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급 우정이 ‘국민 MC’ 만들었다
▲ 김병만과 이수근. |
현재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 중인 그룹 신화의 이민우에게는 박상준이라는 절친이 있다. 다소 생소한 이름의 그는 이민우와 전주예고 동기동창으로 디키-더키라는 아마추어 댄스팀에서 함께 활동한 바 있는 전직 가수 출신 프로듀서다. 둘의 사이는 팬들 사이에 이미 잘 알려져 있다.
10대 시절 춤과 노래를 함께 연습하며 가수의 꿈을 키워오던 두 사람. 둘은 꿈에도 그리던 거대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SM)의 연습생으로 발탁되며 데뷔를 준비 중이었다. 그룹 신화의 예비 멤버로 연습에 매진하던 두 사람 가운데 안타깝게도 박상준이 SM을 떠나면서 함께 데뷔하는 꿈을 접고 말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우정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신화로 데뷔해 먼저 스타덤에 오른 이민우는 틈틈이 박상준의 데뷔를 도왔고, 그 결과 박상준은 2003년 스맥스라는 남성 3인조로 데뷔하기에 이르렀다. 이민우는 자신의 절친을 위해 스맥스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는 것은 물론 공중파 무대에도 등장해 함께 안무를 맞추는 등 친구의 늦은 데뷔에 힘을 보탰다. 안타깝게 스맥스는 해체되었지만 이후로도 둘은 서로 음악적 교류를 통해 우정을 나누고 있다.
닮은꼴 개그맨으로 유명한 이수근과 김병만. 둘 역시 오랜 무명시절을 함께 보낸 바 있지만, 먼저 세상에 이름을 알린 건 김병만이었다. 영화 <선물>의 단역 배우를 맡으며 우정을 쌓아갔던 두 사람. 둘은 함께 팀을 이뤄 개그맨 공채시험에 합격하겠다는 꿈이 있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번번이 낙방을 하며 지쳐가던 두 사람은 이수근의 개그맨 도전 포기로 인해 우정에도 위기를 맞게 된다. 이수근이 레크리에이션 강사로 돌아가겠다고 폭탄선언한 것. 김병만은 눈물을 머금은 채 나중에 꼭 같이 무대에 서자는 약속을 했고, 결국 그는 이수근이 아닌 다른 사람과 팀을 이뤄 KBS 공채 개그맨이 되는 데 성공했다.
김병만은 당시를 “하늘이 무너지는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내가 잘돼서 꼭 이수근을 도울 것이라고 다짐했었다”고 회상한다. 실제로 김병만은 데뷔 후 무림남녀 등의 코너를 통해 큰 인기를 얻었지만 그에게는 늘 마음 한 구석의 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수근과의 약속. 김병만은 바쁜 와중에도 레크리에이션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수근을 만나기 위해 경기도 양평에 수시로 들러 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애썼고, 결국 이수근은 포기했던 개그맨의 꿈을 다시 이루게 된다.
이수근은 인터뷰를 통해 “당시 김병만이 고급 승용차를 타고 나를 만나러 왔는데, 그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얄밉기도 했다”며 “하지만 보잘것없는 나를 도와주려는 그의 진심에 감동받았다”고 당시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현재 둘은 <개그콘서트>와 <해피선데이> ‘1박2일’을 이끌고 있는 대한민국 최고의 개그 콤비다.
공채로 함께 데뷔했지만 동기들이 모두 스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스타가 되지 못한 이들은 동기들을 부러워하며 자괴감에 빠진다고 하는데, 국민 MC 유재석의 과거 역시 그렇다.
지금은 탤런트로 활동 중인 최승경과 함께 KBS 대학개그제에서 장려상을 받은 유재석. 어린 나이에 데뷔를 하며 이내 곧 스타가 될 거라고 확신했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 ‘감자골 4인방’으로 불리던 김용만 김국진 박수홍 김수용 등의 인기를 저만치서 바라봐야만 했고 그들이 TV에 나오면 왠지 모를 자격지심에 리모컨을 만져야만 했다고 한다.
결국 그는 개그맨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컬투의 김태균과 함께 한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된다. 일종의 현실도피였던 셈. 하지만 당시 그가 연락을 멀리했던 스타 동기들은 그와는 반대로 그의 처지를 안타까워했고, 그를 다시 방송국에 데려오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특히 김용만은 그가 일하는 호프집을 매일같이 찾아가 그를 설득했고, 결국 유재석은 단역이지만 콩트 프로그램 등에 출연하며 포기했던 개그맨의 꿈을 다시 키울 수 있었다.
요즘도 유재석은 인터뷰마다 자신을 절망에서 구해준 인생의 가장 소중한 인물로 주저 없이 김용만을 꼽는다. 만일 김용만이 당시의 인기에 취해 동기인 유재석을 나 몰라라 했다면 오늘날 국민 MC의 탄생은 아마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무명 시절을 함께 겪었다고 해서 모두가 빛나는 우정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활동이 뜸한 개그맨 A는 앙숙이 된 개그맨 B, 가수 겸 배우 C와의 ‘흔들린 우정’ 이야기를 들려주며 분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A는 이들을 포함 또 다른 가수 D 등과 함께 소문난 4총사로 우정을 쌓아왔다고 한다. 그러던 중 D가 발표한 노래가 히트를 하며 4총사를 떠나게 됐고, C 역시 A급 스타로 성장하며 인기를 얻자 보란 듯이 자신들을 배신했다고 한다. 특히 C는 방송국에서 마주쳐도 짧은 인사만 하고 자리를 피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며 A와 B의 마음에 상처를 주었다고 한다.
이에 A와 B는 자신들은 스타가 돼도 변하지 말자고 굳은 약속을 했지만, 인기 앞에서는 이 역시 무용지물이었다. 독특한 캐릭터를 탄생시키며 스타덤에 오른 B는 조금씩 A의 연락을 피하더니, 결국 무명시절 함께 동고동락했던 A와 멀어지게 된 것. 당시에 대해 B는 “하루 스케줄이 10개가 넘었는데 그걸 A가 이해를 못했다”고 주장했고, A는 “B가 어느 날부터 잘나가는 스타들과만 어울리려 했다”며 억울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