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물 관련 피해 줄었으나, 피해자 ‘자발성’ 이용한 온라인 그루밍 피해는 두 배 가까이 늘어
피해유형별 통계. 사진=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는 11일 ‘2019년 성폭력 피해 상담 통계’를 발표했다. 한사성이 접수한 452건(피해자 299명)의 사이버성폭력 사례를 보면 성적괴롭힘(86건·19%), 불법촬영(82건‧18.1%), 비동의유포(74건‧16.4%), 불안피해(68건‧15%), 유포협박(48건‧10.6%), 온라인그루밍(42건‧9.3%), 성적합성(11건‧2.4%) 순이었다.
피해를 경험한 이는 20대가 99건으로 전체의 33.1%, 10대가 78건으로 26.1%를 차지했다. 특히 미성년 피해자의 비율은 2017년 19.5%, 2018년 20%, 2019년 26.1%로 늘고 있다. 한편 40대 이상 피해자도 5.6%로 사이버성폭력의 피해는 전 연령대에서 발생했다.
더욱 큰 문제는 10대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그루밍 범죄도 늘고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온라인 그루밍 피해는 42건으로 전체 피해 가운데 9.8%로 2018년 5.6%과 비교해보면 1.6배 가까이 늘었다. 이렇게 증가 추세인 온라인 그루밍 범죄 가운데 78.6%에 해당하는 33건이 10대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즉, 정서적, 경제적으로 미성숙한 10대를 표적으로 한 성범죄가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한사성은 “피해자의 ‘자발성’을 악용한 폭력이 늘어났다”며 “‘피해자 스스로 촬영물을 보내주었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는다’ ‘가해자와 연인 관계인데 무슨 상관이냐’ ‘피해경험자도 돈 벌려고 한 것이 아니냐’ 등의 사회적 낙인이 범죄 행위로부터 가해자를 자유롭게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피해유형에 따른 피해경험자 연령별 통계. 사진=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20대는 주로 불법촬영의 피해를 입었는데, 20대 피해자의 경우 비동의 유포 44.6%, 불법촬영 43.9%를 차지했다. 다행히 불법 촬영 등 촬영물을 이용한 피해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2019년 비동의 유포 피해 비율은 16.4%로 2017년 48.5%, 2018년 22.2%보다 줄었다. 한사성은 “불법 촬영이나 비동의 유포 피해에 대한 심각성은 여전하지만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등에서 국가적 차원의 삭제지원을 시작하는 등 피해지원 체계를 갖추기 시작했고 시민들의 인식도 개선된 결과”라고 말했다.
가해자는 신원불상자이거나 피해자의 연인인 경우가 많았다. 가해자 신분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신원불상’으로 전체의 26.4%를 차지했다. 익명성에 숨어 범죄를 저지르는 사이버성폭력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수치인데 이 경우 가해자를 특정하지 못해 수사에 어려움이 따른다. 한편 피해자의 ‘연인’이 가해자인 비율은 23.7%로 2위를 차지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