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현금 일부 추정 125억 발견, 중국 VIP 고객 소유주설 돌아…경찰, 공범 2명도 추적 중
용의자 A 씨의 공범 2명이 특정됐고 사라진 돈의 일부로 보이는 81억 6000만 원이 랜딩카지노의 또 다른 VIP 개인금고에서 나왔고, A 씨 거처에서도 현금 40억여 원이 발견됐다. 사진=연합뉴스
사건이 처음 알려졌을 때 세간의 관심은 ‘어떻게 현금 145억여 원이 감쪽같이 사라졌느냐’에 집중됐다. 그것도 보안이 철저한 카지노 금고에서. 많은 이들이 영화 ‘오션스일레븐’을 얘기하며 큰 관심을 보였지만, 현재 돌아가는 상황으로는 절도 영화보다는 카지노 영화에 더 가까워져 가고 있다(관련기사 280kg 돈다발을 여성 혼자? 제주 카지노 145억 증발 미스터리).
제주경찰청이 용의자 A 씨의 공범으로 지목해 체포영장을 청구한 이는 중국인 B 씨와 한국인 C 씨로 둘 다 랜딩카지노 직원은 아니다. 이들은 고객 유치와 관리 등을 담당하는 에이전트로 알려졌다. 주범 A 씨와 중국인 B 씨는 출국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경찰은 아직 국내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한국인 C 씨를 체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카지노에서 빼낸 현금 가운데 40억여 원은 A 씨의 제주도 거처에서 발견됐다. 그리고 81억 5000만 원은 랜딩카지노의 또 다른 명의 VIP 개인금고 두 곳에서 발견됐는데 그 금고는 공범으로 지목된 B 씨가 관리하는 중국인 VIP 고객의 명의였다. A 씨가 자신 명의의 금고에서 현금을 빼낸 과정은 카지노 금고 관리 규정에 따라 카지노 직원과 동행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문제는 빼낸 돈의 일부는 다른 금고에, 남은 일부는 카지노 밖으로 가지고 나온 것이다.
이렇게 발견된 현금 120억여 원이 사라진 145억여 원의 일부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모두 5만 원짜리 신권으로, 은행에서 인출할 때 5000만 원 단위로 비닐 포장된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아직 찾지 못한 20여 억 원도 제주도 모처에 숨겨져 있을 것으로 보고 추적 중이다.
희대의 절도사건이 미수에 그친 것일까. 이제 관심은 145억여 원이나 되는 현금이 왜 카지노 금고에서 사라졌느냐가 아닌 왜 카지노 금고에 들어 왔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과연 그게 누구의 돈이냐’다.
랜딩카지노를 운영하는 람정엔터테인먼트코리아(람정코리아)에 따르면 사라진 현금은 본사 란딩인터내셔널이 랜딩카지노에 맡겨 보관하던 것이다. 사라진 현금은 A 씨 명의의 금고에 보관돼 있었다. 그렇다고 그 금고가 A 씨 소유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 출신 여성인 A 씨는 란딩그룹 양즈후이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으며 2018년 3월 랜딩카지노 개장 무렵부터 파견돼 근무했지만 업무는 주로 홍콩 본사와 직접 소통했다고 한다. 따라서 A 씨가 자신 명의 금고에서 보관하던 란딩인터내셔널 소유의 현금으로 보인다.
사라진 현금 145억 6000만 원은 5만 원 권으로 사과박스에 담아도 12개가 넘고 무게는 280kg이나 된다. 사진은 영화 ‘원라인’의 한 장면.
실제로 란딩인터내셔널이 맡긴 현금을 파견 나온 A 씨가 관리하던 것이라면 A 씨가 공범들과 함께 이를 훔치려 한 절도 사건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람정코리아 란딩인터내셔널은 도난 사실을 경찰에 신고한 뒤 현금의 용도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게다가 계획적인 절도였다면 A 씨가 훔친 현금의 절반이 넘는 80억여 원을 랜딩카지노 내부 다른 명의 VIP 금고에, 카지노에서 빼낸 40억여 원도 거처에 그냥 두고 해외로 출국한 부분은 이해가 쉽지 않다.
제주 카지노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시나리오는 이 현금의 실제 소유주가 중국 VIP 고객들이라는 얘기다. 2018년 3월 개장한 랜딩카지노는 그해 8월까지 4개월 동안 무려 3694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7년 제주도에 있는 카지노 전체가 1년 동안 올린 매출의 3배 가까운 매출을 단 4개월 만에 올린 셈이다. 그렇지만 그해 8월 이후 매출이 급감한다. 개장 초기 양즈후이 란딩그룹 회장과 가까운 중국의 VIP 고객들이 대거 찾아왔지만 그해 8월 양즈후이 회장이 중국 공안에 체포된 뒤 중국 VIP 고객들의 발길이 끊겼다. 아무래도 중국 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중국 VIP들이 공안에 체포된 양즈후이 회장과 거리를 두기 위해 랜딩카지노에 발길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
이후 제주 카지노 업계에서는 당시 중국 VIP들이 랜딩카지노 개인금고에 거액의 현금을 맡겨 뒀는데 이를 찾지 못해 골치를 썩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고 한다. 결국 이번 사건 역시 A 씨가 중국 VIP 고객을 관리하는 에이전트 B·C 씨 등과 함께 문제의 현금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는 과정에서 불거진 소동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다. 실제 80여 억 원이 B 씨가 관리하는 VIP 고객 명의의 금고에서 옮겨져 발견됐다. 물론 원래 주인이 중국 VIP 고객이지만 그들에게 돌려주는 게 아닌 A 씨가 공범들과 함께 이를 빼돌리려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현금이 옮겨지는 과정에서 뭔가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A 씨는 B·C 씨 등과 함께 현금을 옮기려 했고 그 와중에 A·B 씨가 해외로 출국해 버렸기 때문이다. A 씨와 공범들이 체포돼야 사건의 실체가 명확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