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논란 속 정부 지원 예산 편성…지원 시점·대상 확대 여부 주목
코로나19 3차 확산에 따른 방역 강화 조치로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증폭되고 있다. 지난 12월 17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지하상가에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는 호소문이 붙어 있는 모습. 사진=최준필 기자
#논란이 된 ‘임대료 멈춤법’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영업이 제한 또는 금지되는 경우 매출 급감에 임대료 부담까지 고스란히 짊어져야 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일인지에 대한 물음이 매우 뼈아프게 들립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월 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겪는 임대료 부담 문제에 대해 이같이 언급했다. 앞서 소상공인연합회가 12월 10일 더불어민주당 대표단과 개최한 정책간담회에서 임대료 직접 지원 및 임대인 세금감면 간접지원 등을 통한 임대료 대책 마련을 건의한 지 나흘 만에 나온 문 대통령의 첫 반응이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서도 12월 7일 “집합금지 시 자영업자의 대출원리금과 임대료를 같이 멈춰야 한다”는 내용의 청원이 게재돼 12월 23일 기준 16만 명 넘게 동의했다.
이런 가운데 12월 14일 ‘임대료 멈춤법’이 발의됐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는 집합금지 업종에 대해 임대인이 금지 기간에 해당하는 차임(임차물 사용의 대가)을 청구할 수 없고, 집합제한 업종에 대해서는 제한 기간에 해당하는 차임의 2분의 1 이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감염병 예방조치에 따른 자영업자‧소상공인의 피해를 임대인과 금융기관, 정부가 함께 나누는 ‘임대료 공정론’에 따라 장사가 멈추면 임대료도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의안원문에서 “민법에서 정의한 임대차의 의미는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목적물을 사용, 수익하게 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이에 대해 차임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이라며 “집합제한 조치가 내려져 정상적인 사용이 불가능해 ‘사용할 약정’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차임을 지급할 약정’도 중단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임대인에 대한 보상 관련 규정이 없어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즉각 제기됐다. 엄정숙 부동산전문 변호사는 “‘임대료 멈춤법’은 임대인이 자신의 재산을 이용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임대관련 행위를 제한하기 때문에 재산권 제한 및 침해 소지가 다분하다”고 전했다. 이어 “이 법이 시행되면 소상공인은 집합금지 조치에 따른 충격이 완화될 수 있겠지만 많은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며 “임대인은 낮아진 수익을 복구하기 위해 관리비를 올리거나 코로나19 취약 업종에 대해 임대차계약을 맺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월세를 받아 생활하는 ‘생계형 임대인’ 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3차 재난지원금’ 아니라 ‘소상공인 집중 지원’
이런 가운데 주목을 받는 것이 3차 재난지원금이다. 지난 12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2021년도 본예산에 3조 원 규모의 ‘코로나 3차 확산 맞춤형 피해지원’ 예산이 편성돼 있기 때문이다. 3차 재난지원금이라고 불리지만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코로나 3차 확산 피해를 받는 업종‧계층에 대한 맞춤형 지원 재원”이라며 소상공인 등에 쓰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실상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책인 셈이다.
이 때문에 이번 지원금은 앞서 1‧2차 재난지원금 당시 불거졌던 목적과 대상 선정 등의 문제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예산안이 통과할 때부터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에 집중하겠다는 큰 틀의 동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14조 원을 투입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1차 재난지원금을 보편 지급했던 당시 정책 목적의 모호성 문제가 지적됐다. 지난 9월 7조 8000억 원을 투입해 코로나19 피해 취약 업종‧계층을 중심으로 집중 지원(2차 재난지원금)할 때에는 대상 선별의 현실적 어려움에 따른 공정성 문제가 제기됐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2월 1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기본적으로는 가장 많은 피해를 보신 분들한테 가장 두텁게 지원하는 것이 효율적이면서도 공정하다는 판단”이라며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집중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지난 12월 23일 발표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1차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의 효과와 시사점’ 보고서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집중 지원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평가다. KDI는 “지원금 사용 가능 업종에서 전체 투입예산 대비 26.2~36.1%의 매출 증대 효과가 나타났다”며 “가구소득 보전만으로는 피해가 큰 사업체의 매출을 확대하는데 한계가 있으므로 피해업종 종사자에 대한 직접적인 소득지원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여당이 3차 재난지원금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집중 지원 대책을 내놓기로 했지만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는 ‘보편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임준선 기자
#반복되는 논의에 늦어지는 지원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지원 시점과 대상 확대 여부다. 정부와 여당은 12월 안으로 소상공인 피해지원 대책의 지원방식과 시기, 지원금 지급 규모 등을 포함한 계획을 발표하고 오는 1월 중 이를 집행할 방침을 밝혔다. 재난지원금에 임대료 직접 지원금을 일정 부분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이나 집합제한‧금지 업종의 확대가 논의되는 상황에서 지원 대상이나 규모가 예정보다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 이 경우, 지원 시기가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지원 확대 가능성에 따른 추가경정예산 필요성도 제기된다. 당초 정부와 여당은 2021년 예산에 편성된 3조 원에 2020년 남아있는 목적예비비 3조 8000억 원 가운데 일부를 활용하면 추경 없이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지난 12월 23일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추경 편성 필요성이 제기됐다.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착한 임대료 정책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세액공제 비율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며 “본예산 3조 원은 턱없이 부족해 추경 편성이 필요해 보인다”고 언급했다. 추후 코로나19 확산 정도를 확신할 수 없는 만큼 추경 필요성 논의는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에서는 ‘보편지급 후 선별환수’시스템을 구축했다면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집행 속도를 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원 수석위원은 “1차 긴급재난지원금 지원 때부터 ‘보편지급 후 선별환수’를 택했다면 매번 정부가 지원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대상 선별문제나 지급 방식 등의 논의로 집행 속도가 늦춰지는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