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쌍방향이어야…
L 씨는 아내와 3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연애라기보다는 L 씨의 일방적인 구애로 맺어졌다고 해야 맞다. 평범한 직장인인 L 씨에게 아내는 ‘하늘의 별’ 같은 존재였다. 그녀는 L 씨보다 학력이 더 높았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었다. 물론 그녀를 따라다닌 이유가 조건 때문만은 아니었다. L 씨는 그녀를 열렬히 사랑했다. 하지만 그녀의 조건이 L 씨의 마음을 끌어당긴 부분도 없지 않았다.
반면 아내는 L 씨에게 “난 당신만큼 열렬하지 않다”고 했다. 자신보다 L 씨가 여러 조건에서 뒤지는 게 신경 쓰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순수하고 착한 L 씨의 심성에 끌렸다. 아내가 뭐라 하든 L 씨는 자신과 결혼해준 그녀가 고마울 따름이다.
그렇게 2년이 지났다. 그런데 말이 부부지 아내는 ‘회식이다, 출장이다’ 하면서 일을 핑계로 자주 집을 비웠다. 둘이서 오붓한 시간을 보낸 게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다. 아내가 워낙 바빠 아이를 갖는다는 건 당분간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L 씨는 우연히 아내의 이메일에서 그녀가 한 남자와 다정하게 찍은 사진을 보았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메일함을 확인해보니 아내는 그 남자와 뜨거운 내용의 메일을 주고받고 있었다.
L 씨는 아내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걸 눈치 챘다. 하지만 아무 말도 못하고 끙끙 앓고 있을 뿐이다. 혹시 자신이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걸 아내가 알면 아마 이혼하자고 할 것이다. 그것이 두려운 L 씨는 아내가 정신 차리고 자신에게 돌아와 줄 날만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L 씨는 오늘도 아내에게 더 잘해주려고 애쓰고 있다. 속이 검게 타들어가면서도.
♥ 감정 교류 없는 일방적인 관계의 끝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에도 감정의 차이는 있다. 내가 사랑하는 것보다 상대는 덜 사랑할 수도, 더 사랑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손톱만큼의 차이가 아니라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구애로 유지되는 남녀관계는 감정의 변화나 주변 상황에 쉽게 흔들린다.
사람 좋아하는 데 조건이 무슨 상관이냐고 하지만, 조건은 분명 상관이 있다. 조건 좋은 상대를 만나면 어떻게든 좋아해보려고 애쓰게 되는 게 보통 사람들의 심리다. 그래서 한쪽으로 너무 기우는 남녀관계는 서로 피곤하다. 잘나지 못한 쪽은 상대가 혹시 마음이 변하지는 않을까 조바심이 나고, 잘난 쪽은 상대가 열등감을 느끼거나 의심하지 않을까 신경 써야 한다.
때로 남녀관계는 지배와 피지배 관계가 되기도 한다. 한쪽이 매달리면 다른 한쪽은 관계의 지배자가 된다. ‘저 사람이 나한테 목을 매고 있구나’ 싶으면 그 사랑에 고마워하기보다는 ‘그가 나한테 잘 하는 게 당연하다’는 식으로 생각하기 쉽다. 이렇다 보면 둘 사이에 반드시 필요한 긴장감도 사라지게 된다. 막 대하는 사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남녀가 맺어지려면 충분한 감정의 교류가 있어야 한다. 일방적인 관계는 제대로 소통되지 못해 급기야 터지고 만다. 팽팽한 시소처럼 남녀가 양쪽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야말로 사랑에 꼭 필요한 덕목이다.
이웅진 좋은만남 선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