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다리 멍 의심받자 “간이 안좋다”, 우는 아이 얼굴에 가제수건 던져…이미 3차례 학대 의심 신고
A 씨 집으로 입양되기 전 아이 사진. 오른쪽 손등의 반점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상처가 없다. 사진=위탁모 신 씨
10월 13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병원에서 생후 16개월의 여자아이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엄마가 데려온 아이였지만 아동의 몸에는 멍과 상처가 가득했다. 아이는 장 파열 외에도 여러 곳의 뼈가 부러져 있었는데 ‘교통사고에 준하는’ 상해였다. 의료진은 아동학대를 의심, 경찰에 신고했다.
사망한 아이는 입양아였다. 아이는 생후 8일 만인 지난해 6월 위탁모 신 아무개 씨의 집에서 생활하다 지난 1월 A 씨(33) 부부에게 입양됐다. 신 씨는 “젊은 부부였다. 아이가 없는 집도 아니고 이미 친딸이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생명을 입양하겠다고 하니 참 감사했다. A 씨 부부의 모습이 천사 같다며 입양기관에서도 칭찬이 자자했다. ‘어떻게 입양을 할 생각을 했느냐’고 물으니 ‘처음부터 둘째는 입양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하더라. 잘 키워달라는 마음에 아이 이니셜의 금목걸이를 해 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신 씨에 따르면 A 씨 부부는 아이를 보기 위해 다섯 차례 이상 입양기관을 방문했다. 신 씨는 “아이들끼리 교감하게 해주겠다고 서너 번은 친딸도 데려왔다. 이 정도로 정성을 보였는데 그런 끔찍한 학대를 할 줄 누가 알았겠느냐”고 말했다.
A 씨 부부의 수상한 육아는 지인들 사이에서 이미 유명한 수준이었다. 부부와 한 동네에 살았던 사람들 대부분은 A 씨의 훈육법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던 상태였다. A 씨의 보복이 두렵다며 익명을 요청한 한 이웃은 “아이를 엄하게 키운다고는 생각했지만 첫째 딸과는 다른 수준으로 둘째를 대했다. 아이가 우는 것을 싫어했고 하루는 아이가 울자 얼굴에 가제수건을 집어던진 일도 있었다. 주위에서 ‘그러지 말라’고 하자 A 씨가 ‘아이는 어두우면 잘 자요’라고 답해 경악한 적도 있었다. 전자레인지에서 막 꺼낸 이유식을 식히지도 않고 아이 입에 밀어넣는 것은 예삿일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둘째를 집에 혼자 두고 모임에 나오는 일도 많았다. 그런 날에도 첫째 딸은 데리고 왔는데 갓 돌 지난 둘째는 짧게는 2~3시간 길게는 3~4시간 동안 방치하곤 했다”고 말했다. A 씨 스스로 한 온라인 카페에 자신은 둘째를 방치한다는 글을 남긴 흔적도 있었다.
EBS 방송에 출연한 A 씨 가족, 사망한 아이는 A 씨 남편 품에 안겨있다. 사진=EBS 방송 화면 캡처
A 씨 집으로 온 후 아이는 아픈 날이 많았다. 또 다른 지인은 “복숭아 같던 아이의 몸이 점점 까맣게 변했다”고 표현했다. 이들은 최근 그동안의 학대 정황과 관련한 경찰 참고인 진술을 마쳤다. 팔다리에 붕대가 감겨 있는가 하면 얼굴에 멍이 생기기도 했다. 돌을 막 지난 아이의 쇄골뼈가 부러져 가슴팍에 붕대를 감고 온 것을 본 사람도 있었다.
A 씨는 경찰조사와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아이의 사인에 대해 모르겠다는 말만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복수의 지인들은 “‘모르겠다’는 A 씨가 습관적으로 하던 말”이라고 전했다. A 씨와 같은 동네에 살았던 한 이웃은 17일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아이 몸에 처음 보는 상처가 생겨 ‘어쩌다 아이가 다쳤느냐’고 물으면 늘 ‘모르겠어’라고 답했다. 한번도 이유를 명확히 말해준 적이 없다”고 했다. 특히 최근에는 아이의 얼굴과 팔다리 등이 멍으로 까맣게 변하자 지인들에게 먼저 “아이가 간이 안 좋은 것 같다. 낯빛이 좋지 않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선천적으로 건강에 문제가 있었던 아이는 아니었다. 위탁모 신 씨는 “국내 입양은 건강에 문제가 없는 아이, 그 다음은 어린 아이가 우선적으로 가게 된다. 사망한 아이도 우리 집에서는 건강했다. 원래부터 그랬다느니 아팠다느니 다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증언을 종합하면 A 씨는 평소 둘째 입양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 문제는 A 씨가 첫째 아이를 키우면서도 육아로 힘들어했다는 것이다. 복수의 A 씨 지인들은 “친딸을 키우면서 자신의 육아 방식이 맞는가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힘들어했다. 그랬던 사람이 갑자기 둘째를 입양하겠다고 하니 주변에서 간접적으로 말렸다. 그래도 소용이 없었다. A 씨는 평소 자신이 계획한 것이 있으면 반드시 해야 하고 계획이 틀어지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A 씨 부부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는 이미 세 차례나 있었다. 사망 3주 전인 9월 23일에는 주변인들의 신고로 경찰 대질조사를 받기도 했으나 경찰은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에 앞서 입양기관도 A 씨 집을 방문했으나 마찬가지였다. 아이는 사망하기 전까지 A 씨 부부와 함께 지냈다.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 3일 아이의 사인에 대해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이라는 부검 결과를 냈다. 학대에 의한 사망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이에 대해 A 씨는 “일상생활에서 입은 상처 같다. 잘 모르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지난 11일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받는 아이 엄마 A 씨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 씨는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