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SBS ‘궁금한 이야기Y’
“인생이 통째로 도난당하는 느낌이었어요.”
최근 그녀에게 벌어진 일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김 아무개 씨. 누군가가 그녀가 공들여 쓴 작품을 다수의 문화제에 출품하여 상을 탔다는 것이다.
대학 시절 처음으로 투고한 작품이자 그녀에게 첫 문학 공모전 수상의 영광을 안겨준 소설 ‘뿌리’. 문제 제기가 된 소설 ‘꿈’은 제목을 제외한 그 모든 것이 ‘뿌리’와 닮아있었다.
이제껏 작가로서 살아오며 흘린 땀과 눈물이 너무나도 허무하게 느껴진다는 김 씨. 대체 그녀의 소설을 훔친 도둑의 정체는 무엇일까.
최초 제보자는 “큰일이 났다 싶었죠. 대한민국 문단 역사상 이런 일이 한번도 없었어요. 발견했을 때 손이 얼마나 떨리던지”라고 말했다.
‘무단으로 도용된 신인 작가의 소설이 공모전에 입상을 했다’는 소식은 문화계에 발빠르게 퍼졌다. 이런 대담한 사기 행각을 벌인 범인은 바로 손민수 씨(가명).
그는 자신의 SNS 에 명문대학교를 졸업한 공군 장교 출신에 한 한공사 조종사로 근무 중이라는 본인의 이력을 자랑했다. 손 씨의 사진첩에는 그의 이름 앞으로 된 상장과 임명장, 수료장 등이 가득했고 심지어 그는 지난해 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던 트럭 기사를 구해 의인상을 받은 적도 있었다.
그런데 관할 경찰서는 “해당 날짜에 그런 내용으로 저희 측에 신고 들어온 게 없어요”라고 말했다.
손 씨가 고속도로의인상을 받은 건 맞지만 해당 날짜에 그 사건이 관할 경찰서에 접수된 사실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제작진의 취재 결과 손 씨의 거짓된 이력은 한두개가 아니었다.
그는 조종사도 아니었으며 그가 탄 수많은 상들은 모두 본인의 창작물이 아닌 그가 무단 도용한 타인의 창작물들이었다. 무려 스무 건이 넘는 공모전에서 남의 것을 훔쳐 입상을 해온 손 씨.
그는 작품은 물론 다른 사람의 사진까지도 본인의 얼굴인 것처럼 속였다. 대체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애매한 경계를 드나드는 삶을 살고 있는 한국판 ‘캐치이프유캔’의 실제 주인공. 그는 왜 남의 것을 훔쳐 이런 이력들을 쌓았을까.
남의 것을 훔쳐 살고 있는 한 남자의 거짓된 삶에 대해 알아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