사업을 제외한 여객운송사업과 전세버스사업, 화물운송사업 등을 영위한다. 이미 채권자에게 담보로 잡혀있는 광주 유스퀘어(옛 광주종합터미널)와 목포터미널 등 부동산도 그대로 보유한다. 공시를 통해 밝힌 금호익스프레스 분할 목적은 전문성 강화 및 경영효율성 제고 도모, 경쟁력 제고 등이다.
그러나 금호익스프레스 분할은 산은의 긴급지원을 얻어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다. 금호그룹에 따르면 금호고속은 금호익스프레스 지분을 담보로 산업은행으로부터 1200억 원의 지원을 받았으며, 현재 채권단의 정밀 실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금호고속은 금호익스프레스 자본금 확충을 위해 지난 10월 23일 금호익스프레스가 발행한 160억 원 규모의 제1회 무보증 사모전환사채 전량을 매수하며 자금을 투입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금호고속이 금호익스프레스 보유 주식을 활용해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올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으나 금호그룹은 이를 부인했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금호익스프레스 지분을 통해 자금을 끌어올 계획은 전혀 없다”며 “지분을 담보로 이미 산은으로부터 긴급지원을 받았고, 추가 지원 가능성은 있지만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유스퀘어와 목포터미널 등 금호고속이 보유한 부동산 매각 및 개발도 자구안 중 하나로 논의됐었으나 현재 결정된 바는 아무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최근 금호고속 공시에서 눈길을 끈 것은 금호그룹 총수일가의 지배력 강화다. 금호고속은 지난 11월 5일 주식 보유 변동 공시를 통해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과 그의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 등 총수 일가의 지분율 확대 사실을 밝혔다. 박 전 회장은 35억 5800만 원가량 주식을 취득하며 기존 31.9%에서 44.8%로 지분율이 12.9%포인트(p) 대폭 확대됐고,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은 기존 21.2%에서 7.4%p 증가한 28.6%로 지분율이 상승했다. 동일인 측 지분은 총 25.7%p가량 늘어났다.
이는 그룹 재건 계획의 일환이 아닌 단순히 채무 상환 과정에서 발생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앞서의 금호그룹 관계자는 “과거 빌렸던 돈을 상환하는 과정에서 자연히 지분율이 상승한 것”이라고 전했다. 박 전 회장은 2015년 금호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금호기업을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재계 관계자들이 금호기업에 지분 투자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그룹 사정에 밝은 한 재계 관계자 또한 “총수일가가 별다른 의도나 계획을 가지고 금호고속 지분율을 끌어올렸다기보다는 과거 십시일반으로 참여했던 투자자들이 엑시트를 요구해 울며겨자먹기로 이를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센트럴시티 터미널에 출발 대기 중인 금호고속 버스들. 사진=박은숙 기자
#HDC현산의 금호리조트 매각 어깃장
금호그룹이 매각을 진행 중인 금호리조트 지분 대부분은 금호티앤아이와 아시아나IDT, 아시아나에어포트, 아시아나세이버 등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와 손자회사가 보유 중이다. 지분 관계상 금호리조트를 매각하더라도 금호고속으로까지 자금이 유입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산업은행의 지원밖에 기댈 곳 없는 금호그룹이 채권단의 자구안 요구에 따라 금호리조트를 내놓았다.
금호리조트 인수에는 KT와 금호석유화학, 호반건설 등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리조트가 운영 중인 아시아나CC가 ‘알짜’로 꼽힌다. 그러나 이마저도 HDC현산과의 갈등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HDC현산은 최근 우선협상대상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며 “동의 없이 금호리조트 매각을 추진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문을 금호산업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HDC현산을 상대로 매각 계약금 2177억 원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업계에서는 HDC현산이 인수 계약금 반환 소송에서 우위를 노리고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주장하고 나섰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딜이 끝났다고 보지만 계약금 질권 설정 등 연결고리가 남아있다”며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HDC현산과의 계약 관계를 법률적으로 종결하는 것이 선결 과제”라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