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전사 출신 서이경 역 ‘액션 신’ 직접 소화 “제 몸에 그런 근육…저도 처음 알았어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에서 특전사 출신의 전직 소방관 서이경 역을 맡은 배우 이시영은 잘 단련된 몸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주로 남성 캐릭터에게 주어지던 근육 강조 신의 스포트라이트가 이시영에게 쏟아지자 “여자 몸에 어떻게 저런 근육이 있냐” “저 근육 다 분장이나 CG 아니냐”는 질투어린 말들이 이어졌다. 이런 반응에 대해 이시영은 개의치 않거나 익숙하다는 듯이 평온하게 대답했다.
“충분히 그렇게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실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감독님과 촬영 전에 ‘너무 여전사 느낌이나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에 대해 강조하는 걸 최대한 피하자’고 얘기 했던 게 솔직한 당시 상황이었죠. 그렇게 정의되는 캐릭터가 아니라, 소중한 걸 지키기 위해서는 그게 어린아이든 어르신이든 큰 힘을 낼 수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려 했던 것 같아요. 어떤 부분에서는 나약한 존재일 수 있지만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강해질 수 있다, 얼마든지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가 중요한 거죠. 무조건 여전사처럼 보여야만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배우 본인은 캐릭터가 어떤 고정관념으로 정의하는 것을 무척이나 경계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작중에서 그가 맡은 서이경의 액션 신이 일부 불편한 사람들을 제외한 시청자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신체 대부분이 드러나는 거미 괴물과의 전투 신에서도 ‘선정적이다’라는 평가보다는 ‘몸이 너무 멋있다’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사실 노출이 있는 액션은 이번이 처음이라 부담이 없진 않았어요. 아무래도 신체가 노출되는 액션이었기 때문에 벌크업(근육 증량)을 하는 데 집중을 많이 했죠. 어디가 보일지 모르잖아요, 제 입장에서는(웃음). 그러니 어느 한 군데 놓치는 부분 없이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 캐릭터의 전직 소방관이란 직업적인 특성도 있고 또 특전사 출신이었기 때문에 벌크업을 정말 많이 했죠. PT(개인 훈련)를 하면서 굉장히 많이 먹다가 촬영 1~2주 전부터 극단적으로 식단 조절을 했어요. 많이 먹을 땐 많이, 자주 먹는 게 힘들다가 촬영 직전에 탄수화물 빼낼 땐 안 먹어서 힘들고 그래서 더 기억에 남네요(웃음).”
이시영(서이경 역)은 괴물들과 액션 신은 물론 소방차 운전 신도 직접 소화했다고 밝혔다. 사진=‘스위트홈’ 스틸컷
극 중 이시영이 맡은 서이경은 원작 웹툰에는 없는 드라마판 오리지널 캐릭터다. 캐릭터 구축에 있어 크건 작건 원작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다른 배우들에 비해 비교적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원작과 드라마 간 괴리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했다는 게 이시영과 이응복 감독의 공통된 고민.
“이경이는 오리지널 캐릭터이기 때문에 굉장히 자유로웠지만, 그만큼 촬영 전에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눠야 했어요. 감독님이 말씀하신 이경이의 역할이나 그 필요성은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스위트홈’에서 밖으로 나가는 유일한 인물이라는 의미가 크죠. 밖으로 나가면서 스위트홈이라는 세계관을 굉장히 확장시키는 캐릭터거든요. 그렇게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감독님께 필요하지 않았나 싶어요.”
서이경으로 이시영을 처음 접하게 된 어린 시청자들은 생소할 수 있지만, 이시영은 그간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으로 대중들에게 익숙한 배우다. 2010년 복싱을 접하게 되면서 액션 배우로까지 활동 무대를 넓힌 그는 이 시기를 기점으로 주로 형사 캐릭터를 맡거나 영화 ‘언니’로 단독 주연 액션 영화에까지 나서게 됐다. ‘액션이 가능한 강인한 여성 캐릭터’로서의 이시영이 주목받은 덕이었다.
2010년부터 복싱을 시작한 이시영은 아마추어 복싱선수로도 활약하면서 액션 배우로 활동 무대를 넓혔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제가 운동도 좋아하고 그런 모습이 많이 비춰지다 보니 그런 역이 주로 들어오는 것 같아요. 하지만 속상하다는 건 아니고, 그냥 이게 어디냐 싶은 마음이기도 해요. 제게 이런 캐릭터가 주어진다는 것 자체가 좋아요. 사실 예전엔 고민을 했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제가 액션 캐릭터를 맡게 된다는 것 자체를 굉장한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좀 더 많은 작품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걸 위해 계속 운동하고 준비해야 한다면 제게 있어서 굉장히 행복하고 또 좋은 순간인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자신에게 출연 제의가 들어오는 캐릭터에 대해 가장 경계하는 지점을 다시 강조했다. 무조건 강한 여자의 판타지가 아닌 현실성과 당위성이, 이시영이 캐릭터 구축을 위해 찍은 방점이었다. ‘이시영이기에 할 수 있다’는 게 아니라 ‘당신이 여자라도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뭐가 먼저냐의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밑도 끝도 없이 여자가 멋있게 나오고, 굉장히 말도 안 되는 힘을 내고 그런 걸 보면 저한테도 동기 부여가 잘 안 되고, 보시는 분들도 불편하니까요. 내가 어떤 액션을 하든지 내가 강하기 때문에 강한 게 아니라, 나의 소중한 것들을 구해내거나 지켜내기 위해 강해지는 것이라고 그렇게 저 스스로 생각하고 연기하고 있어요. 그래야만 제게 좀 더 당위성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요. 제 생각이 그래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