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희 채널 ‘꼰대희’ 구독자 20만 확보…진입장벽·소재 제약 없어 ‘정치 풍자’까지 부활
#유튜브로 간 개그맨들
유튜브는 코로나19 시대에 오히려 비약적인 성장을 거뒀다. 비대면 활동이 늘면서 적잖은 이들이 시청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되는 유튜브로 쏠렸기 때문이다. 많은 개그맨들이 그 안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김대희는 유튜브 ‘꼰대희’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는 ‘꼰대희’에서 완고한 아버지 캐릭터를 선보이는데 바로 ‘개콘’에서 선보였던 인기 코너 ‘대화가 필요해’ 속 모습이다. 사진=유튜브 ‘꼰대희’ 화면 캡처
‘개콘’의 맏형으로서 장례식을 콘셉트로 삼은 ‘개콘’ 마지막 회에서 상주 역할을 했던 개그맨 김대희는 유튜브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가 개설한 ‘꼰대희’는 문을 연 지 약 3개월 만에 2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꼰대희’의 캐릭터다. 이 채널에서 완고한 아버지라는 부캐릭터인 ‘꼰대’로 분한 개그맨 김대희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그가 ‘개콘’에서 선보였던 인기 코너 ‘대화가 필요해’ 속 모습이기 때문이다. 특히 당시 그의 유행어였던 “밥 묵자”를 코너명으로 내세운 ‘밥 묵자’는 후배 개그우먼 신봉선, 유민상이 참여해 각각 350만, 250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댓글에도 “다시 보고 싶었다”는 지지 일색이다. ‘개콘’ 전성기를 기억하는 이들의 향수를 자극한 것이 적중한 셈이다. 12월 18일 진행한 첫 라이브에도 수많은 구독자들이 실시간으로 참여해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개콘’의 황금기를 경험했던 장동민, 변기수, 홍인규 등은 유튜브에서 골프 채널을 열었다. ‘홍인규의 골프TV’와 ‘변기수의 골프TV’는 각각 16만, 6만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고, 후발주자인 ‘장동민의 골프와의 전쟁’ 역시 빠르게 구독자를 늘려가고 있다. ‘개콘’ 세대라 볼 수는 없지만 23만 명이 구독하고 있는 김구라의 ‘뻐꾸기 골프TV’ 역시 골프 콘텐츠로 주목받았다. 이들은 유명 연예인 동료들과 자연스럽게 골프를 치는 모습을 보여주며 웃음을 선사한다. 이 과정에서 골프장을 비롯해 골프 의류 등을 노출시킬 수 있기에 PPL 유치를 통한 수익 창출에도 용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방송됐던 ‘개콘’의 조회수 역시 상당히 높다. 인기 코너의 경우 200만∼500만 뷰에 육박한다. 댓글 반응을 살펴보면 최근 이 코너를 찾아본 후 소감을 밝힌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KBS 예능국 관계자는 “과거 TV를 통해 ‘개콘’을 봤던 이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개콘’을 보지 않았던 10대들에게는 유튜브를 통해 만나게 되는 새로운 콘텐츠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왜 유튜브인가
개그맨들은 왜 유튜브를 주무대로 선택했을까. ‘개콘’이 코로나19 여파로 폐지된 만큼 그들이 돌아갈 대학로, 홍대 앞 등의 무대도 비슷한 시점에 대부분 없어졌기 때문이다. 김준호와 김대희, 윤형빈 등은 부산, 홍대 일대에서 코미디페스티벌을 열며 후배 개그맨들이 설 자리를 만들어주고 코미디 부흥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이런 오프라인 행사마저 허락하지 않았다. 관객이 모일 수 없기 때문에 극장을 운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김준호와 김대희 등이 이끄는 JDB엔터테인먼트는 홍대 앞에 위치한 공연장을 유지하며 코로나19가 끝나고 다시 관객을 맞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셈.
KBS Joy 예능 ‘무엇이든 물어보살’에 출연한 KBS 공채 개그맨 출신 송준석, 배정근, 김두현(왼쪽부터)은 택배, 쇼호스트 등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사진=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 방송 화면 캡처
11월 30일 방송된 케이블 채널 KBS Joy 예능 ‘무엇이든 물어보살’에는 KBS 공채 개그맨 출신인 송준석, 배정근, 김두현이 출연했다. 이들은 택배를 비롯해 쇼호스트 등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후배 개그맨들의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무엇이든 물어보살’의 MC 이수근은 “코로나19가 아니면 공연도 괜찮은데 지금은 최악의 상황”이라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적잖은 개그맨들이 유튜브로 눈을 돌렸다. SBS ‘웃찾사’ 출신인 개그맨 한으뜸, 장다운이 운영하는 채널인 ‘흔한 남매’는 211만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인기 유튜버로 등극했다. 또한 유튜브에서는 개그맨들이 조를 이뤄 상황극을 펼치며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반응을 담는 ‘몰래 카메라’ 형식 콘텐츠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무대 위에서 다양한 콩트를 펼치는 등 상황극에 능한 그들의 장점을 활용했다.
한 중견 개그맨은 “TV에는 유명해야 출연할 수 있지만, 유튜브 채널은 누구나 만들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신인 개그맨들도 역량만 갖추면 많은 구독자를 확보할 수 있다”며 “유튜브에 뛰어든 모든 개그맨들이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코로나19 시대를 이겨낼 수 있는 가장 탄탄한 플랫폼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편집이 없다는 것도 유튜브의 장점이다. 스스로 촬영과 편집을 선택하기 때문에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요즘 개그맨들이 유튜브에서 선보이는 콘텐츠 중 하나는 정치 풍자다. ‘수다맨’으로 유명한 강성범이 운영하는 ‘강성범TV’는 정치 평론을 주로 하며 34만 구독자를 모았다. ‘개콘’에서 내시 캐릭터로 인기를 끈 김영민과 MBC 출신 최국이 운영하는 ‘내시십분’과 ‘최국의 가짜뉴스’의 구독자도 각각 13만, 6만 명에 이른다. TV에서 개그 프로그램이 자취를 감추며 함께 사라진 정치 풍자가 유튜브에서 부활하고 있는 셈이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