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계 두 거인 ‘안 가나, 못 가나’
▲ 강호동(왼쪽)과 유재석. |
# 강호동과 ‘무릎팍도사’
과연 강호동이 ‘무릎팍도사’를 떠날까. 과거 <무한도전>의 외주제작권 문제를 두고 MBC와 디초콜릿이 대결 구도를 보일 당시하곤 또 다르다. 유재석 없는 <무한도전>은 어색하지만 강호동 없는 ‘무릎팍도사’는 존재할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MBC는 디초콜릿에 ‘무릎팍도사’의 외주제작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과거 SBS가 ‘패밀리가 떴다’의 외주제작 계약을 해지하자 디초콜릿은 유재석을 하차시켰고 다시 외주제작이 결정되면서 유재석은 ‘런닝맨’으로 SBS에 복귀했다. 강호동도 ‘무릎팍도사’를 떠날까. 그렇지만 MBC 예능국 관계자는 “강호동 등 출연진은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는 디초콜릿이 현재 위기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디초콜릿은 강호동 유재석 고현정 김용만 김태우 김영철 박선영 송은이 박지윤 윤종신 아이비 우승민 등이 소속된 연예기획사로 강호동-유재석을 중심으로 예능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무릎팍도사’ 코너가 속한 <황금어장>, <강심장> ‘패밀리가 떴다’ ‘런닝맨’ 등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을 외주제작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6월 검찰이 디초콜릿 경영진의 회사 돈 횡령 혐의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디초콜릿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채권단으로부터 80억 원 상당의 가압류 처분을 받으면서 소속 연예인들이 방송 출연료를 정산받지 못하고 있는 데다 외주제작 프로그램의 제작비 역시 통장이 묶여 있는 상황이다. MBC 예능국 관계자는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하는 출연진과 제작진의 금전적 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며 “자체제작이 되면 제작비와 출연료를 당사자들에게 직접 지급할 수 있다”고 이번 외주제작 계약 해지의 이유를 설명한다. 따라서 외주제작 계약 해지만으로 강호동이 무릎팍도사를 떠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 강·유와 ‘디초콜릿’
디초콜릿이 안고 있는 가장 시급한 문제는 채권단의 가압류다. 가압류 조치로 인해 TV 출연료 등을 정산받지 못한 소속 연예인들이 전속계약 해지를 요구할 경우 이를 막을 방도가 없다는 것. 그렇게 소속 연예인들이 대거 전속계약을 해지하고 회사를 떠나는 상황이 디초콜릿의 결정적인 위기 상황이 될 전망이다. 특히 간판인 강호동과 유재석이 두 달가량 출연료 정산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떠난다 할지라도 막을 방법이 없는 것. 그렇다면 강호동이 디초콜릿을 떠날까. 연예가에선 그럼에도 상당수의 연예인이 디초콜릿에 남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강호동과 윤종신의 경우 소속 연예인이자 주주이기도 하다. 특히 계약 기간 만료로 디초콜릿을 떠나는 것이 기정사실화된 것처럼 보이던 유재석조차 디초콜릿이 외주제작을 맡는 ‘런닝맨’에 출연해 잔류 여지를 남기고 있다.
# 또 한 번 단체로 이사?
항간에선 강호동을 필두로 소속 연예인 상당수가 다른 회사로 소속사를 옮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고 아예 다른 회사는 아니고 디초콜릿이 변신한 개념의 연예기획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과거 팬텀엔터테인먼트(팬텀)가 검찰 수사를 받을 당시와 묘하게 오버랩된다. 코스닥 우회상장 이후 거듭되는 상장가로 주식 대박 신화를 일구며 국내 최대 규모의 연예기획사로 우뚝 섰던 팬텀은 이도형 전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증권거래법 위반, 특가법의 조세, 특경가법의 횡령·배임, 조세범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되면서 위기로 내몰렸다. 방송국 PD들에게 로비한 사실까지 드러나 여러 명의 방송국 고참급 PD들이 사법처벌을 받았다. 이로 인해 예능국 PD들이 팬텀과 이 전 회장에게 안 좋은 감정을 갖고 있다는 얘기가 방송가에 은연중에 나돌기도 했다. 그렇게 팬텀은 무너지는 듯 보였지만 자회사이던 도너츠미디어(전 팝콘필름)가 개명한 워크원더스로 소속 연예인 상당수가 이동해, 다시 디초콜릿으로 거듭났다. 이후 팬텀은 제3자에게 매각됐다.
다만 과거와 가장 큰 차이점은 이 전 회장의 존재 여부다. 팬텀이 디초콜릿으로 변신하는 과정의 중심이 이 전 회장이었던 데 반해 지금은 이 전 회장이 디초콜릿을 떠났다. 이 전 회장은 관계자의 지분까지 모두 처분하며 디초콜릿을 떠났고 현 경영진이 그 이후 경영을 총괄해왔다. 그렇지만 연예계에선 여전히 이 전 회장이 디초콜릿과 깊이 연관돼 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이와 관련 이 전 회장이 지난 1월 설립한 법인 봄매니지먼트가 눈에 띈다. ‘매니지먼트’라는 업체 이름으로 볼 때 연예기획사로 보이지만 사실 이 법인은 부동산 건물관리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업체일 뿐 연예인 매니지먼트와는 무관한 회사다. 그런데 현재 디초콜릿의 주소지와 봄매니지먼트의 주소지는 동일하다. 디초콜릿의 사무실이 있는 건물의 소유주는 이 전 회장의 친동생으로 그 역시 과거 팬텀의 경영진이었던 인물이다. 결국 현재 디초콜릿은 전 팬텀 경영진 소유의 건물에 사무실이 있고 이 전 회장이 설립한 건물관리업체 역시 같은 건물에 있는 셈이다.
이런 연관성을 바탕으로 연예계에선 봄매니지먼트가 디초콜릿의 후신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팬텀이 검찰 수사 이후 디초콜릿으로 변화한 것과 비슷한 행보가 완성된다. 과거 팬텀에 재직했던 한 매니저는 “이 전 회장의 영향력이 소속 연예인은 물론 연예계 전반에서 여전히 대단하다”면서 “건물관리업체인데 이름이 봄매니지먼트인 것부터 눈길을 끈다”고 얘기한다. 다만 봄매니지먼트가 코스닥 상장사가 아닌 데다, MBC를 비롯한 방송사 예능국이 이 전 회장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는 점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검찰의 수사 칼날이 현 경영진에서 그치느냐, 아니면 이 전 회장을 비롯한 구 경영진에게까지 다다를 것이느냐도 중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