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현 오리온 유니폼 입고 2연승 견인…신영석발 ‘한국전력 주의보’ 배구 판도 흔들어
이종현은 최근 트레이드 이후 새 유니폼을 입고 팀의 2연승에 힘을 보탰다. 사진=KBL 제공
#오리온-현대모비스-KCC의 삼각 트레이드
고양 오리온, 울산 현대모비스, 전주 KCC는 지난 11일 다수의 선수들이 이동하는 삼각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오리온은 현대모비스의 이종현과 김세창, KCC의 최현민을 받았다. 현대 모비스는 오리온에서 최진수, 강병현, 신인 지명권을 받았고 KCC 권혁준을 얻었다. KCC는 현대모비스로부터 박지훈, 김상규를 얻었다.
해외 리그와 달리 리그 내 선수 이동이 많지 않은 KBL에서 보기 드문 대규모 트레이드였다. 각각의 전력보강 의지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현대모비스는 김국찬의 부상으로 스코어러(득점원)가 필요했고 오리온과 KCC는 각각 빅맨 이종현과 포워드 송교창의 백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가장 눈길을 끈 이동은 이종현과 최진수의 맞교환이었다. 국가대표팀을 오가는 이들 스타들의 이적은 많은 화제를 모았다. 이종현은 차기 빅맨 계보를 이을 유망주로 꼽혔다. 데뷔부터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순위로 현대모비스에 지명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프로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2018년 초와 2018년 말 각각 아킬레스건 파열과 슬개골 파열이라는 큰 부상으로 코트에 나서지 못한 시간이 많았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선 소속팀에 빅맨 장재석이 FA(자유계약)로 영입됐다. 입지를 잃고 있는 상황에서 오리온으로 향했다.
오리온으로선 국가대표 빅맨 이승현의 뒤를 받쳐줄 자원이 필요했다. 이에 이종현을 받으며 최진수를 내줬다. 최진수는 데뷔부터 오리온에서만 줄곧 활약한 프랜차이즈 스타다.
슈터 김국찬이 부상으로 빠진 현대모비스는 최진수의 이적이 반갑다. 최진수는 슈팅 능력과 수비력은 물론 기동력까지 갖췄다. 2번 슈팅가드부터 4번 파워포워드까지 소화할 수 있기에 활용 가치가 높다. 이에 현대모비스는 김상규를 KCC로 보낼 수 있었다.
이 같은 대형 트레이드는 즉각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최진수와 달리 이종현은 이적 직후 오리온의 주요 자원으로 자리를 잡는 모양새다. 현대모비스에서 오랜 기간 활용되지 못했던 이종현은 오리온에서 평균 20분 이상 활용되며 팀의 2연승을 이끌었다. 특히 오리온 데뷔전인 서울 삼성과 경기에서는 25분간 15골을 넣어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중위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오리온에 이종현의 합류는 앞으로도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리그 최고 센터의 이적
비슷한 시기 V리그에서도 대형 트레이드가 터져 나왔다. 현대캐피탈과 한국전력이 각각 3명씩 주고받았다. 이들의 트레이드에는 국내 최고 센터 자원으로 꼽히는 신영석이 포함돼 있어 큰 주목을 받았다.
현대캐피탈에서 한국전력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신영석은 이적 직후 팀의 연패 탈출에 힘을 보탰다. 현대캐피탈 시절 신영석(오른쪽)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결국 현대캐피탈은 ‘리빌딩’을 선택했다. 당장의 승리보다 미래를 내다본 것. 현 주장 신영석을 내주는 과감한 선택은 많은 눈길을 끌었다. 신영석은 불과 2년 전인 2018년 V리그 시상식에서 정규리그 MVP를 수상한 바 있다. 오랫동안 기량을 유지할 수 있는 센터 포지션의 특성상 1986년생 만 34세인 신영석은 전성기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신영석, 황동일, 김지한을 내준 현대캐피탈은 김명관, 이승준과 함께 2021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받았다. 미래를 내다본 선택이었다. 김명관과 이승준은 각각 1997년생, 2000년생 유망주다. 신영석과는 열 살 이상 차이가 난다.
한국전력은 ‘현재의 승리’가 필요한 팀이었다. 이들은 개막 이후 7연패로 극도의 부진을 겪고 있었다. 신영석의 합류는 한국전력에 즉각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한국전력은 신영석 합류 첫 경기인 대한항공과 맞대결에서 승리하며 시즌 첫 승을 따냈다. 강팀 대한항공을 상대로 한 승리였기에 의미를 더했다. 신영석은 블로킹 3개와 서브에이스 2개를 포함해 8득점을 기록하며 트레이드 효과를 증명했다.
신영석의 이적은 V리그 판도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한국전력은 개막 이후 모든 구단을 상대로 패하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지만 신영석 합류 이후 ‘누구도 함부로 넘볼 수 있는 팀’으로 변모했다. 신영석의 가세로 양 측면 날개 러셀과 박철우도 살아났다. 한국전력에 첫 승을 안긴 대한항공 산틸리 감독은 “지난 경기(현대캐피탈전)에 이어 신영석을 또 상대하게 됐다”며 신영석을 적으로 만나는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규모가 작은 국내 스포츠 리그는 해외에 비해 리그 내 선수 이동에 소극적이다. ‘이적시킨 선수로부터 등에 칼을 꼽힐 것을 구단들이 두려워해서’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10개 내외 팀으로 운영되는 국내 리그에서 이적한 선수를 다시 적으로 상대할 경우가 해외 빅리그에 비해 많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KBL과 V리그에는 신선함을 불러일으키는 트레이드가 발생했다. 많은 선수, 굵직한 선수가 트레이드에 포함됐기에 리그 판도에도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이번 대형 트레이드가 시즌 말 각각 어떤 결과를 낳을지 흥미를 돋우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