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마른 수건 짜 (주)한진 유증 참여…산은이 한진칼 경영서 배제한 조현민 전무 거취 주목
서울 중구 한진 본사. 사진=일요신문DB
#한진 경영권 분쟁 내년 본격화 가능성
한진의 2대주주 HYK파트너스는 지난 12월 8일 한진에 주주제안 내용증명을 보냈다. HYK파트너스는 한우제 전 한화인베스트먼트 대표를 주축으로 지난 3월 설립된 신생 사모펀드 운용사다. HYK제1호 펀드를 통해 한진 지분 9.79%를 보유 중이다. 지난 6월 결성된 HYK제1호 펀드는 지난 10월 경방이 보유 중이던 한진 지분 9.33%를 넘겨받고 주식 보유 목적을 ‘경영참여’로 공시했다.
HYK파트너스가 발송한 주주제안에는 전자 투표제 도입과 감사위원 전원 분리 선임, 이사의 자격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정관 변경안이 포함됐다. 더불어 HYK파트너스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 원칙에 따라 완전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최근 한진에서 경영 보폭을 확대 중인 조현민 전무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내년부터 한진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HYK제1호 펀드는 소수주주권 행사 시 지분을 6개월 이상 의무 보유해야 하는 규정 탓에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는 직접 안건을 올릴 수 없다. 그러나 내년 최소 보유 기간을 넘기게 되면 소수주주권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KCGI와 HYK파트너스의 연대 가능성도 점친다. HYK제1호 펀드의 주요 LP(출자자)가 900억 원을 출자한 경방인데, KCGI의 주요 투자자인 조선내화가 경방의 지분을 3%가량 보유 중이기 때문이다.
HYK파트너스 관계자는 “언론보도를 통해 내놓은 입장이 전부”라며 조선내화를 중심으로 한 KCGI와의 연대 가능성을 부인했다. 또 조현민 전무가 향후 한진 경영 전면에 나설 가능성과 그에 따른 대응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그 부분에 대해서 따로 의견이 나온 것은 없다”고 전했다.
#대규모 투자 앞세워 공격 앞으로
이런 가운데 한진이 최근 유상증자를 단행한 점이 눈길을 끈다. 한진은 11월 5일 1083억 6400만 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결과를 공시했다. 이에 따르면 한진칼은 한진에 285억 원을 출자했다. 한진은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 전부를 ‘택배 Capa(생산능력) 확충 및 설비 자동화를 위한 대전 Mega Hub(메가 허브)’에 투자하는 등 시설자금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진은 올해부터 오는 2023년까지 총 3296억 원을 투자해 대전 메가 허브 물류센터를 건립하고, 물류자동화 설비도 구축할 계획이다. 올해 4분기 11억 원을 시작으로 내년부터 2022년까지 각 분기별로 380억 원을, 2023년 1분기에 200억 원을 투입한다.
한진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택배사업에 힘을 싣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한진의 영업부문별 매출 비중(올해 상반기 연결기준)을 살펴보면 택배사업은 전체의 44.59%를 차지한다. 한진은 지난 8월 유상증자 결정을 알리며 “택배사업의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유상증자를 통해 차입금 증가 없이 투자재원을 확보하고, 부채비율 감소 등 재무구조 개선과 신용도 제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유동성이 부족하지 않은 한진이 굳이 유상증자를 추진한 시점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 상반기 기준 한진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693억 원에 달한다. 앞서 한진은 지난 4월 한진렌터카를 약 600억 원에 롯데렌터카에 매각하고, 지난 6월에는 부산 범일동 부지를 약 3000억 원에 매각하는 등 비핵심 사업과 보유 부동산을 정리하면서 곳간을 채웠다.
이런 가운데 지주사인 한진칼의 자금이 수혈된 것이다. 한진칼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인수합병을 위해 KDB산업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2조 5000억 원 규모의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7300억 원을 투입한다. 마른 수건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에서 한진에 300억 원 가까운 금액을 투자한 셈이다.
한진이 유상증자를 단행한 또 다른 배경에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거취문제가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주)한진 마케팅 총괄 조현민 전무와 노삼석 대표이사가 지난 12월 15일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와의 업무협약 체결식에 참석한 모습. 사진= (주)한진 제공
#한진 마이웨이 또 다른 이유가?
한진칼의 지원과 공격적인 투자 행보와 맞물려 한진 안팎에서 주목을 받는 것이 조현민 전무의 거취다. 앞서 한진칼에 투자를 결정한 산은이 “계열주의 경영권 보호를 위해서가 아니다”고 강조하면서 조 전무를 경영에서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산업은행은 지난 11월 19일 조 전무가 한진칼 전무에서 물러나도록 하는 ‘계열주 일가의 한진칼·항공 계열사 경영 배제’ 방안을 마련하고, 양 항공사 통합 이후 경영 성과가 미흡할 경우 조 회장 또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한진그룹은 지난 9월 2일 조현민 전무가 한진의 마케팅 총괄 신규 임원(전무)과 토파스여행정보의 신사업 및 사업전략 담당 임원(부사장)으로 선임됐다고 밝혔다. 한진그룹은 조 전무의 한진 신규 임원 선임에 대해 “코로나19 이후 급속하게 비중이 커지고 있는 e커머스 시장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또 토파스여행정보에서는 조 전무가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한 신사업을 발굴하기 위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며, 경영정상화 시점까지 무보수로 일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조현민 전무는 현재 한진칼과 한진, 토파스여행정보에서 비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그러나 추후 산은의 제동으로 한진칼과 한진칼이 지분 94.35%를 보유한 자회사 토파스여행정보의 경영에서 완전히 배제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조 전무는 최근 한진에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조 전무는 지난 9월 이후 한진의 다수 업무협약 체결식 등에 모습을 드러내며 여러 사업을 직접 챙기고 나섰다.
다만 그룹 차원에서 조현민 전무의 구체적 거취 이동 시점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진칼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경영권 배제에 따른 조 전무의 임원 사임이)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인사적인 내용이라 저희가 말씀드릴 수 있는 시점은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