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하우스 대리점 부실시공 및 본사 책임 회피 논란…한샘 “풀 패키지 통해 분쟁 여지 없앨 것”
인테리어 전문기업 한샘이 연초부터 기업 이미지 관리 문제로 다시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렸다. 사진=한샘 홈페이지
한샘은 2017년 말 사내 성폭행 사건 및 은폐 의혹이 불거지며 홍역을 치렀다. 고용노동부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사건의 진상과 사측의 대처 및 시스템 등을 조사하면서 여러 문제가 지적됐다. 2019년엔 ‘대리점 갑질 논란’이 불거졌다. 대리점들과 사전협의 없이 판촉행사를 벌이고 관련 비용을 대리점에게 일방적으로 부담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 2019년 10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 11억 5600만 원을 부과받았다. 이에 한샘은 “공정위의 결정은 자사가 운영하는 상생형 표준매장의 특성을 충분히 인지하지 않은 결과”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러는 사이, 한샘의 실적은 악화됐다. 2017년 연매출 2조 원를 달성했던 한샘의 매출은 2018년 1조 9284억 원, 2019년 1조 6983억 원으로 줄었다. 같은 시기 영업이익은 2017년 1405억 원에서 2018년 560억 원, 2019년 557억 원으로 주저앉았다. 주택 경기 부진도 실적 하락에 한몫했다. 한샘은 2019년 3분기 실적 하락의 최대 원인으로 주택 경기 부진을 꼽았다. 한샘에 따르면 당시 주택 매매량은 20% 감소했고, 특히 매출이 집중되는 서울에서 주택 매매량이 42.8% 줄었다.
결국 2019년 10월 최양하 회장이 전격 퇴임하며 대표가 교체됐다. 대표 교체 이후 한샘은 기업 이미지 쇄신에 노력했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일부 지역 대리점에 대해 임대료를 면제했고, 지난해 10월에는 대리점과의 상생을 위해 수수료 면제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여기에 주택매매 거래량 확대와 코로나19에 따른 ‘홈코노미’(집이 단순히 주거공간을 넘어 휴식·문화·레저를 즐기는 공간으로 확대되면서, 집안에서 다양한 경제활동이 이뤄지는 것) 수혜를 톡톡히 보며 실적도 회복됐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한샘이 연매출 2조 원을 달성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지난 1월 7일 경찰이 불법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한샘 본사를 압수수색하며 예기치 못한 변수를 만났다. 경찰에 따르면 한샘은 2018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페이퍼컴퍼니로 의심되는 광고대행사 4곳을 활용해 44억 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언론사 임원과 경찰 등 공직자에게 편법적인 할인 혜택을 제공해 부정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은 2020년 11월 내사에 착수했고,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광고비 집행 문건 등 관련 서류와 전산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 끌어올린 신성장 동력이지만…
2020년 기준 한샘은 코로나19 수혜에 2017년께부터 공격적으로 확대한 리하우스 사업이 빛을 보면서 3년 만에 ‘2조 클럽’ 재입성을 앞두고 있다. 강승수 한샘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리모델링 사업을 중심으로 중기에 국내시장 매출 10조 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한샘은 매출 10조 원 도전의 구체적인 계획으로 리하우스 사업본부와 온라인 사업본부의 핵심 역량 확보를 내세웠다.
리하우스 사업은 자체 보유한 전국 단위 시공 조직망을 바탕으로 상담·설계부터 인테리어 물품 제조·물류·현장시공 및 점검까지 전 영역을 ‘풀 패키지’로 연결하는 토털 리모델링 사업이다. 한샘은 2016년 8월 기존 ik(인테리어 키친) 사업부를 리하우스 사업부로 개편하고 사업을 확대했다. 2018년 12월 기준 82개였던 리하우스 대리점은 2020년 12월 500여 개로 늘었다. 그 결과 2020년 3분기 리하우스 매출은 1427억 원으로 전년 동기(1009억 원)대비 30%가량 증가했다. 같은 시기 리하우스 매출은 전체 B2C 매출 3574억 원 가운데 40%의 비중을 차지했다.
한 한샘리하우스 대형 쇼룸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한샘 홈페이지
한샘은 올해도 리하우스에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다. 한샘 리하우스 사업본부는 건재패키지 사업모델을 완성해 월 1만 세트의 건재패키지 판매에 도전하고, 월 200세트의 건재패키지를 판매하는 표준매장을 전국 50개 상권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인테리어·리모델링 시장 성장도 한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 같은 청사진과 달리, 최근 리하우스 사업을 둘러싼 소비자 불만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2020년 1월에는 소비자 7명이 한샘 본사 앞에서 규탄집회를 열고 부실시공 및 시공 중단 등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최근 한샘 리하우스 대리점의 부실시공 및 책임회피 문제를 제기한 소비자 A 씨에 따르면 부실시공으로 물이 새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으나 리하우스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결국 본사에 문의했으나 한샘 측은 “리하우스 대리점의 시공으로 벌어진 부분은 본사에서 책임질 부분이 아니”라며 “해당 대리점과 계약한 소비자들의 항의가 많아 대리점 계약을 해지했다”고 답변했다. A 씨는 “한샘 이름을 걸고 영업하고, 한샘 로고가 박힌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진행하는데 정작 AS는 한샘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은 명백한 책임회피”라며 주장했다.
이를 두고 관련 업계에서는 급격한 사업 확대에 따른 예상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인테리어 업계 관계자는 “현재 리하우스가 메인 부서가 됐지만, 한샘은 부엌가구로 성장한 회사인 만큼 건자재사업부가 생긴 지 오래되지 않았다”며 “리하우스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소규모 개인 대리점들이 다수 입점하며 관리가 어려워진데다, 대리점이 시공단계에서 한샘 건자재사업부가 취급하지 않는 자재 등을 섞어 쓰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샘은 소비자 집단행동 이후 기존 CS부서 외에 고객 불만사항 처리를 전담하는 소비자보호실을 신설하고 불만 사항을 처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샘 관계자는 “설계부터 시공까지 전체를 한샘에서 풀 패키지로 진행할 경우에는 문제가 발생해도 분쟁의 여지가 없지만, 단품을 따로 계약하고 기본 공사를 인테리어 업체에 맡길 경우 책임 소재가 모호해진다”며 “A 고객 건은 현재 한샘 대리점과 계약한 부분에 대해 책임지기 위해 소비자보호실에서 문제를 확인하고 고객과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풀 패키지를 통해 분쟁 여지를 없애는 쪽으로 방향성을 잡고 있고 현재 과도기를 겪는 중”이라며 “2~3년 내에는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