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인 ‘미스트롯’ 빼면 스타 배출 아쉬워…‘오디션프로 4년 호황’ 적용될지 관심
하지만 어느덧 3년차를 맞은 트롯 열풍이 곧 잦아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과연 트롯 코인은 향후 어떤 곡선을 그릴까.
‘미스트롯2’에 출연하고 있는 홍지윤(사진), 임서원, 주미, 윤태화 등이 폭발적인 가창력과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스타로 등극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들의 경연 영상은 네이버 하이라이트 기준으로 20만∼50만 뷰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사진=TV조선 ‘미스트롯2’ 방송 화면 캡처
#‘부익부 빈익빈’ 트롯 예능, 정점 지났다?
시청률은 프로그램의 인기를 판단하는 바로미터다. 이를 기반으로 본다면 트롯 코인의 가치는 유효하다. 최근 방송된 ‘미스트롯2’는 전국 시청률 29.8%(닐슨코리아 기준)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미스트롯1’의 마지막 회 시청률이 18.1%였기에, 불과 2년 만에 그 시장이 2배 가까이 커진 것이라 볼 수 있다.
다른 프로그램은 어떨까. ‘트롯전국체전’의 최근 시청률은 12.9%였다. 이 외에도 ‘트롯신이 떴다’와 ‘트로트의 민족’은 각각 16.6%, 15.8%를 최고 시청률로 남기고 막을 내렸다. 몇몇 유명 예능을 제외하면 대다수 프로그램이 5% 이하 시청률을 전전하며 ‘키맞추기’ 하는 것을 고려할 때, 트롯 프로그램의 영향력은 월등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곳곳에서 “식상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어느 채널을 돌려도 트롯 일색이기 때문이다. 현재 방송 중인 프로그램 외에도 다수 케이블채널에서는 2020년에 끝난 ‘미스터트롯’이 여전히 편성되고 있다.
결국은 화제성을 따져봐야 한다. 10% 중후반 시청률을 구가한 ‘트롯신이 떴다’와 ‘트로트의 민족’, 그리고 MBN ‘보이스트롯’ 등은 이미 우승자를 배출했다. 하지만 그들을 찾는 곳은 많지 않고 우승자의 이름도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미스터트롯’ 출신 톱7이 경연을 마친 직후 지상파 3사를 비롯해 온갖 채널의 경계를 허물며 출연해 시청률을 폭등시켰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현재 상황을 보더라도, ‘미스트롯2’에 출연하고 있는 홍지윤, 임서원, 주미, 윤태화 등이 폭발적인 가창력과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스타로 등극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들의 경연 영상은 네이버 하이라이트 기준으로 20만∼50만 뷰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반면 타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지원자들을 향한 대중의 반응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개개인의 역량 차이라기보다는 프로그램 자체의 인지도에서 격차가 벌어지고, 이미 여러 시즌을 거친 ‘미스트롯’ 제작진의 무대 연출 및 편집 노하우 등이 겹친 결과라 볼 수 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트롯 장르가 대세라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대중의 관심을 받고 스타덤에 오르는 이들은 소수다. 결국 선택과 집중의 문제인 것인데, ‘미스트롯’ 시리즈의 인지도가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타 프로그램을 지양하고 기다리다가 이 프로그램으로 실력자와 유명인들이 쏠리면서 트롯 프로그램들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트롯신이 떴다’와 ‘트로트의 민족’은 각각 16.6%, 15.8%를 최고 시청률로 남기고 막을 내렸지만 정작 우승자의 이름을 선뜻 떠올리긴 힘들다. 사진=SBS ‘트롯신이 떴다’ 방송 화면 캡처
#과거 오디션 프로그램 흥망 살펴보니…
방송 콘텐츠는 흐름을 탄다. 영원한 인기는 없다. 흥망성쇠의 단계를 거치며 조금씩 대중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 트롯 경연 이전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어땠을까.
2010년을 전후해 큰 인기를 끌었던 Mnet(엠넷) ‘슈퍼스타K’의 경우 시즌1이 서인국을 우승자로 배출하며 관심을 받은 후 시즌2에서 존박과 허각의 양강 구도가 성사돼 역대 케이블채널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웠다. 이 시기쯤 MBC ‘위대한 탄생’과 SBS ‘K팝 스타’ 등 유사 프로그램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후 시즌3의 울랄라세션, 시즌4의 로이킴 등도 시청자들의 엄청난 지지 속에 스타덤에 올랐다. 하지만 이후 시즌으로 가면서 점차 대중의 관심도는 낮아졌다.
그 배턴을 이어받은 아이돌 육성 오디션 프로그램을 살펴보자. Mnet ‘프로듀스 101’ 시즌1이 걸그룹 아이오아이로 화제를 모은 후 시즌2를 통해 결성된 보이그룹 워너원으로 전성기를 맞았다. 시즌3의 아이즈원은 일본 유명 연예기획사와 손잡고 다국적 걸그룹을 만들며 외연을 넓힌 후 시즌4까지 제작됐으나 투표수 조작 사건에 휘말리며 자취를 감췄다.
물론 각 프로그램마다 흥망성쇠를 밟는 과정과 상황은 달랐지만, 호황기가 대략 4년 정도 지속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트롯의 경우, 2019년 ‘미스트롯’과 MBC ‘놀면 뭐하니’의 유산슬(유재석) 열풍이 불을 댕긴 뒤, 2020년 ‘미스터트롯’이 엄청난 폭발력을 보여줬다. 이후 여러 방송사들이 참여하며 트롯 유행 3년차를 맞은 올해와 내년 ‘미스터트롯2’까지 진행된 후 트롯 열기가 점차 사그라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반면 트롯 시장은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들과는 다른 길을 갈 것이란 관측도 있다. 전통 가요인 트롯은 유행을 잘 타지 않기 때문이다. 50∼60년 전 발표된 노래들이 지금껏 불리듯, 긴 생명력을 자랑할 것이란 전망이다. 게다가 활동기가 짧은 아이돌 가수와 달리 트롯 가수는 나이를 먹을수록 관록과 연륜을 인정받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가요계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트롯 열풍에 힘입어 트롯을 듣게 된 신세대들이 적지 않다”며 “그들이 나이 들어가면서 트롯을 계속 찾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트롯 시장은 향후 더욱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