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보유세 동결, 주택대출·친환경차 감세 유지…“나라빚은 어쩌고” “선심성 대책” 회의적 여론도
부동산 보유세 동결을 포함해 일본 스가 정권이 내놓은 세제 개편안이 주목을 끌고 있다. 12월 4일 탈탄소화 전략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는 스가 요시히데 총리. 사진=AP/연합뉴스
#부동산 보유세는 동결
일본 집권 자민당과 공민당은 2021년 부동산 관련 세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코로나 사태로 경기가 악화한 가운데, 국민들의 세금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조치다. 상업지를 포함해 주택지, 농업지 등 모든 토지의 고정자산제(보유세)를 1년간 올리지 않는다.
일본의 보유세는 3년에 한번 토지평가액을 근거로 세액을 결정한다. 2020년 1월 시점에서 지가는 전국적으로 상승해 2021년 보유세도 증가할 전망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영향으로 땅값이 하락한 곳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여당의 판단이다. 이에 2021년도에 한해 보유세를 동결하기로 했다. 다만, 2021년 산정액이 줄어든 경우라면 낮아진 금액을 내게 된다.
보유세는 시정촌(市町村·기초자치단체)이 과세하는 것으로, 2019년도 세수입은 9조 엔(약 94조 원) 안팎에 달했다. 이는 지방세의 약 20%를 차지하는 규모다. 요미우리신문은 “보유세의 경우 법인세나 소득세에 비해 경제상황에 크게 좌우되진 않지만, 경기 악화 국면에서는 납세자의 부담감이 커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주택대출 감세 2022년까지 연장
주택대출금 잔액의 1%를 소득세와 주민세에서 공제해주는 ‘주택대출 감세’ 특례도 2022년까지 연장된다. 일본 정부는 “주택대출 감세 특례를 연장해 주택시장 활성화로 연결한다”는 방침이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적용 대상 확대’에 있다. 현행 제도에서는 면적 50㎡ 이상의 주택이 대상이었지만, 개정 후에는 40㎡ 이상으로 완화된다. 무자녀 부부와 1인 가구 증가 등 가족 형태가 변화한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작은 주택도 대출 감세 혜택을 받기 쉬워졌다. 다만 “자금력 있는 고소득층까지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 50㎡ 미만의 경우 연간 1000만 엔(약 1억 원)의 소득제한을 두기로 했다.
#기업에 대한 감세 확충
기업들의 세금 부담도 완화한다. 우선 코로나19로 매출이 감소한 기업들이 대상이다. 가령, 연구개발비 일부를 법인세에서 공제하는 감세 조치를 확충해 신기술 개발 의욕이 꺾이지 않도록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 온 ‘리먼쇼크’ 당시 일본 기업들이 연구개발비를 대폭 삭감했던 것을 근거로 삼았다. 또한 현재는 최대 45%까지 세액을 공제해주고 있으나 50%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중소기업을 배려한 혜택도 눈에 띈다. 자본금 1억 엔 이하의 중소기업 가운데, 이익이 800만 엔 이하라면 법인세를 19%에서 15%로 인하하는 대책을 2022년도까지 시행한다. 덧붙여 중소기업 입장에서 인수합병을 촉진하는 세제를 마련한다. 고용을 확대하는 기업에 대해서도 지원이 포함됐다. 급여 지급액이 전년도보다 2% 증가한 기업이라면 지급액의 15%를 세액 공제한다.
새롭게 창설하는 ‘DX투자촉진세제’는 클라우드화 등 디지털 환경을 구축할 때 세액 공제(최대 5%)나 특별 상각을 해주는 조치다. 아울러 탈탄소화에 투자하는 기업의 경우 5년간 이월결손금의 공제 한도액을 최대 100%까지 가능하게 하는 특례도 신설한다.
코로나19가 확산 중인 가운데 마스크로 무장한 일본 남성이 도쿄의 환락가인 가부키초 거리를 지나가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세제 개편안 일본 내 평가
이 밖에도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 자동차에 적용되는 감세 혜택을 당초 계획보다 2년 연장해 2023년까지 혜택을 주기로 했다. 요컨대 신차의 약 70%가 감면 대상이 된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2021년 세제 개편 논의는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기업이나 가계를 배려해 전체적으로 세금 부담을 덜어주자는 것이 전제였다”고 한다. 개정안에 의한 감세 규모는 500억~600억 엔(약 5200억~6300억 원)으로 알려졌다.
다이와종합연구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간다 게이지는 “주택대출 감세, 친환경차 감세 등 가계부담을 억제함으로써 경기를 회복시키고자 하는 취지가 느껴진다”면서 “다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수습이 불투명한 가운데 큰 효과는 기대할 수 없지 않나 싶다”고 소견을 밝혔다. 일본종합연구소 조사부 주임연구원 하치야 가쓰히로는 “개편안의 내용이 대체로 온당하다”고 평가했다. 덧붙여 “지금은 긴급한 상황인 만큼 대규모 개정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내년도 이후 좀 더 심도 있는 개정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늘어날 ‘나라빚’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경제 재생 없이 재정 건전화 없음”이라는 방침을 강조해왔다. 이 방침은 스가 정권에서도 계승된 모양새다. 하지만 니시니혼신문은 “2020년도 세수입은 당초 63조 5100억 엔을 예상했으나 코로나 사태로 약 8조 엔이 줄어든 55조 엔에 그칠 전망”이라며 “신규 국채 발생액은 100조 엔을 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이니치신문도 “일본 재정이 국채에 의존하는 상황이 지속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산케이신문은 이번 세제 개편안을 두고 “내년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대책”이라고 평했다. “눈앞에 보이는 것만 급급할 뿐 중장기적 논의가 거의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산케이신문은 “미증유 코로나 위기 속에서 대담한 세제 지원을 기대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자동차나 주택 등 국내 경제에 영향력이 강한 특정 업계 중심이었다”며 아쉬워했다.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는 “세제 개편안이 크게 와 닿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도쿄 긴자에서 꼬치구이 체인점을 운영하는 사이토 미쓰에 씨는 “세금이 조금이라도 줄어드는 것은 고맙지만, 매출의 감소를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가게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중대국면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