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광약품 효능 특허 등록 마쳐…종근당 호주·인도에서 3상 진행…셀트리온 이미 10만 명분 생산
국내에서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는 주로 약물재창출 방식으로 진행된다.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선별진료소 전경. 사진=임준선 기자
#부광약품 레보비르
지난 3월 부광약품은 B형간염 치료제 레보비르(성분명 클레부딘)가 코로나19 치료에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에 지난 4월 식약처는 부광약품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2상을 승인했다. 국내 제약사 중 코로나19 임상을 승인받은 건 부광약품이 처음이다. 부광약품은 지난 8월 레보비르의 코로나19 치료 효과에 대한 용도 특허도 등록했다.
레보비르의 임상 2상은 현재 진행 중이다. 오병용 한양증권 연구원은 “(부광약품의) 임상을 진행하는 시험책임자들이 한국 감염내과학계의 최고 권위자들이자 오피니언 리더들”이라며 “학계 최고 권위자들이 임상을 진행하면서 레보비르의 효과를 바로바로 알 수 있고, 이는 상당한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엔지켐생명과학 EC-18
지난 5월 식약처는 엔지켐생명과학이 구강점막염과 호중구감소증의 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신약후보물질 ‘EC-18’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2상을 승인했다. 이어 지난 8월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EC-18에 대한 임상 2상을 승인해 현재 진행 중이다.
김태엽 한양증권 연구원은 “EC-18은 천연물 유래 합성신약으로 기존 1상을 통해 안전성 검증이 끝났으며 급성 폐손상 등의 치료효과를 기존에 이미 증명한 바 있다”며 “코로나19 또한 바이러스로 인한 급성호흡곤란이 사망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되는 상황에서 EC-18은 확실한 해결책이 될 개연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종근당 나파벨탄
지난 6월 종근당과 한국파스퇴르연구소는 종근당의 혈액항응고제 및 급성췌장염 치료제 ‘나파벨탄(성분명 나파모스타트)’에서 코로나19의 항바이러스 효능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현재 나파벨탄의 임상 2상이 진행 중이다.
나파벨탄은 현재 우리나라와 러시아 멕시코에서 임상 2상이 진행 중이고 호주 인도 등에서는 임상 3상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12월 1일 종근당 측은 “러시아 데이터안전성모니터링위원회(DSMB)가 나파벨탄 임상 2상의 안전성과 유효성 등을 중간평가 한 결과 임상의 유용성이 있음을 확인하고 임상을 지속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대웅제약 호이스타정과 DWRX2003
지난 7월 식약처는 대웅제약의 역류성식도염 치료제 ‘호이스타정(성분명 카모스타트)’의 임상 2상을 승인했다. 독일 괴팅겐 라이프니츠 영장류 연구소가 학술지 ‘셀’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카모스타트는 바이러스의 세포 진입에 필요한 프로테아제의 활성을 억제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세포 진입을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대웅제약은 지난 10월 코로나19 치료제 DWRX2003(성분명 니클로사마이드)의 임상 1상도 식약처 승인을 받았다. 니클로사마이드는 바이러스의 세포 침투를 억제할 수 있는 약물로 알려졌다. DWRX2003은 대웅제약의 기술을 활용해 니클로사마이드를 서방형 주사제로 개발한 것이다. DWRX2003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호주 필리핀 인도 등에서도 임상 1상이 진행 중이다.
#제넥신 GX-I7
지난 8월 식약처는 제넥신의 ‘GX-I7(성분명 인터루킨)’의 임상 1상을 승인했다. GX-I7은 제넥신이 항암제 신약으로 개발 중인 인터루킨 성분 의약품으로 약물재창출을 통해 개발됐다. 제넥신에 따르면 GX-I7은 코로나19 확진자의 면역세포(T세포)를 증식시켜 자가면역력을 높임으로써 중증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거나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제넥신 관계자는 “GX-I7은 1회 투여로도 T세포 수 증가 활성이 우수하고, 편의성도 뛰어나다”며 “코로나19 확진자의 치명률 등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녹십자 GC5131A
녹십자는 지난 8월 식약처로부터 코로나19 혈장치료제 ‘GC5131A’의 임상 2상을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약물재창출 방식이 아닌 코로나19 치료제 중 임상 2상을 승인 받은 것은 GC5131A가 처음이다.
GC5131A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액에서 혈장을 수집한 후 여러 공정을 거쳐 제품화한 것이다. 원료물질인 혈장이 인체에서 나왔고, 동일 원리를 적용한 제품이 사용되고 있어 임상 1상이 면제됐다. 혈장치료제는 다른 치료제에 비해 안전한 것으로 평가받지만 완치자의 혈장을 받아야 하는 특성상 대량 생산에는 한계가 있다. 녹십자 측은 “최근 단체 혈장 공여가 이어지는 등 혈장 수급이 원활히 진행되고 있어 혈장치료제의 추가 생산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라고 전했다.
