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에 정인이 두고 오는 일 흔해, 쇄골뼈 부상은 “차에서 굴렀다” “어린이집서 다쳤다” 횡설수설
지인들은 이미 A 씨 부부의 학대 정황을 눈치 채고 있었다. 뽀얗고 통통했던 아이가 까맣게 말라가는 것은 물론, 팔다리에 붕대가 감겨 있는 날도 있었다. 돌을 막 지난 아이의 쇄골에 금이 갔다며 가슴팍에 붕대를 감고 온 것을 봤다는 증언도 나왔다. 쇄골 부상에 대해 A 씨는 지인들에게 “아이가 차에서 굴러 떨어져 다친 것 같다”고 했는데, 아동보호전문기관 조사에서는 “어린이집에서 생활하다가 생긴 것 같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술의 신빙성까지 떨어지는 셈이다.
특히 A 씨의 지인은 일요신문 인터뷰에서 “복숭아 같던 아이의 몸이 점점 까맣게 변하는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모임에 둘째를 두고 오는 일이 흔했다. 짧게는 2~3시간 길게는 3~4시간 동안 방치하곤 했다. A 씨의 보복이 두려웠지만 연을 끊을 각오를 하고 신고를 했다. 그런데 경찰 조사 후 아동학대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와서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6일 오전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에 안장된 정인 양의 묘지에 추모객들이 놓고 간 편지와 선물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건 초기 주변에서 학대 정황을 무시한 것이 아니냐는 여론도 있었지만 실제로 지인들은 적극적으로 학대 사실을 알렸다. 정인이 사망 전 신고는 2020년 5월부터 9월까지 3차례나 있었다. 모두 다른 사람들이 한 신고였다. 첫 번째 신고자는 지난 5월 25일 정인이의 허벅지 양쪽에 난 멍을 발견한 어린이집 교사, 두 번째 신고자는 지난 6월 29일 차에 방치된 정인이를 본 A 씨 부부의 지인, 세 번째는 9월 23일 정인이를 진료한 한 소아과 원장이었다.
그럼에도 경찰은 관련 신고를 모두 무혐의 혹은 내사 종결했다. 이에 대해 당시 신고자와 지인과 잘 알고 지낸다는 한 측근은 “어린이집에서 신고를 해도, 주변 사람들이 신고를 해도 경찰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A 씨 성격에 가만있을 리 없고, 사이가 껄끄러워질 것 같아 (신고자에게) 당분간은 A 씨와 거리를 두라고 조언한 적이 있었다. A 씨가 한동안 다른 모임에 나갔다가 무슨 일 있었느냐는 듯 다시 돌아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상한 점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A 씨 지인들은 “항상 밖에서 육아를 하려고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돼 외출을 자제했던 시기에도 모임은 항상 키즈카페나 브런치카페에서 하려고 했다. 카페가 문을 닫으면 교외로 나가자고 했다. 휴일에도 A 씨 부부는 대체로 밖에 있었던 것 같다. 이 때문에 A 씨가 집에서 육아를 잘 하지 못하는 성격이거나 ‘아이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한편 A 씨 부부의 학대 정황은 공소장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공소장에는 “6월부터 10월 12일까지 피해자를 폭행하여 좌측 쇄골, 좌·우측 늑골, 우측 대퇴골, 우측 척골, 후두부 등에 골절상 및 머리부위 타박상, 장간막 파열 등의 상해를 가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실이 관련 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공소장 요약본에 따르면 A 씨 부부의 학대와 방임은 정인이를 입양한 지 한 달 만인 2020년 3월부터 시작됐다. 지인들이 목격했다는 차량 내 방치가 3월부터 시작된 학대였다. 상습적 폭행은 6월부터 시작됐는데 대부분은 집안에서 발생했다. 8월에는 정인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엘리베이터 벽에 힘껏 밀어 부딪히게 하는 등 5회에 걸쳐 고통과 공포감을 준 사실도 확인됐다. 폭행으로 이유식을 먹지 못하는 정인이의 건강상태가 극도로 쇠약해졌는데도 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받게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아동유기와 방임 혐의가 적용됐다.
양부의 혐의도 가볍지 않았다. A 씨 부부 지인들은 “정인이를 차 안에 두고 왔을 때에는 양부도 함께 있는 자리였다. 우리가 ‘아이를 저렇게 둬도 괜찮냐’고 물으니 ‘괜찮다’고 답했었다. 지인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도 방임과 방치가 자연스레 일어났는데 함께 사는 양부가 학대를 모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양부는 2020년 3월부터 10월까지 정인이를 집에 홀로 방치한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정인이 사망 직후부터 줄곧 “입양가족에 대한 편견”이라며 범행을 부인하던 양부는 얼마 전, 자신의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 자동차 안에 정인이를 방임하고, 아이가 우는데도 팔을 강하게 잡고 흔들어 손뼉을 치게 하는 등의 학대 사실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양부는 현재 아동학대 방치·방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양모 A 씨는 2020년 12월 8일 △아동복지법위반(상습아동학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 △아동복지법위반(아동유기·방임) 등 4개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A 씨에 대한 재판은 오는 13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