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m 드리블 골’로 대부분의 상 휩쓸어…올시즌 14골 7도움 맹활약 ‘이젠 팀 우승 정조준’
올해 FIFA 어워즈는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손흥민은 구단이 마련한 자리에서 푸스카스상 수상 소감을 밝혔다. 사진=토트넘 페이스북
손흥민의 원더골을 향한 찬사는 골 직후부터 전 세계에서 쏟아졌다. 수비지역 페널티 박스 앞에서 얀 베르통언의 패스를 건네받은 손흥민은 주변을 살피다 드리블을 시작했다. 7명가량의 수비수가 손흥민에게 달려들었지만 방해가 되지 못했다. 특유의 템포 조절과 스피드로 골문 앞에 도달해 간결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실측정 드리블 거리는 자그마치 73m.
이 같은 원더골에 과거 전설적인 골들이 줄줄이 ‘소환’됐다. 소속팀 토트넘의 조세 무리뉴 감독은 브라질 출신 호나우두를 언급하는가 하면 ‘축구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골’로 손꼽히는 디에고 마라도나의 1986 멕시코월드컵 8강전 골이 언급되기도 했다.
손흥민이 수상한 푸스카스상은 FIFA가 주관하는 연말 시상식에서 전년도 11월부터 당해 10월까지 터진 골 중 가장 아름다운 골을 선정하는 상이다. 2009년 제정 당시 심사단 평가에서 2016년부터 팬투표로 수상자가 정해지다 이번 시상식부터 팬 투표와 전문가 투표를 50% 비율로 합산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손흥민은 팬 투표에서 최종 후보 3인 중 2위에 머물렀지만 전문가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며 수상 영광을 안았다. 다만 푸스카스상은 선수의 ‘클래스’를 공인하는 상은 아니다. 골 자체의 아름다움을 평가하기 때문에 유명한 선수가 주목도를 높일 수는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선수도 수상 가능하다. 2016년에는 큰 각도로 휘어지는 프리킥을 성공시킨 말레이시아 리그 소속 선수(모하메드 파이즈 수브리)가 트로피를 받았다.
손흥민은 이미 이 골로 앞서 많은 트로피를 받았다.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에서 선정하는 이달의 골, 올해의 골을 휩쓸었으며 BBC, 스카이스포츠 등 현지 언론들도 번리전 골을 최고의 골로 꼽았다. 토트넘 구단도 지난 시즌 최고의 골의 영광을 손흥민에게 안겼다. 1골로 수상 가능한 대부분 상을 휩쓴 손흥민은 푸스카스상으로 화룡점정을 했다.
FIFA 풋볼 어워즈 ‘올해의 선수상’ 수상자는 레반도프스키였다. 사진=FIFA 풋볼 어워즈 페이스북
#‘월드클래스’ 인증, 축구계 개인상은?
푸스카스상이 FIFA 풋볼 어워즈의 ‘메인이벤트’는 아니다. 전 세계 축구 선수 중 한 시즌간 MVP급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는 ‘올해의 선수상’이 메인이다. 2019-2020시즌 47경기에서 55골을 넣으며 독일 분데스리가, DFB 포칼,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모두 거머쥐는 ‘트레블’을 달성한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폴란드, 바이에른 뮌헨)가 올해의 남자선수상을 받으며 시상식의 주인공이 됐다. 올해 여자선수 부문에는 잉글랜드의 루시 브론즈가 수상했다.
이 외에도 남녀 감독상, 골키퍼상, 남녀베스트11, 페어플레이상 등의 주인공이 발표됐다. 베스트11 선정은 경우 FIFpro로 불리는 국제축구선수협회 회원들의 투표를 거친다. 한국에선 손흥민과 지소연이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지소연은 올해의 여자선수상 후보에도 올라 ‘월드 클래스’로 위상을 인정받았다.
축구계 가장 권위 있는 개인상으로 꼽히는 ‘발롱도르’는 FIFA 올해의 선수상과 양대산맥을 이룬다. 프랑스 축구잡지 ‘프랑스 풋볼’에서 선정한 세계 각국 언론인들의 투표로 수상자가 결정된다. 1991년부터 개설된 FIFA 올해의 선수와 달리 1956년부터 시작된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발롱도르 후보에도 한국인 선수가 이름을 올려 국내 팬들의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후보가 50명이던 시절인 2002년과 2005년 설기현과 박지성이 각각 이름을 올렸고 2019년에는 손흥민이 30인 후보에 선정돼 일부 표를 획득, 22위에 랭크됐다. 이는 한국선수 역대 최고 순위다.
이처럼 세계 최고 권위의 상에 한걸음씩 다가가고 있는 손흥민은 앞서 수많은 개인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12월 15일에는 대한축구협회에서 선정한 올해의 선수에 여자부문 장슬기와 함께 선정됐다. 2년 연속 수상이자 역대 5번째 수상이다. 손흥민 아시아 국적이면서 아시아 이외 지역에서 활동하는 최고의 선수에게 주는 아시아축구연맹의 올해의 아시안 국제선수상을 3회 수상한 바 있다. 이외에도 프리미어리그, 구단 자체 시상식, 언론사 선정 등 수많은 개인상을 받았다.
손흥민은 푸스카스상과 리버풀전 승리를 바꾸고 싶어할 만큼 우승이 간절하다. 사진=토트넘 페이스북
#이제 손흥민에게 필요한 것
축구 선수에게 최고 영광인 개인상에 차츰 다가가고 있지만 손흥민은 누구보다 팀으로서 함께 들어 올릴 수 있는 우승 트로피에 욕심을 내고 있다. 무리뉴 감독은 “손흥민이 푸스카스상과 리버풀전 승리를 바꾸고 싶다고 하더라”라는 말을 전했다. 손흥민은 승리가 간절하다. 푸스카스상 수상이 발표되기 전날 토트넘은 우승 경쟁을 벌이는 리버풀에 패했다.
손흥민은 개인상은 여러 차례 받았지만 우승 경력은 초라하다. 2016-2017 프리미어리그, 2018-2019 챔피언스리그에서 준우승에 그쳤다. 독일 분데스리가 시절에도 우승 경험은 없다. 국가대표팀에서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유일.
이번 시즌 토트넘은 손흥민의 맹활약에 힘입어 순항하고 있다. 모든 대회를 통틀어 14골 7도움을 기록한 손흥민 덕에 토트넘 유로파리그 32강 토너먼트에 진출했으며 12월 중순까지 리그 1위를 달리기도 했다.
최근 토트넘은 흔들리고 있다. 최근 3경기(2020년 12월 23일 기준)에서 무승부 뒤 2연패를 기록했다. 1위를 달리던 리그 순위는 6위까지 미끄러졌다. 특유의 촘촘한 일정이 이어지는 프리미어리그 박싱데이에 앞서 팀 분위기를 끌어올려야 한다.
후대의 평가를 위해서도 우승 트로피는 중요하다. 손흥민의 위상을 평가할 때 대한민국 레전드 차범근 박지성과 비교는 불가피한 일이다. 기량 기록 등 평가에서는 밀리지 않지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두 선배에 비해 손흥민은 아직 초라하다 할 수 있다. 개인상은 풍부하지만 우승 트로피가 간절한 손흥민이 이번 시즌에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지켜볼 일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