#셀트리온 CT-P59
셀트리온은 지난 8월 식약처로부터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CT-P59(성분명 레그단비맙)의 임상 1상을 승인받았다. 이어 지난 9월에는 식약처의 승인을 받아 임상 2상과 3상을 동시에 진행한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임상 1상 결과 CT-P59 투여 이후 증상 회복 기간이 평균 44% 단축됐다고 설명했다.
2020년 11월 셀트리온은 임상 2상 참가자를 대상으로 투약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인천 연수구 셀트리온 본사. 사진=이종현 기자
지난 11월 셀트리온은 임상 2상 참가자를 대상으로 투약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임상 2상 중간 결과 확인 후 식약처에 조건부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셀트리온은 “임상 2상에 대한 중간 결과를 조속히 도출해 식약처 등 유관기관과 협의해 CT-P59의 조건부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라며 “식약처의 조건부 허가가 승인될 경우 즉시 사용할 수 있도록 코로나19 환자 10만 명분의 초기 물량 생산을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뉴젠테라퓨틱스 뉴젠나파모스타트정
지난 11월 뉴젠테라퓨틱스의 코로나19 치료제 ‘뉴젠나파모스타트정(성분명 나파모스타트)’가 식약처로부터 임상 1상을 승인받았다. 나파모스타트는 항응고제로 사용되는 성분으로 렘데시비르 대비 600배 이상의 항바이러스 효과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체내에서 반감기가 짧아 병원에 방문해 수액 형태로 24시간 투약해야 하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받아 왔다. 뉴젠테라퓨틱스가 개발한 뉴젠나파모스타트정은 수액을 정제(알약) 형태로 만들어 나파모스타트의 반감기를 늘린 것이다.
#동화약품 DW2008S
지난 11월 동화약품은 식약처로부터 코로나19 치료제 ‘DW2008S’의 임상 2상을 승인 받았다고 밝혔다. DW2008S는 천식치료제 신약으로 개발 중인 천연물의약품이다. 이번 임상에서는 새로운 항바이러스 효과 탐색을 통해 코로나19 치료제로서 가능성을 확인할 예정. DW2008S는 현재 천식치료제로도 임상 2상이 진행 중이다.
동화약품에 따르면 DW2008S의 동물효능시험에서 유의미한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능이 관찰됐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동물효능시험 결과가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예상한 대로 DW2008S에서 항바이러스 효능이 긍정적으로 나타났다”며 “DW2008S와는 다른 신규 물질 기반으로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뮨메드 hzVSF-v13
지난 12월 7일 식약처는 이뮨메드의 코로나19 치료제 ‘hzVSF-v13’에 대한 임상 2상을 승인했다. 러시아 인도네시아 이탈리아 등에서도 hzVSF-v13의 임상 2상이 진행 중이다. hzVSF-v13의 치료원리는 바이러스 감염과 관련되는 세포 구조물에 결합해 바이러스 복제를 억제하는 것이다. hzVSF-v13은 당초 인플루엔자 치료제로 개발 중이었던 성분으로 개발 당시 안전성 평가를 위해 임상 1상을 실시한 바 있다.
#렘데시비르
렘데시비르는 2014년 길리어드사이언스가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하던 물질이다. 렘데시비르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 1상과 2상을 무사히 통과했지만 3상은 통과하지 못했다. 이 후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사례가 나오면서 길리어드사이언스는 지난 3월 FDA에 코로나19에 대한 긴급 임상 3상을 신청했다. 이미 1상과 2상을 통과했기 때문에 3상만 재개하는 긴급 임상을 신청한 것이다.
당시 길리어드사이언스는 한국 법인을 통해 식약처에도 임상시험 승인 신청서를 접수했고, 식약처가 이를 승인해 국내 코로나19 환자 195명(중등도 120명과 중증 75명)도 임상시험에 참가했다. 또 서울대학교병원도 식약처의 허가를 받아 미국국립보건원(NIH)과 협력해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임상 결과 렘데시비르는 코로나19 환자의 회복 기간을 5일 단축시켜주는 효과가 있다고 길리어드사이언스 측은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10월 세계보건기구(WHO)는 “렘데시비르 임상시험 결과 사망률 및 치료기간 등에 있어 대조군과 시험군 간 차이가 없었다”고 밝혀 치료 효과에 논란이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FDA는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정식 허가를 내줬고, 식약처 역시 의료진 판단 아래 렘데시비르 투여를 권고하고 있다.
식약처는 “의약품 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판단돼 렘데시비르를 코로나19의 치료제로 사용하는 것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