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만 원짜리 주문제작, 알고보니 10분의 1 가격 소재…본사 “직원 아닌 사업자, 수사 결과 기다리는 중”
인조 소가죽으로 만든 구두. 탠디는 이 구두를 고객 A 씨에게 천연 악어가죽으로 만든, 400만 원 상당의 구두라고 속이고 팔았다. 사진=A 씨 제공
A 씨는 지난 9월 수원의 한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제화 브랜드 탠디 매장에서 악어가죽으로 된 400만 원 상당의 구두를 샀다. 색상은 다르지만 같은 모델의 구두가 여섯 켤레나 있을 정도로 평소에 좋아하던 구두였다. 제작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받은 구두는 어딘가 조금 이상했다. 평소 신던 무게나 질감이 아니었다. 해당 구두를 한 달여 동안 신었던 A 씨는 이번에 산 구두가 ‘짝퉁’이라고 확신했다. 기존에 있던 구두와 비교했을 때 가죽 촉감이 너무 달랐다.
A 씨는 한 달 뒤인 10월 해당 매장을 찾아가 ‘짝퉁을 판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계속되는 추궁에 결국 해당 매장 매니저 B 씨는 자신이 짝퉁을 판 건 아니고 가죽을 속여 팔았다고 시인했다. 고객이 원한 건 천연 악어가죽이었지만 그보다 저렴한 인조 소가죽으로 구두를 제작했다는 말이었다. 인조 소가죽 구두의 제작 단가는 40만 원이 채 안 된다.
B 씨는 “내가 잘못한 게 맞다. 코로나로 경기가 너무 어려워서 먹고 살기 힘들어서 그랬다. 당시 고객이 원하는 색은 악어가죽으로 만들 수 없어 소가죽으로 대체했다. 고객에게 사실대로 말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본사와는 관계없다. 내가 개인적으로 한 일이다. 고객에게 죄송하다”고 밝혔다.
탠디는 고가의 맞춤 구두는 고객의 요구가 있을 때마다 공장에 따로 주문을 넣어 제작한다. 이때 매니저인 B 씨는 공장에 악어가죽으로 주문을 넣었더니 악어가죽 재고가 없다는 말을 들었고, 하나라도 더 팔겠다는 생각에 소가죽으로 대체 주문했다. ‘짝퉁’이라기보다는 가죽을 속여 판 사기인 셈이다.
제화 브랜드 탠디가 인조 소가죽으로 만든 구두를 천연 악어가죽으로 만든, 400만 원 상당의 구두라고 속여 팔다가 발각됐다. 탠디는 고객의 항의에 잘못을 시인하면서도 해당 지점 매니저의 개인적인 일탈이라고 선을 그었다. 사진=탠디 홈페이지 캡처
탠디 본사 관계자는 피해 고객인 A 씨에게 악어가죽으로 구두를 제작해 제공하겠다고 제안하면서도 B 씨의 개인적인 일탈로 본사는 잘못이 없다는 태도를 취했다. 그러다 보니 상황은 엉뚱하게 고객과의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가 됐다.
탠디 본사 관계자는 “본사는 전혀 알지 못했다. B 매니저가 주문을 넣은 대로 알 수밖에 없다. 우리도 이런 경우가 처음이다. B 매니저의 개인적인 행동일 뿐”이라며 “고객이 원하는 구두를 제공하겠다고 말했지만 고객이 4억 원이라는 가당치 않은 금액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애초에 본사가 반성의 기미가 없이 자신들의 잘못이 없다고 나와 구두 금액의 100배를 보상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말 그 돈을 받으려고 그런 주장을 한 건 아니”라며 “본사가 몰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 말고도 당한 사람이 더 있을 거라 생각한다. 매니저 한 명의 개인적인 일탈이라고 하면서 해당 매니저는 여전히 해당 매장에서 일하고 있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탠디 본사 관계자는 “B 매니저는 해당 지점의 점주다. 그러니까 본사의 직원이 아닌 본사와 계약을 한 사업자 관계다. 사실 매출의 일정 부분을 가져가는 거라 원가를 속여 판다고 B 매니저에게 남는 게 없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며 “지금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수사가 마무리가 되면 적당한 처분을 하려고 기다리고 있는 것일 뿐이다. 매니저를 감싸는 건 아니”라고 일축했다.
한편 탠디는 1979년 핸드백 제조를 시작한 국산 업체로, 이후 구두 브랜드로 인지도를 넓혀왔다. 2019년 890억 원 매출을 기록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