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 최명길 투입 후 시청률 곤두박질…‘리턴’ 고현정 하차 박진희 투입 최고 시청률 찍어
SBS 금토드라마 ‘날아라 개천용’ 측은 12월 21일 배성우가 맡았던 ‘박삼수’ 캐릭터로 정우성이 투입된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진=SBS ‘날아라 개천용’·영화 ‘증인’ 홍보 스틸 컷
애초 배성우 대타로는 같은 소속사인 아티스트컴퍼니의 이정재가 거론됐다. 그렇지만 이정재는 이미 잡혀 있는 영화와 드라마 촬영 일정 등으로 결국 출연이 무산됐다. 대신 같은 아티스트컴퍼니 소속인 정우성이 출연을 결정했다. 사실 정우성은 얼마 전까지 코로나19 확진자의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 중이었다. 그런데 이정재까지 출연이 어려워진 시점에 자가격리가 해제된 정우성은 절친 이정재와 후배 배성우를 위해 직접 출연을 결정했다.
이번처럼 피치 못할 사정으로 드라마 방영 도중 다른 배우가 교체 투입되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그렇지만 지상파 드라마에서 첫 주연 자리를 꿰찬 배우를 대신해 주연급 영화배우인 톱스타가 투입되는 경우는 그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2001년 5월부터 2002년 7월까지 14개월 동안 방송된 KBS2 대하사극 ‘명성황후’에는 세 명의 명성황후가 등장한다. 문근영, 이미연, 최명길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당시 문근영은 ‘가을동화’를 통해 눈길을 끈 아역배우로 ‘명성황후’에서도 어린 시절만 짧게 담당한 아역이었다. 이미연이 타이틀롤을 맡아 많은 사랑을 받은 드라마였지만 그 많은 사랑이 문제였다. 높은 시청률을 감안해 연장 방영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당시만 해도 인기 드라마의 연장 방영은 꽤 흔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100부작으로 준비된 드라마를 연장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결국 애초 100회 출연 계약을 한 이미연이 연장 방영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미 출연계약 기간을 다 채웠고 너무 긴 드라마 촬영에 따른 휴식이 필요한 데다 차기작인 영화 출연 스케줄도 감안해야 했다.
그럼에도 30회 연장 방영을 결정한 KBS는 101회부터 다른 배우를 투입하는 초강수를 뒀다. 그렇게 최명길이 명성황후 역할을 이어가게 됐다. 그렇지만 100회 동안 이미연이 쌓아 올린 명성황후의 이미지가 너무 강렬했던 터라 시청률은 계속 하락했다. 최명길이 투입된 ‘명성황후’는 결국 한 자릿수 시청률까지 급락하며 결국 130회를 채우지 못하고 124회로 종영됐다.
KBS2 대하사극 ‘명성황후’에는 세 명의 명성황후가 등장한다. 문근영, 이미연, 최명길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문근영은 아역이고 이미연이 100회까지 찍은 뒤 연장 방영을 반대해 하차하면서 101회부터는 최명길이 출연했다. 사진=KBS 제공
2017년 ‘불어라 미풍아’가 종영하고 시작된 MBC 주말드라마 ‘당신은 너무합니다’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구혜선이 촬영 도중 어지럼증과 간헐적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응급실로 긴급 후송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구혜선 역시 치료와 휴식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와 방송 3주 만에 하차했고 그 자리를 장희진이 대타로 메웠다.
이처럼 부상이나 질병으로 인한 하차와 대타 투입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시청자들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이런 까닭에 두 주말드라마는 모두 50부작가량의 애초 편성을 무난하게 채웠다. 그런데 2018년 또 하나의 희대의 사건이 벌어졌다. SBS 수목드라마 ‘리턴’에서 주연 고현정이 제작진과의 갈등으로 7회까지만 출연하고 중도 하차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10%대 중후반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던 상황이라 더욱 이례적인 일이었다.
심지어 고현정이 PD 멱살을 잡았다느니 밀쳤다느니 하는 루머까지 나돌았다. 제작진은 다소 언성이 높아지긴 했지만 폭행까진 없었다고 해명했다. 고현정의 빈자리는 당시 임신 초기였던 박진희가 대타로 출연했다. 여주인공이 교체되는 악재를 겪었지만 ‘리턴’은 17%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성공리에 종영했다.
2019년 7월에는 TV조선 주말드라마 ‘조선생존기’의 주인공이 강지환에서 서지석으로 교체됐다. 강지환이 준강제추행과 준강간 등 혐의로 구속되면서 ‘조선생존기’는 조기 종영 위기에 내몰렸다. 결국 서지석이 대타로 투입됐는데 사실 그 전에도 1%대 초반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오히려 서지석 대타 투입이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도 있었지만 기대와는 달리 시청률은 0.9%까지 하락하며 종영했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