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주지홍 소유 자본잠식 골프장 합병 ‘꼼수’ 논란…사조산업 “경영합리화 통한 시너지 극대화”
주지홍 사조그룹 상무(사진)의 개인회사 격인 캐슬렉스제주를 사조산업 종속회사가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사조그룹 제공
캐슬렉스제주의 지분관계를 보면,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의 아들 주지홍 부사장이 지분 49.5%, 사조시스템즈가 45.5%를 보유하고 있지만 사조시스템즈 지분을 주 회장이 13.7%, 주 부사장이 39.7%를 갖고 있어 오너일가 회사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캐슬렉스서울은 사조산업이 지분 79.5%, 사조씨푸드가 20%를 보유하고 있다.
주지홍 부사장이 지배하는 캐슬렉스제주는 사조그룹의 전폭적인 도움을 받으면서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04년 캐슬렉스제주 매출은 103억 원이었지만 이후 별다른 신장이 없거나 감소해 2019년 매출은 73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사조그룹 계열사인 사조대림과 캐슬렉스서울이 235억 원을 캐슬렉스제주에 차입해줬지만 경영환경은 나아지지 않았다. 캐슬렉스제주의 적자는 계속 됐다. 2018년에는 영업손실 9억 3169억 원, 2019년에는 영업손실 1억 3638억 원을 기록하며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캐슬렉스서울은 캐슬렉스제주의 부실자산도 떠안아줬다. 해외 골프장 사업을 위해 설립된 캐슬렉스칭따오는 캐슬렉스제주의 자회사였지만 설립 첫해부터 영업손실을 내고 2014년엔 자본잠식 상태에 이르러 캐슬렉스서울에 합병됐다. 캐슬렉스서울은 캐슬렉스칭따오의 부채까지 떠안으며 237억 원의 자본잉여금 손실을 보고 재무구조가 취약해졌다. 인수와 동시에 자본잠식에 빠진 캐슬렉스서울은 지금까지 그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흡수합병은 자본잠식 상태인 캐슬렉스서울이 역시 자본잠식 상태엔 캐슬렉스제주를 흡수합병한 것으로서 쉽게 이해하기 힘든 결정이다.
사조그룹 내 계열사와 오너일가 회사 간 잦은 흡수합병과 주식 거래에 대해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 서대문구 사조산업 본사. 사진=일요신문DB
본 사업이 적자에 허덕인 와중에서도 캐슬렉스제주는 번번이 사조그룹 계열사 주식을 헐값에 매입했다. 2015년 7월 캐슬렉스제주는 캐슬렉스서울로부터 사조대림 지분 9.32%를 장외매수했다. 당시 사조대림 주가는 1만 7350원으로 저점을 기록할 때였다. 캐슬렉스서울은 취득단가에도 못 미치는 헐값에 사조대림 지분을 넘겨 거래 배경에 의구심을 자아냈다.
2015년 8월에도 캐슬렉스제주는 헐값에 사조산업 주식을 매집했다. 주진우 회장과 사조해표는 사조산업 주식을 사조시스템즈와 주지홍 부사장, 케슬렉스제주에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매도했다. 캐슬렉스제주는 6만 6000원에 사조해표 주식을 10만 주(2%) 매수했다. 사조해표로서는 사조산업 주가가 급락하던 시기 주식을 매각해 회사의 이익과 배치되는 결정을 한 것이다. 이는 곧, 캐슬렉스제주에는 큰 배려(?)이자 이익이 된 셈.
금융투자(IB)업계 관계자는 “관련 없는 기업 간 합병이나 주식거래라도 거래 상대방 한 쪽에 이익이 되지 않는 경우 비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며 “하물며 오너 일가의 개인회사에 일방적 이익이 되는 거래가 반복되는 건 의심스럽게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사조그룹의 도 넘은 오너 일가 밀어주기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사조그룹 계열사가 오너일가 회사인 캐슬렉스제주에 차입금을 대주고, 부실자산을 떠안아준 탓에 그 피해가 주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 반복된 오너일가 밀어주기는 결국 견제장치가 없는 사조그룹 의사결정 과정에서 비롯했다는 지적이다.
사조그룹은 회사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관행을 이어오고 있다. 계열사인 사조대림은 2020년 사조그룹 임원 출신인 한상균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사조산업 역시 박길수 전 사조산업 대표이사, 한상균 씨를 사외이사로 두고 있다. 사조그룹은 경영진을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에 사측과 연관이 깊은 인사를 선임해 견제가 어렵다는 지적을 여러 차례 받았지만 변화는 요원하다.
기업지배구조연구소 측은 “사조그룹은 회사 규모에 비해 지배구조나 의사결정 관행이 선진화되지 못했다”며 “사외이사 선임에 사측에 가까운 인사를 둠으로써 견제가 힘들어지고, 연기금이나 민간 기관투자자가 소송에 나서지 않는 한 자체적으로 개선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