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연말 성수기 모두 놓쳐…1년 내내 방역 최우선했는데 피해 지원 ‘사각지대’ 어려움 호소
11월 27일~29일 예정됐던 밴드 자우림의 단독 콘서트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내년 1월로 일정을 연기했다. 사진=인터파크 제공
11월 27일을 기준으로 국내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가 569명으로 집계돼 이틀째 5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틀 연속 5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온 것은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크게 늘었던 3월 초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보건당국은 12월 초까지 매일 400~600명의 확진자가 나올 것으로 파악, 전국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상향을 고려하는 등 지역별 방역 강화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추이가 계속될 경우, 결국 12월 한 달 동안 예정됐던 공연이 전부 연기 또는 취소될 수밖에 없다.
이미 대중음악 콘서트 다수가 취소 또는 연기 소식을 알려왔다. 11월 27일~29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단독 콘서트가 예정돼 있던 밴드 자우림은 내년 1월로 공연을 연기했다.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 전국투어 지역 공연도 11월 28일~29일 진행되는 강릉 공연, 12월 12일~13일 및 19일~20일 진행되는 인천과 청주 공연을 각각 연기한다고 긴급 공지했다.
12월 3일부터 6일까지 예정된 가수 이승환의 콘서트 ‘이십세기 이승환+’ 콘서트도 취소됐다. 이승환의 소속사 드림팩토리 측은 지난 11월 24일 이 같은 공지를 알리며 “수도권 확진자 수가 줄지 않고 서울시도 사실상 3단계 조치들을 하는 등 지난 대유행 때보다도 훨씬 엄중한 상황”이라며 “적극적으로 방역에 협조하고 동참하는 의미로 공연 취소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11월 13~15일 대구 엑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윤도현 콘서트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소식이 전해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해당 확진자는 공연장 방문 당시 잠복기였다. 사진=디컴퍼니 제공
윤도현 측은 전체 좌석의 50%만 티켓을 판매해 관객석 띄어 앉기를 의무화한 ‘거리두기 좌석제’를 진행했고, 모든 관객들이 마스크를 필수로 착용했으며 방역 수칙 또한 철저히 지켰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일부 사람들은 “이 시국에 왜 콘서트를 열어서 확산 위험을 키우느냐”며 악플을 쏟아냈다. 결국 윤도현의 소속사 디컴퍼니 측이 이에 대한 강력한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연극‧뮤지컬계도 상황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이쪽은 특히 최근 방송가를 휩쓸었던 코로나19 확산과 맞물리면서 관계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배우들의 활동 무대가 드라마와 뮤지컬, 연극으로 겹친 탓이다.
배우 엄기준의 경우 지난 11월 24일 코로나19 확진자와 동선이 겹친다는 통보를 받고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가면서 그가 출연 중인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의 캐스팅이 변경됐다.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 촬영 중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보조 출연자와 동선이 겹친 것. 이에 따라 12월 3일과 4일 예정됐던 엄기준의 공연은 카이가 대신하게 됐다.
연극 ‘아마데우스’에 출연 중이던 배우 박은석도 ‘펜트하우스’ 촬영 현장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보조 출연자와 접촉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음성 판정을 받긴 했지만 예정됐던 지난 11월 24일 ‘아마데우스’ 공연에 참석하지 못했다.
뮤지컬 업계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되기 전부터 전 좌석 띄어 앉기를 적용하는 등 관객들을 위한 방역 조치를 선제적으로 진행해 왔으나 출연진, 제작진들이 확진자 또는 밀접 접촉자가 될 경우는 또 다른 이야기”라며 “이런 경우 공연 일정을 전면 조정하거나 아예 남은 회차를 공연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는데 그럼 손해는 손해대로 보고, 관객들로부터도 환불 요청이나 항의도 모두 회사가 받는다. 코로나19 시국 1년간 단련이 됐다고는 하지만 변수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보조출연자가 코로나19에 확진되면서 드라마와 동시에 연극·뮤지컬에 출연 중이던 배우들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사진=SBS ‘펜트하우스’ 제공
이에 공연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속 돌파구를 찾기 위해 ‘웹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한편, 온라인 유료 공연을 확대했다. 실제로 CJ ENM의 창작 뮤지컬 ‘베르테르’는 오는 12월 28일과 내년 1월 4일 네이버TV 후원라이브를 통해 유료 온라인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LG아트센터도 무용극 ‘검찰관’을 11월 27일과 28일 양일에 걸쳐 같은 네이버TV 후원라이브로 온라인 유료 중계를 진행한다.
EMK뮤지컬컴퍼니도 오는 12월 7일 뮤지컬 ‘엑스칼리버’의 첫 온라인 상영을 진행하는 한편, 12월 13~14일에는 뮤지컬 ‘모차르트!’를 앙코르 상영할 예정이다. 또 온라인 환경에 맞춰 15분 분량의 ‘숏 폼’ 콘텐츠로 제작하는 새로운 장르의 웹 뮤지컬 ‘킬러파티’로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돌파구도 일부 작품에만 한정되는 이야기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티켓 파워가 있는 배우의 출연처럼 온라인으로 진행해도 어느 정도 관객이 모일 것이 예상되는 작품이라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앞선 공연계 관계자는 “공연계는 지난 3월부터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켜왔고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상향에 맞춰 조치를 취하는 등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다른 어떤 업계보다 철두철미했다고 생각한다. 그 증거로 공연장에서의 대거 확산은 없지 않았느냐”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공연계만이 코로나19 피해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 같다. ‘이 시국에 왜 공연을 하냐’는 말은 우리에게 ‘문 닫고 죽어라’라는 말과 같다. 제대로 된 지원이나 타개책도 없이 무작정 멈출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호소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