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 우회도로 ‘빨라도 멀미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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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스타로 발돋움한 연예인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
대다수의 연예관계자들은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에 ‘진정한 일반인은 없다’라고들 말한다. 8년 전 인기를 끌었던 MBC <목표달성 토요일>의 인기 코너 ‘애정만세’에서 화제를 모았던 김꽃님 정도가 순수한 일반인 출연자라고 할 수 있을 뿐, 대부분은 연예 지망생들의 얼굴 알리기 코스라는 게 연예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10여 년 전 많은 사랑을 받았던 KBS <산장미팅-장미의 전쟁>은 그 가운데에서도 원조격이라 할 수 있다. 당시 남자 스타들과의 미팅녀로 등장했던 이들은 대부분 연예계 데뷔를 준비하던 신인들이었는데, 그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톱스타들로 성장했다. 이윤지 윤정희 이윤미 서지혜를 비롯해 강정화 김빈우 임성언 최하나 등이 모두 ‘장미의 전쟁’을 통해 배출된 스타들이다.
‘장미의 전쟁’을 통해 스타가 된 이들은 당시의 반짝 인기에 만족하지 않고 연기자로의 변신을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여 현재의 위치에 올라있다. 특히 최근 드라마 <자이언트>를 통해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최하나의 경우 남들보다 몇 배의 어려움을 겪으며 성장했음을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사극 <왕과 나> <무인시대>를 비롯해 <불량가족> <연인>등 히트 드라마에 꽤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그는 시청자들에게 외면받기 일쑤였다고. 이런 까닭에 그는 ‘가수 출신 연기자를 보듯 시청자들이 나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건가’라며 자문했을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묵묵히 연기력 향상을 위해 애썼고, 그 결과 데뷔 8년 만인 올해 들어서야 <자이언트>를 통해 비로소 시청자들에게 연기에 눈을 떴다는 평을 받게 됐다. 실제로 드라마 <자이언트>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경자(최하나의 극중 이름)가 정말 옛날 산장미팅에 출연했던 그 사람 맞느냐?’ ‘머리카락 잘리고 우는 연기할 때 소름 돋았다’ 등의 호평이 줄을 잇고 있다.
‘장미의 전쟁’을 통해 배출된 스타들은 남녀를 막론한다. KBS 일일드라마 <바람 불어 좋은 날>에 출연 중인 배우 진이한의 방송 데뷔 역시 8년 전 ‘장미의 전쟁’을 통해서다. 당시 그는 김현중이라는 본명으로 출연해 춤과 노래 등의 끼를 보여주며 많은 화제를 낳은 바 있는데, ‘장미의 전쟁’ 이후 연기자로 정식 데뷔하기까지 무려 5년 넘는 시간을 대학로 무대에만 올인했다. 그는 “‘장미의 전쟁’ 이후 쏟아지는 수많은 러브콜에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배우가 아닌 연예인이 되기는 싫었다”며 “연극 뮤지컬 등을 통해 기초를 닦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한다. 브라운관으로 영역을 확장한 그는 개봉을 앞둔 영화 <탈주>를 통해 스크린까지 넘보고 있다.
신인으로선 더없이 좋은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한사코 들러리가 되기를 원치 않는 이들도 있다.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의 ‘뜨거운 형제들’에 아바타녀로 출연키로 돼있었던 신인 배우 A. 그는 같은 소속사의 선배 B와 함께 소위 말하는 ‘끼워넣기’로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할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A의 출연을 믿고 기대했던 매니저들의 바람과는 달리 A가 한사코 출연 거부의사를 밝혀 소속사와 마찰까지 빚었다고 한다. A는 “예능이 아닌 연기를 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달라”며 고집을 피워 결국 A의 출연은 불발로 끝났고, 해당 매니저들은 깊은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는 후문.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스친소)>라는 프로그램 역시 신선한 일반인 출연자들로 많은 화제를 낳았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연예지망생임은 이미 시청자들도 눈치챘을 것이다. 애프터스쿨의 유이와 주연을 비롯해 윤시윤 등 많은 스타를 배출한 <스친소>. 매주 새로운 출연자들이 나오다보니 에피소드들도 실로 다양했다고 하는데, 현재 군복무 중인 붐의 얘기가 재밌다. 그는 <스친소>에 고정출연하며 ‘붐 친구를 소개합니다’라는 코너 속의 코너를 맡아 매주 톡톡 튀는 자신의 친구들을 소개한 바 있다. 수십 명이 되는 그의 친구들이 정말로 진짜 친구가 맞느냐는 질문에 그는 “모두 다 제 친구가 맞습니다”라고 대답한다. 단, “급하게 친해진 친구들도 몇몇 있다”는 말로 직간접적인 청탁을 받아 급격히 친구가 늘어난 속사정을 유쾌하게 고백하기도 했다.
현재 활동 중인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 중에서도 일반인 출연프로그램을 통해 데뷔 아닌 데뷔를 한 이들이 여럿이다. M.net <아찔한 소개팅>에 출연한 바 있는 시크릿의 한선화와 XTM <연애불변의 법칙>에서 작업녀로 출연했던 티아라의 큐리가 대표적이다. 지금과는 사뭇 다른 외모의 한선화나 자극적인 출연내용이 문제가 돼 논란이 됐던 큐리는 한동안 네티즌들의 도마 위에 오르긴 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다.
대한민국 톱스타 손예진과 지성 역시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인 지난 1998년 스타 서바이벌미팅을 통해 각각 주영훈과 S.E.S의 미팅 남녀로 출연한 바 있다. 본명 손언진과 곽태근으로 출연했던 당시 두 배우의 모습은 요즘 말마따나 손발이 오글거리는 모습 그 자체지만 팬들에겐 풋풋한 추억을 선사한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